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번째
누가 내 캠퍼스에 ‘고구마’ 키웠어!
가을하늘이 따가운 햇빛을 시원한 바람으로 바꾼 오후예요. 스누새는 산뜻한 바람결을 가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220동에 도착할 즈음 ‘피움’ 정원에서 반가운 참새 친구를 만났어요. 정원 조성 동아리 ‘피움’ 학생들이 고구마를 수확하는 날이어서 스누새와 참새는 한껏 기분이 들떠있었죠. 학생들은 방금 캐낸 흙 내음 가득한 고구마를 상자에 담고 있었어요.

유난히 후텁지근했던 6월, 동아리 학생들이 밭 한쪽을 일궈서 고구마를 심었어요. 고구마는 벌써 자라서 밭을 온통 덮어버렸고 땅에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장갑을 낀 손이 바쁘게 움직이자 빽빽한 고구마 줄기가 잎사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어요. 흙을 살살 파헤치며 고구마 줄기를 들어 올리니 토실토실한 고구마가 선명한 자줏빛을 뽐냈어요.
‘피움’ 정원에서 방금 캐낸 고구마
‘피움’ 정원에서 방금 캐낸 고구마
“고구마는 기는 작물이어서 잎과 줄기가 땅바닥에 납작하게 퍼지면서 자라요. 6월 말에 심어서 10월쯤 수확하죠. 열대작물이어서 너무 추워지기 전에 캐야 해요. 수확한 고구마는 상자 안에 신문지를 깔고 말려줘야 해요.” (식물생산과학부 김주호 학생)

‘피움’은 2015년에 문을 열었어요. 캠퍼스 내 틈새 공간을 활용하는 동아리인데요. 220동과 200동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식물을 키우고 있어요. 농업생명과학대 학생들은 물론 기계공학, 경제학, 수리과학 등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활동해요. 전공은 다르지만, 식물에 쏟는 애정은 모두 한마음으로 통해요.
틈밭부는 모종을 심어 열매를 맺고 거두는 과정을 매우 가치 있는 활동으로 생각해요
틈밭부는 모종을 심어 열매를 맺고 거두는 과정을 매우 가치 있는 활동으로 생각해요
“학교에서 식물을 기르며 힐링하는 동아리로 느껴져서 가입했어요.” (수리과학부 김민성 학생) “1학년 때 전공수업을 들었는데 식물을 만지면서 기르는 실습이 많지 않았어요. 제가 식물을 좋아하는데 주변에 원하는 식물을 심고 가꿀만한 환경이 없었어요. 마음껏 식물을 기르는 동아리를 찾던 중에 ‘피움’을 발견했어요.” (식물생산과학부 김태은 학생)

‘피움’은 틈밭부와 정원부, 특별활동부로 나뉘어요. 틈밭부는 채소를 중심으로 재배하고 정원부는 꽃, 허브 같은 화훼류를 재배해요. 특별활동부는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포푸리와 꽃다발 만들기, 식물원 견학 등을 갑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번개모임은 단톡방에서 자유롭게 열려요.
정원부는 꽃을 심어요. 씨앗을 틔워 꽃을 피우는 시간까지 함께 참여하죠.
정원부는 꽃을 심어요. 씨앗을 틔워 꽃을 피우는 시간까지 함께 참여하죠.
“식물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집에서도 식물을 많이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집에서 키우면 식물 종류에 한계가 있고, 햇빛과 공간이 부족해요. 잘 보살피지만, 밖에서 키우는 것만큼 자라지 못해요. 학교에서 키울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정원에서 식물을 키우는 동아리가 있었죠. 1학년 1학기부터 동아리에 들어왔어요.” (식물생산과학부 김주호 학생)

“식물을 좋아해서 기숙사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었어요. 키울 방법을 고민했는데 땅이 있는 ‘피움’을 만나게 됐어요.” (식물생산과학부 황민준 학생)

“전공 공부가 힘들었던 시기에 ‘피움’을 알게 됐어요. 들어오기 전부터 작물 키우기와 식물에 관심이 많았죠. 지금은 식물 기르기가 삶의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기계공학부 위석범 학생)

