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어요. 시원한 바람이 전해준 종이 한 장을 읽게 되었죠. '데디리'라고 쓰인 색다른 강의였어요. 강의 이름은 ‘데이터로 디자인하는 리더십’인데요. 수업마다 교수님 세 분과 조교 선생님 여섯 분, 110명의 학생이 다 같이 참여해서 만드는 수업이라니 정말 궁금했어요. 스누새는 빠르게 날개를 움직여 강의실로 서둘러 날아갔어요.
‘데이터로 디자인하는 리더십’. 조금 생소하게 들리시나요? 지난 1학기에 개설되었던 서울대학교 베리타스 시범수업의 이름인데요. '지속가능한 캠퍼스 환경 개선'을 주제로 데이터와 디자인, 리더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학문이에요.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도출하는 ‘협업 토론 수업’이라고 해요.
“학문 세계에 들어가려면 신념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거든요.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죠.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사고하는 방식,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강의는 고길곤 행정대학원 교수님과, 이장섭 디자인학부 교수님, 이찬 첨단융합학부 교수님이 함께 해주셨어요.
‘데이터로 디자인하는 리더십’. 조금 생소하게 들리시나요? 지난 1학기에 개설되었던 서울대학교 베리타스 시범수업의 이름인데요. '지속가능한 캠퍼스 환경 개선'을 주제로 데이터와 디자인, 리더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학문이에요. 문제를 찾고 해결방법을 도출하는 ‘협업 토론 수업’이라고 해요.
“학문 세계에 들어가려면 신념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거든요.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죠. 그렇게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사고하는 방식,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강의는 고길곤 행정대학원 교수님과, 이장섭 디자인학부 교수님, 이찬 첨단융합학부 교수님이 함께 해주셨어요.
이찬 첨단융합학부 교수
“수업이 있는 날은 오전에 교수님 세 명과 조교 선생님 여섯 명이 모였어요. 그날 수업 내용을 미리 논의하고 점심 식사를 함께한 뒤 수업했죠. 교수들의 팀워크가 핵심 열쇠였죠.” 〈이찬 교수〉
“실험적인 수업이어서 당연히 따라오는 가변적인 상황이 있어요. 조율이 매주 필요했죠. 강의계획표가 있었지만 엄청난 유연성이 필요한 수업이었어요.” 〈이장섭 교수〉
교수님이 세 명, 조교 선생님이 여섯 명. 얼핏 들으면 수업 준비에 쏟는 수고로움이 절반으로 뚝 줄어든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러나 수업은 실험적인 시도가 많아서 오히려 세 배는 힘들었고, 매주 긴장을 놓지 못했다고 해요.
“실험적인 수업이어서 당연히 따라오는 가변적인 상황이 있어요. 조율이 매주 필요했죠. 강의계획표가 있었지만 엄청난 유연성이 필요한 수업이었어요.” 〈이장섭 교수〉
교수님이 세 명, 조교 선생님이 여섯 명. 얼핏 들으면 수업 준비에 쏟는 수고로움이 절반으로 뚝 줄어든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러나 수업은 실험적인 시도가 많아서 오히려 세 배는 힘들었고, 매주 긴장을 놓지 못했다고 해요.
‘데디리’ 수업 시간 전, 점심 식사 회의 모습
교수님과 조교 선생님들은 항상 다 같이 논의하고 자료를 공유하셨어요. 수업 성공을 바라는 열정이었죠. 고길곤 교수님은 행정학에서 테이터를 찾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이장섭 교수님은 소셜디자인과 디자인적 사고를 연결하셨어요. 이찬 교수님은 찾아낸 해결 방법이 실제로 쓰이도록 추진하는 리더십을 학생들에게 알려주셨어요.
교수님들은 새로운 형식의 수업을 준비하시면서 서로서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으셨다고 해요.
“이장섭 교수님은 디자인 분야 사회실험을 실제로 몇 년 동안 해보신 거예요. 저희는 생각만 했었는데 말이죠. 직접 경험한 결과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참, 괜찮구나'를 느꼈죠. 이찬 교수님이 '리더십 유형'을 설명하실 때는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시는구나 하면서 반성하기도 했고요.” 〈고길곤 교수〉
강의가 끝나면 교수님과 조교 선생님은 워크숍이 끝날 때까지 함께 평가하시고 토론에 참여하셨다고 해요.
교수님들은 새로운 형식의 수업을 준비하시면서 서로서로 깜짝 놀랐던 적이 있으셨다고 해요.
“이장섭 교수님은 디자인 분야 사회실험을 실제로 몇 년 동안 해보신 거예요. 저희는 생각만 했었는데 말이죠. 직접 경험한 결과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참, 괜찮구나'를 느꼈죠. 이찬 교수님이 '리더십 유형'을 설명하실 때는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시는구나 하면서 반성하기도 했고요.” 〈고길곤 교수〉
강의가 끝나면 교수님과 조교 선생님은 워크숍이 끝날 때까지 함께 평가하시고 토론에 참여하셨다고 해요.
