여든여덟 번째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생각들을 평창에서 풀고 졸업합니다!
며칠 전 스누새는 편지를 받았어요. 평창에서 반가운 분이 온다는 소식이었어요. 8월 29일 학위수여식을 앞둔 박보영 학생인데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서 국제농업개발협력을 공부하고, 일주일에 한 번은 관악캠퍼스에서 농생대 수업을 들으며 대학원 생활을 알차게 채웠다고 해요. 평창에서 보낸 소중한 연구 시간들, 지역주민과 소통하면서 도움을 드렸던 박보영 학생의 추억들을 들어볼까요?
평창 육백마지기 농장 풍력발전기(좌) / 지역 하천 EM 흙공 던지기 행사(우)
평창 육백마지기 농장 풍력발전기(좌) / 지역 하천 EM 흙공 던지기 행사(우)
"여느 대학원생들처럼 연구영역을 경험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는데요. 4년 학부 생활에 비하면 석사과정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요. 이제 막 첫발을 떼는 시점인데 끝나버린 거죠. 겨우 연구에 ㅇ자 정도 맛본 느낌이에요"

박보영 학생은 학부 시절에 '동남아시아언어문명‘과 '농업경제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복수전공을 했던 이유는 식량문제에 관심이 커져서인데요. 식량문제를 고민하니 그 지역의 정치문화적인 맥락을 알 필요가 있었어요. 한편으로 두 학문이 경제학 도구로써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시점에서 생각하니, 실제 개발 협력 현장에서는 두 학문이 어떤 기여를 하는지 살펴보고 싶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소득증진의 핵심은 기술이었어요. 농업과 기술을 연결해서 배우는 분야. 제가 찾고 있던 융합영역이었던 거죠."
학생대표 발표(좌) / 박보영 학생(우)
학생대표 발표(좌) / 박보영 학생(우)
국제농업기술대학원에 있는 5개의 세부 전공 중에서 국제농업개발협력전공은 유일하게 사회과학계열이었어요.

"개발 협력에서 '인도주의' 영역을 실증적인 연구 분야로 만들고 싶어요. 분명 남을 돕는 일은 너무 좋은 일이에요. 어린아이한테 물어봐도 당연한 답이 나올 거예요. 다만 개발 협력이 추상적인 의미에 머물지 않고 학문으로 증명하고, 근거를 찾아서 필요성을 제시하는 일은 노력이 필요해요. 단순히 좋은 것이 아니라 왜 좋으며 앞으로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팜파티 체험활동 결과물 (손수건 물들이기)(좌) / 평창 캠퍼스 내 사과 수확물(우)
팜파티 체험활동 결과물 (손수건 물들이기)(좌) / 평창 캠퍼스 내 사과 수확물(우)
국제농업기술대학원은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 있는데요. 관악캠퍼스보다 더 여러 겹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어요. 박보영 학생은 평창캠퍼스를 떠올리며 경험했던 대학원 생활을 들려주었어요.

"평창캠퍼스의 장점이자 단점 중에 하나가 경치 좋고 물 좋은, 산 한가운데 캠퍼스가 동떨어져 있는 건데요. 이 부분이 연구하기 좋은 조건이죠. 속세와 단절되어 연구에 집중하기 좋아요(웃음). 수도권 캠퍼스에서 하기 어려운 동물실험이나 식물유전체 실험도 가능하죠. 저는 지역 농업인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내는 환경이 좋았어요. 논문으로만 읽지 않고 농업인의 삶에 직접 다가가서 듣는 과정이었어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저는 인문사회전공 학생이었지만 공학이나 자연공학전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어요.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였어요. 학부 때와 다르게 석사과정은 학문 간의 경계를 넘으려면 무척 힘들어요. 교양과목 수준으로 듣던 것과 다르죠.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지식 양이 늘어나고 배경지식을 갖춰야 하거든요. 평창캠퍼스는 조금 달랐어요. 다른 전공과목 간에 장벽이 낮아서 기초지식이 없는 학생이 수강하면 교수님들이 학생 눈높이에 맞춰서 강의를 해주셨어요. 저도 다른 전공 학생들과 교류하고 시스템공학 분야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박보영 학생은 연구하는 동안, 평창과 홍천, 춘천의 여러 농업인들을 만나며 기술협력 사례를 들을 기회가 있었어요. 성공한 사례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사업체 운영이 바쁜 분들이 인터뷰를 망설이실 때마다 평창캠퍼스가 가진 연구 자원을 설명했어요.