“처음에는 이런 동아리가 있는 줄 몰랐어요. 같은 과 친구들이 ‘피움’에 많았고 ‘피움’ 회장님과 같은 수업을 들었는데 강력하게 추천하셔서 가입했어요. 올해부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식물생산과학부 이승환 학생)

‘피움’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니 부원들은 서로 마음이 각별해요. ‘피움’ 가입 전과 후로 인생이 달라질 만큼 소중하죠.
‘피움’ 정원부에서 키운 알리움, 율마, 수국, 팬지, 비올라, 데이지
‘피움’ 정원부에서 키운 알리움, 율마, 수국, 팬지, 비올라, 데이지
“1학기에는 공부하기 싫고, 친구가 많이 없었어요. 몹시 어두운 학교생활이었죠. 하지만 ‘피움’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친해졌죠. 동아리방에 가면 항상 재미있는 일이 생겨요. 동아리 분위기가 가장 큰 장점이에요.” (식물생산과학부 이승환 학생)

“공대생이어서 윗공대에 앉아서 보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피움’에 와서 꽃과 작물을 신경 써서 기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어요. 활동이 힘들지 않고 학업 스트레스가 풀려요.” (기계공학부 위석범 학생)

“부원들과 어울려 식물을 키우면 마음이 편안해요. 제 권유로 들어온 친구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가 사람들이 좋아서 동아리에 남아있어요.” (수리과학부 김민성 학생)

“예전에는 곤충과 동물에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식물을 키우면서 자주 흙과 곤충을 접하니까 지렁이, 굼벵이, 개구리한테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요.” (식물생산과학부 김태은 학생)

“‘피움’ 정원이 식물이 자라기 좋은 조건이 아니에요. 늘 신경이 쓰여서 주말에도 정원에 나와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로 애착이 가요. 보살핀 만큼 성취감이 큽니다.” (식물생산과학부 김주호 학생)

‘피움’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작물을 가꿔요. 밭에 나가면 당번일지를 써서 온라인 카페에 올려서 소통해요. ‘피움’ 정원을 채우는 1년 작물은 회의로 결정해요. 임원이 뽑히면 작년 농사를 돌아보고 제안을 해요. 제안한 농작물은 논의를 거쳐서 목록으로 만들어요. 여기에 틈밭부와 정원부에서 심고 싶은 작물을 추가해서 투표할 농작물을 계획해요.
‘피움’ 정원을 채우는 1년 작물은 회의로 결정해요
‘피움’ 정원을 채우는 1년 작물은 회의로 결정해요
“이효범 지도 교수님이 큰 도움을 주세요. 우리가 짠 정원 계획에 조언을 해주시고 동아리방에 LED를 달아서 미니 육묘장을 설치할 때,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주셨어요. 가격이 비싼 나리 구근을 30여 개나 기부해 주셨고요.” (식물생산과학부 김태은 학생)

‘피움’은 1년에 한 번 중앙동아리에 지원하는 지원금과 활동기에 걷는 부원들의 회비를 더해서 운영해요. 졸업한 선배들이 기부해 준 각종 농기구와 회비는 ‘피움’을 든든하게 채워주죠.

220동에는 채소와 국화, 수국, 율마, 튤립, 알리움이 자라고 있어요. 봄에는 토마토, 딸기, 당근 등을 수확했는데요. 가을에는 바질, 고추, 배추, 무가 크고 있어요. 올가을에 ‘피움’은 손수 키운 배추와 무로 김장하기가 목표예요. 200동 정원에는 키가 작은 팬지, 비올라, 데이지가 꽃을 피웠어요.
‘피움’ 틈밭부에서 키운 손가락 당근, 딸기, 토마토, 수확한 바질로 만든 토르티야 피자
‘피움’ 틈밭부에서 키운 손가락 당근, 딸기, 토마토, 수확한 바질로 만든 토르티야 피자
여름에 수확한 손가락 당근은 씻어서 그 자리에서 부원들과 먹었어요. 감자는 농사가 잘돼서 친구들에게 찐 감자를 나눠줬어요. 바질은 MT에서 토르티야 피자가 되었어요.

