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든네 번째
미러볼, 디스코, 롤러장
색색의 꽃처럼 캠퍼스를 거니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활기가 가득 피어나는 봄이 왔어요! 여러분 혹시 그 소식 들으셨나요? 학교에 봄날의 설렘을 더해줄 ‘롤러장’이 열렸다는 이야기요. 얼마 전 봄바람을 타고 캠퍼스를 비행하다가 쿵쿵♪ 디스코 음악 소리에 이끌려 가봤더니,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러볼과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가득한 멋진 공간이 있더라고요. 소문이 났는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고요.

그러고 보니 롤러장이 자리한 곳은 2022년 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이후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파워플랜트(68동)’였어요. 학교 안에 롤러장이라니. 어떤 사람들이 찾아왔을지, 어떻게 ‘롤러장’을 만들게 된 것인지, 그 이야기를 스누새와 함께 만나볼까요?
‘Let’s roll!’ 롤러장으로 변신한 파워플랜트
‘Let’s roll!’ 롤러장으로 변신한 파워플랜트
이번 행사의 이름은 ‘렛츠롤(Let’s Roll!)’로 3월 25일부터 4월 5일까지 진행됐어요.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철골 구조와 사인물로 꾸며진 파워플랜트는 마치 원래부터 이곳이 롤러장이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었고,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휴게공간, 포토존, 레트로 오락기까지 있어 재미를 더했죠. 롤러장이 잘 내려다보이는 구조물에 앉아 곳곳을 살펴보던 그때, 롤러장에서 각자의 속도로 롤러를 즐기던 친구들이 스누새에게 반갑게 인사했어요.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여기 정말 재미있고 좋아요. 학교에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는데 롤러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반갑더라고요.” (모우리, 사범대 음악교육전공 대학원생)

“파워플랜트에 들어서자마자 레트로한 느낌의 공간이 펼쳐져서 마치 다른 시대로 온 느낌이었어요. 롤러는 처음 타봤는데, 인라인이나 아이스 스케이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박은서, 음악과 국악전공 대학원생)
“우리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규”
“우리의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규”
지난 학기까지 교환학생으로 캠퍼스 생활을 했던 외국인 학생도 눈에 띄었어요. 같은 과 친구들, 선후배들과 함께 여럿이 롤러장을 찾은 경우도 많았고요. 수업 듣고, 과제와 공부를 하는 일상 사이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요.

“학교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쿨(cool)해요. 오스트리아에서는 롤러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롤러를 직접 타면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사이먼, 오스트리아 교환학생)

“아무래도 우리 학교는 위치상 한 번 들어오면 나가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캠퍼스 안에 이런 공간이 생기니까 수업 듣는 중간중간에 즐겁게 리프레시할 수 있다는 게 제일 좋아요.”(이채연, 의류학과 20학번)

“롤러장이 생긴다는 공지를 보자마자 ‘오, MZ스럽다’라고 생각했어요. 직접 와보니까 롤러를 타는 것 외에도, 곳곳에 포토존이 많아서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최재경, 윤리교육과 23)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박은서·모우리 학생, 교환학생 사이먼과 친구, 의류학과 친구들, 윤리교육과 친구들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 박은서·모우리 학생, 교환학생 사이먼과 친구, 의류학과 친구들, 윤리교육과 친구들
롤러장 맞은편, 롤러 대여소에는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스태프로 함께하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공간이기에 총 12명의 학생이 유기적으로 롤러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한 교육을 받고 투입됐다고 해요. 많은 사람이 찾아와 힘들 법도 한데, 스태프 친구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입소문이 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힘들긴 하지만 뿌듯해요. 저녁 시간대에는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할 때도 있는데, 포토존, 오락기, 먹거리 같이 준비된 것들을 즐기면서 즐겁게 기다려주시더라고요.” (고서영, 체육교육과 22)

“스태프로 있다 보니 롤러에 진심인 분들이 많다는 걸 느껴요. 개인 장비를 가지고 오시기도 하고, 거의 매일 들려주신 교수님도 계셨고, 복고풍 옷을 챙겨 입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덕분에 웃으면서 일할 수 있어요.” (민동연, 체육교육과 21)
‘렛츠롤’ 운영에 함께한 체육교육과 학생들
‘렛츠롤’ 운영에 함께한 체육교육과 학생들
‘렛츠롤!’에 함께하기 위해 파워플랜트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사람이 바깥에서의 고민과 걱정은 잊고 온전히 이 시간을 즐기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학교에 롤러장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렇게 멋진 공간이 만들어졌을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 운영한 문화예술원의 박수민 선생님과 박지윤 전문위원을 만났어요.

