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번째
마음을 배달하는 히잡 소녀
한국인도 선뜻 나서기 힘든 자원봉사를 기쁜 마음으로 이어가는 외국인 학생이 있어요. 바로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우리 학교 공대 에너지자원공학과로 입학한 20학번 즈바리 오마이마(JBARI OMAYMA) 학생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겠어서 기숙사서 혼자 지내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밥 먹고 그랬었는데 1학기가 끝나가면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오랫동안 가고 싶던 한국에 왔는데 그냥 재미없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동아리도 들고 봉사활동도 시작했어요.”

한국이 좋아 서울에 왔지만 오마이마는 코로나 때문에 무엇하나 자유롭게 하기 어려웠대요. 그때 생각한 것이 모로코에서도 고등학생 때까지 쭉 이어온 자원봉사. 작년 8월 그 더운 날, 오마이마는 어르신을 위한 점심을 만들어 제공하는 종로의 한 사회복지기관을 찾아 한국에서의 첫 봉사를 경험했어요.
“가기 전에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내가 이상한 단체에 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 있었는데 가보니까 그런 거 아니고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어르신들에게 드릴 도시락을 만들고 식사하시면 설거지하고 그런 봉사였어요.”

히잡을 두른 낯선 모습이 혹시나 어르신들을 당황시키지 않을지, 오마이마는 처음에는 어르신과 덜 마주칠 수 있는 설거지 역할을 자청했어요. 쉴 틈 없이 밀려드는 식기를 깨끗이 두 시간 동안 닦고 정리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함께 봉사 온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코로나로 답답했던 마음도 풀고, 무엇보다 봉사활동의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오랜만에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나중에는 어르신께 직접 음식을 드리는 일도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어르신들이 정말 반가워 해주시고 어떤 어르신은 헬로우? 땡큐! 하시고. 외국인이 여기까지 와서 봉사한다고 고맙다고 하셔서 뿌듯했어요.”
급식소에서의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오마이마는 쪽방촌 연탄배달, 도배 봉사까지 하게 됐어요. 더운 나라에서 자라 ‘연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돕겠다 나섰던 오마이마는 그날 저녁 너무 힘들어서 밥숟가락을 들기도 어려웠대요. 하지만 도배에 비하면 연탄배달은 쉬운 편이었어요.

“영등포역 근처에 있는 쪽방촌에 가서 오래된 벽지를 뜯고 새로 도배를 했는데 방들이 너무 좁기도 하고 습하고 힘들었어요. 우선 짐을 다 빼야 하는데, 짐을 빼니까 갑자기 벌레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살충제를 뿌렸는데 원래 있던 냄새랑 살충제 냄새랑 섞이면서 숨쉬기가 힘들었어요. 하고 나서 ‘이건 봉사로 해결할 게 아니고 재개발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로코의 작은 도시에 살던 오마이마는 한국에서 온 봉사단원들과의 인연으로 오래전부터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어요. 많은 선진국이 있지만 이곳으로 유학을 결심한 것도 그런 영향이 컸죠. 하지만 높은 건물 숲으로 가려진 이면의 풍경을 보는 것은 외국인으로서는 겪어보기 힘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어디를 가든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한국의 노인 빈곤은 상상도 못 했어요. 연탄 나르는 일을 하고 큰길로 나오는데 조금만 걸으면 갑자기 화려하고 큰 건물들이 나왔어요. 다른 두 세상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걸 보니까 좀 놀라웠어요. 여기서 저기로 넘어가는 걸음이 무거웠던 것 같아요.”
이제 본격적인 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조금 바빠졌지만 친구들을 만나고 봉사활동도 소개해줄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는 오마이마.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앞으로의 계획도 소개해줬어요.

“‘봉사’라고 하면 다들 고생하고, 피곤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보다 봉사갈 때 만나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어르신들과 주고받는 감사 인사가 떠올라요. 그래서 갈 때마다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너무 기대돼요. 나중에는 봉사단체 서울대지부를 만들어서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운영도 하고 싶어요.”

봉사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을 나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오마이마. 오마이마 학생의 바람이 올해 꼭 이뤄지기를 스누새도 마음을 함께 할게요.
답장 (12)
  • 비둘기
    비둘기
    마음씨 따뜻한 즈바리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될텐데, 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다만, 이번 스누새 편지의 제목을 굳이 '히잡소녀'라는 특징을 짚어서 지었어야했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스누새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그저 외견적 특징으로 부르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요?
  • 아비
    아비
    오마이마 학생의 순수함과 젊음에 감동을 받습니다
    이렇게 한국을 보면서 한국을 경험하고, 더 나아가 전세계의 인류공동체를 보게 될 것을 믿습니다,
    오마이마 학생의 그 가치를 지지합니다,
  • 딱따구리
    딱따구리
    메일함을 열었을 때 스누새 편지가 와 있으면 대강이라도 항상 읽는 편이긴한데 오늘처럼 글의 주인공에게 메일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건 처음이에요. 유학온 나라에서 코로나를 맞이하게 된 상황만을 탓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찾고, 또, 그 경험을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는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숙연해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논병아리
    논병아리
    아침부터 마음 따뜻해지는 소식이네요. 오마이마 학생의 예쁜 마음에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 찌르레기
    찌르레기
    스누새에게 듣는 반짝 반짝 빛나는 JBARI OMAYMA 학생의 이야기는 정말 큰 감동이었어요.
    제가 많이 부끄러워지기도 해서 더욱 존경스럽네요.
    앞으로도 꿈을 이루어나가는 오마이마 학생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응원합니다.
  • 양진이
    양진이
    아침부터 마음이 훈훈해지는 글이네요~ 즈바리 씨 너무 멋있어요!!!!! 그리고 비둘기님 댓글보고 저도 깨닫고 가요.
  • 병아리
    병아리
    잊고 있던 봉사활동에 대해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 편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논병아리
    논병아리
    스누새편지와 댓글을 읽고 잠시나마 바쁜 일상도 되돌아보고, 앞으로 주어진 날들에 대해 생각해 본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마이마 학생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분들의 행복하고 희망찬 날들을 응원합니다.
  • 오리
    오리
    학교를 졸업하고 떠나있는 지금, 나의 대학생활은 어땠나 반성해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대학생활 내내 무언가 활동적인 일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사고가 나 자신에게만 머물러 있었지 남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네요. 오마이마 학생이 고국에서 먼 곳까지 와서도 남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행동하며, 그로부터 보람을 찾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부디 남은 대학생활 동안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찾아내어 전해준 스누새 팀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밀화부리
    밀화부리
    한 동안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사는 것에 치여 그런 느낌을 잊어버리고 있었네요. 머나먼 타국 땅에서 봉사활동까지 하며 지내는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메추라기
    메추라기
    기사 덕분에 봉사활동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메추라기
    메추라기
    스누새 편지들 좋지만... 여느 때보다 마음 따뜻해지고 생각거리도 많이 안겨주는 좋은 기사에요. 지인들과 나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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