식물 재배 방법을 탐구하는 학생, 화목한 동아리 분위기에 이끌려 ‘피움’에 스며드는 친구들, 부원들이 친근하게 느껴져서 어떤 활동도 재미있는 학생, 공부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학생, 취미였던 작물 재배를 진로와 연결하는 학생이 ‘피움’을 가꿔요.
겨울 내내 고구마는 내년 ‘피움’ 정원을 손꼽아 기다릴 거예요
겨울 내내 고구마는 내년 ‘피움’ 정원을 손꼽아 기다릴 거예요
고구마는 따뜻한 곳에 보관해서 다음 해에 다시 심는데요. 싹이 돋아난 고구마를 통째로 땅에 심으면 고구마가 뿌리를 내려요. 땅속에서 고구마는 동글동글 쑥쑥 자랍니다.

“기계공학부는 수학, 물리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공부하면서 식물을 기르고 여러 활동을 하면 그 순간은 속세를 탈출한 것처럼 평온해요. 로봇공학이나 기계공학과 연관된 진로를 염두에 뒀었는데요. 생각 중이지만 식물과 기계공학을 접목해서 스마트팜이나 생체모방공학을 연결한 연구 분야를 찾고 싶어요.” (기계공학부 위석범 학생)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랑 비슷해도 ‘피움’에서 식물을 직접 키워보면 책으로 보는 것과 달라요. 책을 찾아보면서 농사를 지으면 완전한 내 지식이 돼요.” (식물생산과학부 김태은 학생)

뜨거운 여름에 ‘피움’ 학생들이 정성 들여 키운 고구마가 상자에 빠짐없이 담겼어요. 스누새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쉴 새 없이 환하고 밝게 답하던 학생들의 표정들도 하나하나 챙겨 넣었고요. 그리고 겨울 내내 고구마는 내년 ‘피움’ 정원을 꿈꾸며 손꼽아 기다릴 거예요.
답장 (8)
  • 기러기
    기러기
    동아리 소개제에서 “피움”이라는 동아리를 알게 되어 다양한 꽃만 심는 줄 알았지만, 이렇게 고구마, 당근, 딸기 등 다양한 작물들도 직접 기르는 걸 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드네요!졸업하기 전에 꼭 들어기고 싶은 동아리네요 ㅎㅎ도시에서는 하기 어려운 것들을 학교에서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네요!
  • 까마귀
    까마귀
    예전에 220동 근처를 지나가며 학생들이 심은 씨앗에서 새싹이 돋아 많이 성장한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저는 집에서 식물을 키우며 유기농으로 재배해 먹고 있는데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간혹 주위에 벌레들이 많아 손이 많이 가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매년 소소한 기쁨을 맛봅니다. 학생들도 손수 재배한 것들을 또 어려운 계층에 전달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마음이 훈훈해 지네요.
  • 올빼미
    올빼미
    도심 속 자연이 느껴지네요! 피움을 응원합니다
  • 딱따구리
    딱따구리
    '피움'에 대해 들어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동아리인지 몰랐어요 저도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입하고 싶어지네요 ㅎㅎ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드립니다¡
  • 종다리
    종다리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면 이렇게 식물키우는 동아리에 들어가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중간에 작은 딸기랑 토마토 너무 귀여워요!
  • 마도요
    마도요
    와, 진짜 멋진 활동이네요! 학교에서 고구마 키우고 수확하는 거 정말 재미있고 힐링 그 자체일 거 같아요. 스트레스 풀면서 인생 경험까지 할 수 있다니!
  • 뜸부기
    뜸부기
    학교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정말 좋네요. 꽃도 키우고 작물도 수확해서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가치 있고 보람찬 일일 것 같아요. 정원에서 스누새가 참새 친구를 만난 얘기도 너무 귀여워요ㅎㅎ
  • 양진이
    양진이
    스누새도 처음 알고 '피움'도 처음 알았어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대학생활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는 학생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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