"기업인에서 농업영역으로 확장하시는 분들보다 농업인에서 기업인으로 넓히시는 분들이 기술협력에서 어려움이나 거리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희 캠퍼스가 하는 연구개발과 협업을 설명해 드렸어요. 농산물의 상품 부가가치를 올리려면 단순 가공을 넘어서 연구개발과 연결되는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그분들은 연구소가 밭작물 재배와 거리가 멀다고 여기셔서, 연구개발은 대기업처럼 큰 예산과 자원을 들이는 일로 아셨죠. 저는 학교가 기여하는 부분이 늘어나고 강점을 찾아서 연구개발로 이어지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평창 캠퍼스 전경(좌)과 졸업 기념 사진(우)
평창 캠퍼스 전경(좌)과 졸업 기념 사진(우)
평창에서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평창에 대한 애정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평창이 활발해지길 바랐고 점차 줄어드는 지역 인구가 걱정됐어요. 농산물을 생산하고 기술협력을 연결해도 소비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였죠.

"내 또래 친구들이 이곳에서 뭘 할 수 있지? 이 질문이 인구감소에 생각을 처음 갖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평창의 20~30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유출되고 있어요. 평창만의 문제는 아니지만요. 서울에서 일부러 돈을 써서 찾아오는 자연자원인데 이것을 도처에 두고 떠나가는 상황이 무슨 문제인지 궁금했어요. 때문에 인구 감소연구 주제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을 때 주저 없이 지원했어요. 평창은 좋은 자원이 풍부한 곳이에요.”
“저는 학문이 기여하는 부분이 늘어나 연구개발로 실현되는 과정을 고민했어요.”
“저는 학문이 기여하는 부분이 늘어나 연구개발로 실현되는 과정을 고민했어요.”
박보영 학생은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아직 모르는 부분을 좀 더 많이 알게 되었어요.

"알고 싶은 목록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 같아요. 다행히 제가 연구를 즐기는 유형의 사람이란 것을 알았죠."

"학문 간의 경계를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연결되는 다른 학문을 공부해보세요. 한 가지 부분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게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해요. 배경지식이 없어도 다른 전공이어도 당장 옆 연구실, 옆 학생이 공부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얘기를 들어보면 신기하고 재미있거든요. 거기서 얻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요.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겪는 '무엇'을 발견하게 돼요."

박보영 학생이 한껏 풀어낸 '평창', 어떠셨나요? 스누베어 옆에서 같이 듣던 스누새도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자기 연구에 한계를 허물고 사람과 지역, 기술을 이어준 박보영 학생은 8월 29일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서울대학교 학생 리더십상'을 수상하는데요. 상을 받아도 되냐며 수줍어하셨어요. 졸업 후에도 박보영 학생이 펼치는 학문이 날개를 달도록 스누새는 늘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답장 (3)
  • 논병아리
    논병아리
    학문간 경계를 넘어서는거 정말 어려워보여 너무 좁은 테두리에서만 고민했었던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 고니
    고니
    항상 공부를 하면서도 목적을 잃고 자기의 연구분야의 특정 기술이나 개념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의 목적을 잃지 않고 공부하신점 존경합니다. 많은 생각을 가지고 오늘도 살아가겠습니다. 저도 박보영 학생의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 나무발발이
    나무발발이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서 연구를 해냈다는 것이 대단합니다!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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