이장섭 디자인학부 교수
베리타스 수업은 큰 틀에서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체험수업이에요.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고 배우는 강의로 염두하고 기획하셨어요.
“서울대학교 강의들은 대부분 지식 전달이 핵심이죠. '데디리' 수업은 달랐죠. 지식 전달 과정은 시작점일 뿐이었어요. 학생들끼리 또는 학생과 교수님 혹은 학생과 조교 선생님이 응용하면서 지식을 형성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고길곤 교수〉
“수업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필요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 할 수 있을까였죠. 그때 떠오른 것이 학생들에게 뚜렷한 방향성을 알려준다면 스스로 해내겠구나. 문과 지식이 있는 친구는 글을 잘 쓸 테고, 공학 지식이 있는 친구는 코딩을 잘하겠구나. 사회과학 지식이 있는 친구는 지식을 엮어서 논리적인 틀로 만들어내겠구나. 생각을 두 분 교수님께 제안했는데 다행히 똑같은 접근방법을 갖고 계셨어요.” 〈고길곤 교수〉
“서울대학교 강의들은 대부분 지식 전달이 핵심이죠. '데디리' 수업은 달랐죠. 지식 전달 과정은 시작점일 뿐이었어요. 학생들끼리 또는 학생과 교수님 혹은 학생과 조교 선생님이 응용하면서 지식을 형성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고길곤 교수〉
“수업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필요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학생들이 할 수 있을까였죠. 그때 떠오른 것이 학생들에게 뚜렷한 방향성을 알려준다면 스스로 해내겠구나. 문과 지식이 있는 친구는 글을 잘 쓸 테고, 공학 지식이 있는 친구는 코딩을 잘하겠구나. 사회과학 지식이 있는 친구는 지식을 엮어서 논리적인 틀로 만들어내겠구나. 생각을 두 분 교수님께 제안했는데 다행히 똑같은 접근방법을 갖고 계셨어요.” 〈고길곤 교수〉
고길곤 행정대학원 교수
교수님들은 공통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강의 키워드를 '지속가능성'으로 정하셨어요. 다만 학생들이 수업에서 자기 삶과 동떨어진 문제를 다루지 않기를 바라셨어요.
“학생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찾으면서 일하는 방식과 사고하는 방법을 배워야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구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서울대학교의 삶과 연결된 문제에서 출발했어요. 학생들이 캠퍼스탐방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관찰하고 왜 벤치가 낡았지?, 왜 이렇게 쓰레기통이 부족하지?, 왜 흡연실은 없지?, 왜 커피숍에 대기 줄이 저렇게 길지? 같은 문제들을 찾는 연습을 하는 거죠. 삶 속에서 생기는 의문을 자신이 발굴하고 해결해서 기여에 이르는 기본 역할이 있어야 해요.” 〈고길곤 교수〉
“학생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찾으면서 일하는 방식과 사고하는 방법을 배워야 사회에 공헌할 수 있을 거라 여겼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구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서울대학교의 삶과 연결된 문제에서 출발했어요. 학생들이 캠퍼스탐방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관찰하고 왜 벤치가 낡았지?, 왜 이렇게 쓰레기통이 부족하지?, 왜 흡연실은 없지?, 왜 커피숍에 대기 줄이 저렇게 길지? 같은 문제들을 찾는 연습을 하는 거죠. 삶 속에서 생기는 의문을 자신이 발굴하고 해결해서 기여에 이르는 기본 역할이 있어야 해요.” 〈고길곤 교수〉
'데디리' 수업 중, 24개 팀 학생 발표 표지 모음
베리타스 수업은 교수님, 학생, 조교 선생님이 한 팀으로 만나서 고민하고 완성한 시간이었어요. 아직도 조교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앉아 구상하던 모습이 선명하다고 해요. 조교 선생님들은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을 들려주셨어요.
“버스정류장 혼잡을 어떻게 없앨 것 인가처럼 밀접한 생활주제는 학생들이 그림도 그려보고 데이터분석을 해서 발표했어요. 몇 가지 시나리오를 거치고. 모의실험을 하면서 해결했던 문제였죠. 좋은 결과를 낸 프로젝트여서 기억에 남아요.”
조교 선생님들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학생들 이름을 한 사람씩 외우셨다고 해요. 담임선생님처럼 다가갔어요. 소소한 의견도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이어지게 도와주셨어요. 조교 선생님이 준비하신 다과는 소규모그룹 토론 분위기를 편안하고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셨어요.
“학생들이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잘못된 부분이 보여요. 이렇게 방향을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하지만 수정사항만 전달하지 않았어요. 대신 주제에 관해 학생들이 알맞은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해결하고 답을 찾도록 이끌었어요.”