“파워플랜트를 통해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많이 알려졌지만 직접 경험해본 사람은 거의 없는 ‘롤러’를 매개로 사용해보자고 의견이 모였고요. 롤러라는 스포츠 문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파워플랜트 공간과 즐거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기획한 거죠. 새학기 학교생활을 롤러장이 주는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시작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었고요.” (박지윤)

“맞아요. 또, 파워플랜트 자체를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새로운 형태의 전시, 공연이 파워플랜트에서 다양하게 열리고 있는데 외부인보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덜 알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친숙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공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롤러장을 만들게 된 거죠.” (박수민)
‘렛츠롤’을 기획한 문화예술원 박지윤 전문위원(좌), 박수민 선생님(우)
‘렛츠롤’을 기획한 문화예술원 박지윤 전문위원(좌), 박수민 선생님(우)
‘어떤 롤러장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면서 롤러장 답사도 여러 곳 하셨다고 해요. 답사하면서 직접 롤러를 타보기도 하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하나씩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고요.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보다 준비할 것이 많았어요. 특히 ‘안전’이 가장 중요했죠. 파워플랜트를 직접 경험하고 공간과 관계를 형성하기를 바랐기 때문에 바닥은 그대로 살리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이 바닥을 링크로 만들었을 때 괜찮은지 전문가분께 점검을 받았고, 안전 폼도 구석구석 설치하고, 장식물이 떨어지지 않게 잘 고정하고, 미끄러지지 않게 롤러장 밖에는 코일매트를 깔았어요.” (박지윤)

“공간 연출에도 공을 많이 들였어요. 그래픽디자인과 공간디자인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협업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 두 분을 섭외했죠. 수 없이 회의하면서 저희가 생각하는 것들을 많이 구현할 수 있었어요. 안전하게 그리고 파워플랜트와 잘 어우러지게 만들고 싶었는데 애쓴 만큼 잘 반영된 것 같아요.” (박수민)
파워플랜트와 잘 어우러지도록 구현된 롤러장
파워플랜트와 잘 어우러지도록 구현된 롤러장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았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된 시간도 있었는데요. 디자이너분들, 설치 기사님들뿐 아니라 롤러 대여 사장님, 현장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준 학생, 먹거리를 준비해주신 주신 분들까지 모두가 적극적으로 내 일처럼 나서주셔서 많이 배우고,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완성된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가 닿을지가 가장 고민이었다고요.

“‘받아들이는 분들이 어떤 느낌일까, 어떻게 하면 저희의 의도를 잘 느껴주실까, 어떻게 하면 많이 찾아오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행사를 준비할 때 늘 어렵고 고민이 되는 부분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은 행사를, 좋은 전시를 열었다.’하고 기록만으로 끝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곳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어서 많이 찾고 즐기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렛츠롤’도 그 일환으로 개최한 행사이고요.”(박수민)

“파워플랜트에서 다양한 행사를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항상 해보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학교 안에 있는 문화예술 기관으로서 이런 행사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계속 고민해요.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준비 단계에서는 알 수 없으니까요.” (박지윤)
박수민 선생님(좌)과 박지윤 전문위원(우)
박수민 선생님(좌)과 박지윤 전문위원(우)
‘렛츠롤’ 행사는 두 분의 고민과 노력에 답하듯 큰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마무리됐어요. 캠퍼스에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던 파워플랜트는 이제 문화와 에너지를 불어넣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변화무쌍한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라고요. 콘서트, 컬래버레이션 전시, 학생들의 실험적인 작품 등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올 파워플랜트를 기대하겠습니다!

“파워플랜트에서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가지고 심도 있게 풀어가는 행사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 주제들도 어렵지 않게, 즐겁게 만들어서 ‘파워플랜트에 가면 신나는 일이 생긴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으니 많이 찾아주세요!” (박수민)

“공간 자체를 사랑하게 되면 무엇을 하든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렛츠롤’ 행사가 그 가교역할을 해서 여러분이 파워플랜트와 많이 친해지셨기를 바라요. 앞으로도 파워플랜트가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한 단계 깊게 알아갈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도록 고민을 하고 있으니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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