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다섯 번째
‘나’를 찾는 그대에게
남보다 내가 우선인 무한 경쟁 사회에서 더욱 돋보이는 사람은 타인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이 아닐까요?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되었다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뿌리를 조심스레 찾고 있는 해외 입양인에게 특별한 나눔을 이어오고 있는 김정아 식품영양학과(21학번) 학생을 만났어요.

“해외 입양인들은 자신의 모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요. 인터넷이나 온라인 방송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제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의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아 학생이 대학생으로서 맞는 지난해 첫 여름방학, 좀 더 의미 있고 알찬 시간을 보내고 싶어 ‘사회봉사 교과목 1’을 선택했대요. 필수 과목이 아닌데도 망설임 없이 수강을 신청한 이유는 봉사가 주는 기쁨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고등학생 때부터 교육 봉사활동을 해 온 정아 학생은 이번엔 좀 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해외입양인연대(Global Overseas Adoptees' Link)’에서 펼치는 봉사 활동에 지원했대요.
‘사회봉사2’ 수업 활동 모습과 직접 만든 수업 내용
‘사회봉사2’ 수업 활동 모습과 직접 만든 수업 내용
“어릴 때 해외로 입양된 분들에게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알려 드리는 게 제가 할 일이었어요. 미국, 호주, 노르웨이, 독일 등 사는 곳도 다르고, 30대부터 5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죠. 일주일에 한두 번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90분 수업을 약 10회 진행해야 했어요. 수업 주제, 진행 방식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했고요. 처음에는 부담이 정말 컸어요.”

정아 학생은 유단자로서 태권도 시범을 보여주기도 하고, 최신 K-POP를 피아노로 연주하거나, 수업으로 들었던 한국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서울권 대학을 직접 탐방해 브이로그 영상을 찍어 보여주기도 하고요. 정아 학생의 열정과 진심이 통한 걸까요? 해외 입양인들도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지켜보기 시작했다고 해요.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내가 잘하는 것부터 보여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내가 느끼고 즐기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자고 마음먹으니 자신감도 붙고, 서로 편해지더라고요. 제가 무엇을 하든 재미있게 봐주시고, 매번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셨어요.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지금의 한국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수묵화 수업 자료
수묵화 수업 자료
한 학기를 마치고 난 뒤 자신감이 부쩍 붙은 정아 학생은 큰 고민 없이 바로 2학기에 ‘사회봉사 교과목 2’를 신청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도전이 정아 학생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바로 ‘한글 교육’이었어요. 영어도 아직 서투른데, 한글을 읽고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네요.

“난생처음으로 한국어 교재도 찾아보면서 저도 공부를 많이 했어요. 한 분은 미국인, 한 분은 노르웨이 분이셨는데 정말 열정적으로 공부해 주신 덕분에 마지막 10주 차에는 ‘읽다’ 같이 어려운 단어까지 잘 읽으시더라고요. 정말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이었죠.”
김정아 학생
김정아 학생
우리 학교는 2005년부터 매년 사회봉사활동 체험수기 공모전을 통해 따뜻한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어요. 정아 학생은 이번 사회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공모전에 도전해 상을 받기도 했어요.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 온 봉사활동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해 두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거든요.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이 해외 입양인들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으니 정말 기뻤어요.(웃음)”
줌으로 진행된 ‘사회봉사1’ 수업 모습
줌으로 진행된 ‘사회봉사1’ 수업 모습
한국의 해외 입양 역사는 1950년부터 지금까지 약 70년이나 이어져 오고 있어요. 지금도 해외 입양인들은 나의 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해외 입양인들의 다양한 사연과 각자의 고민을 듣다 보면 여전히 우리 사회가 그들을 위한 관심과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해외 입양인들을 만나기 전에는 저도 별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들의 경험을 곁에서 직접 들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어려움을 겪고 계시더라고요. 정체성에 대한 고민부터 자신을 버린 한국에 대해 애정을 품는 마음까지…. 무엇보다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엄청났어요. 저보다 한국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아는 분들도 여럿 계셨고요. 그분들의 마음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게 감사할 뿐이죠.”
직접 만든 한국어 교육 자료
직접 만든 한국어 교육 자료
정아 학생은 내년에도 ‘사회봉사 교과목 3’을 수강한다고 하네요. 이번에도 ‘해외입양인연대’에서 해외 입양인들의 모국 방문 안내 등의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해요.

“그분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뜨거운 열정이 온몸으로 느껴져요. 각자 시차가 달라도 시간 맞춰 저를 만나러 오시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분들은 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한국을 경험할 수 있어 고맙다고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제가 받은 게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입시를 위해서 하는 봉사가 아니라 진짜 내 마음이 시켜서 하는 봉사가 더 의미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어요. 다른 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나눔으로 마음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봉사활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이 훨씬 넓어졌다는 정아 학생. 남을 위한 작은 마음 덕분에 삭막했던 우리 사회가 좀 더 포근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따뜻함이 모두의 마음에 전해져 세상의 나눔 온도가 점점 더 높아지길 스누새는 바라봅니다.
답장 (1)
  • 꼬리치레
    꼬리치레
    멋져요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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