“버스정류장 혼잡을 어떻게 없앨 것 인가처럼 밀접한 생활주제는 학생들이 그림도 그려보고 데이터분석을 해서 발표했어요. 몇 가지 시나리오를 거치고. 모의실험을 하면서 해결했던 문제였죠. 좋은 결과를 낸 프로젝트여서 기억에 남아요.”
조교 선생님들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학생들 이름을 한 사람씩 외우셨다고 해요. 담임선생님처럼 다가갔어요. 소소한 의견도 자연스럽게 수업으로 이어지게 도와주셨어요. 조교 선생님이 준비하신 다과는 소규모그룹 토론 분위기를 편안하고 화기애애하게 만들어주셨어요.
“학생들이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잘못된 부분이 보여요. 이렇게 방향을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하지만 수정사항만 전달하지 않았어요. 대신 주제에 관해 학생들이 알맞은 질문을 던져서 스스로 해결하고 답을 찾도록 이끌었어요.”
왼쪽부터 조혜인 조교, 허우림 조교, 홍지영 조교
“팀 프로젝트를 강조하잖아요. 하지만 교수님과 조교 선생님들끼리 '협업'이 전제가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팀 프로젝트를 강요하지 못해요. 우리도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아서 해봐야 했어요. 겪어보면서 핵심을 가려내고 확산하는 게 중요해요.” 〈이찬 교수〉
“교수들과 협업하면서 서로의 강의 준비와 전달 방법을 경험했던 기간이 좋았습니다.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배운 점이 많았어요. 특히 신뢰를 갖게 돼서 의미가 큽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자율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인지 알게 됐어요.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길곤 교수〉
“제가 조교로서 느낀 것은 학생들이 두 가지 리더십을 배웠다는 거예요. 실제로 현장을 겪으면서 바꿨던 점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지도자가 되어 이끈 점이죠.” 〈홍지영 조교〉
“학생들이 수업 후에도 남아서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수업 자체에 몰입한 거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한쪽에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교수님, 학생, 조교 선생님이 한 팀으로 해결해 나가는 시간이어서 재미있었대요. 우리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디자인 사고 체계를 같이 배웠죠. 무엇보다 학생들과 가까워져서 좋았어요.” 〈최재아 조교〉
“조교들은 세 분의 교수님과 110명의 학생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어요. 교수님의 피드백은 학생에게, 학생 반응은 교수님께 전달하면서 수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도왔죠. 학생들은 다른 과목에서 생긴 고민, 학교생활 등을 저희에게 털어놓기도 했어요. 어려운 점을 도와주며 형성한 관계가 수업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조혜인 조교>
“교수들과 협업하면서 서로의 강의 준비와 전달 방법을 경험했던 기간이 좋았습니다. 수업하면서 학생들에게 배운 점이 많았어요. 특히 신뢰를 갖게 돼서 의미가 큽니다. 학생들이 얼마나 자율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인지 알게 됐어요.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길곤 교수〉
“제가 조교로서 느낀 것은 학생들이 두 가지 리더십을 배웠다는 거예요. 실제로 현장을 겪으면서 바꿨던 점과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지도자가 되어 이끈 점이죠.” 〈홍지영 조교〉
“학생들이 수업 후에도 남아서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수업 자체에 몰입한 거죠.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한쪽에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교수님, 학생, 조교 선생님이 한 팀으로 해결해 나가는 시간이어서 재미있었대요. 우리도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디자인 사고 체계를 같이 배웠죠. 무엇보다 학생들과 가까워져서 좋았어요.” 〈최재아 조교〉
“조교들은 세 분의 교수님과 110명의 학생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어요. 교수님의 피드백은 학생에게, 학생 반응은 교수님께 전달하면서 수업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도왔죠. 학생들은 다른 과목에서 생긴 고민, 학교생활 등을 저희에게 털어놓기도 했어요. 어려운 점을 도와주며 형성한 관계가 수업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조혜인 조교>
왼쪽부터 민태홍 조교, 최재아 조교
2025년에는 학부 대학 신설과 더불어 공통교육과정 '베리타스'가 시행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셨어요.
학생들이 결과를 얻는 수업이 아니라 과정을 얻는 수업으로 고민하고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해요. 대학교에 오기까지는 똑 부러지는 정답을 찾는 과정이었잖아요. 그런데 현실 속 사회문제는 정답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내가 아무리 똑똑해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불완전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해요.” 〈이장섭 교수〉
“학생들은 학점을 얻고 지식을 배우는 것이 수업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참여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결과를 얻는 수업이 아니라 과정을 얻는 수업으로 고민하고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토론하고 대화하고 타인을 알아가며 성장한다면 수업이 갈수록 흥미로울 겁니다.” 〈고길곤 교수〉
“학생들은 학점을 얻고 지식을 배우는 것이 수업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참여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결과를 얻는 수업이 아니라 과정을 얻는 수업으로 고민하고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토론하고 대화하고 타인을 알아가며 성장한다면 수업이 갈수록 흥미로울 겁니다.” 〈고길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