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창설돼 7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대 태권도부. 최근 K 문화와 전통에 관심이 높아지며 태권도의 인기는 한국인, 외국인 구분없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열린 ‘가을 동아리소개제’의 태권도부 부스에서도 그 뜨거운 인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열정 가득찬 대학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태권도부를 만나 태권도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어요.
“태권도에는 정교한 기술이 무척 많아요. 발차기를 할 때도 상대방을 무조건 세게 때리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힘으로 상대에게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죠. 그러다 보니 발차기 기술 하나도 제대로 배우려면 많은 수련이 필요해요. 쉽지 않지만 연습한 만큼 실력을 갖출 수 있는 정직한 운동이에요. 저는 초등학생 때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었는데 대학생이 된 후 그때의 열정이 다시 불타올라 태권도부에 들어왔죠.” (김영연 물리천문학부 20학번·주장)
서울대학교 태권도복
서울대 태권도부는 1954년에 처음 문리대에서 창설해 단과대별로 운영되다 1972년 통합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어요. 어릴 때 배웠던 태권도를 다시 경험하고 싶어 온 부원부터 건강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또는 예상치 못했던 위험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온 부원까지 130명의 학생들이 함께하고 있죠. 최근에는 외국인 학생들의 가입도 크게 늘었다고 하네요.
“동아리의 홍보부스에 샌드백과 데시벨 측정기를 두고 가장 높게 차는 사람과 큰 소리를 내서 차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열었어요. 부원들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외국인 학생들의 관심이 유독 높았어요. 3년 만에 개최된 동소제 이후 40명 넘는 신입 부원들이 가입해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오하민 인문계열 21학번)
가을 동아리소개제 태권도부 부스
“태권도는 보는 것만으로도 멋지지만 직접 해보면 더 매력적인 운동이에요. 지구력, 근력, 유연성, 순발력 같은 체력의 여러 요소가 모두 필요하고 겨루기를 할 때면 상대방을 통해 나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도 있죠. 저는 스코틀랜드 본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을 만큼 태권도에 관심이 무척 많았어요. 종주국에서 한국 학생들과 함께 태권도를 배우는 경험이 무척 특별해요.” (릴리 국어교육과 교환학생)
김민서 학생(왼쪽), 릴리 학생
서울대 태권도부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겨루기’에 특화됐다는 점인데요. 어린 시절 태권도를 시작하면 주로 배우는 품새와는 달리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해 전략을 짜고 경기 내내 지치지 않도록 강인한 체력을 기르는 일은 유단자 학생들에게도 쉽지 않다고 해요. 신입생 때 처음 태권도를 접했다는 김민서 학생은 첫날을 겨루기로 시작했다고 해요.
“기술을 하나도 모르는데 유단자 부원과 겨루기를 했어요.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끝났지만, 그날 이후로 선배들이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고, 발차기 기술을 하나씩 배워가니 겨루기가 점점 재밌어졌어요. 단순히 누군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술을 보고 배우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해 전략을 구성하며 합을 맞추는 것이 겨루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김민서 영어교육과 20학번·총무)
체육관에 위치한 태권도장에서 훈련 모습. 김세영 학생(왼쪽), 김영연 학생
“평소 기술을 배우고 가르칠 때 격의 없이 소통해야 실력을 키울 수 있어요. 신입 부원들이 많이 들어오는 학기 초에는 조를 지어 자주 만나며 관악산 등산도 종종 함께합니다. 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동아리인 만큼 졸업한 선배들과도 만남을 갖고 있어요. 코로나19로 계속 열리지 못했는데 이번 11월 5일에 태권도부 총동문회가 열릴 예정이에요.” (김영연 학생)
선배들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이를 후배에게 다시 가르쳐주는 과정은 부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정을 만들어냈어요. 겨루기 때 몸을 부딪히고 함께 땀 흘리며 마주하는 서로의 모습은 운동을 계속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고 하네요.
체육관에 위치한 태권도장에서 훈련 모습
“아버지께서 태권도장을 운영하셔서 4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어요. 4단까지 따며 선수 생활도 했었는데 그때는 강제로 하는 운동이 무척 싫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죠. 의무감으로 하던 어릴 적과 달리, 지금은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부원들에게 전해주고 저 역시 다른 학생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 기다려져요. 비로소 태권도를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김세영 농경제사회학부 20학번·훈련부장)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과 가족 같은 분위기는 실력으로도 이어졌어요. 지난해 12월에는 아마추어 대회 중 가장 큰 규모인 ‘제42회 전국대학 태권도동아리 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종합 1위, 남자부 종합 3위를 차지했어요. 대회 한 달 전부터 평일, 주말할 것 없이 3시간씩 고된 훈련이 이어지지만 겨루기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부원들에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해요.
왼쪽부터 오하민, 김민서, 릴리, 김영연, 김세영 학생
“대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훈련의 동기부여가 되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겨루면서 내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어 보통 30명씩 꾸준히 출전하고 있어요. 전자 호구가 도입되면서 태권도를 지루한 스포츠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아마추어 대회는 일반 호구를 사용하고 심판이 기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라 볼거리가 무척 많아요. 몸을 날리는 고난도 기술이 나올 때면 대회 분위기도 바뀌죠. 그 열기를 생각하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오하민 학생)
부원들은 이 같은 태권도의 즐거움을 더 많은 학생들과 나누고 싶다고 전했어요. 학업과 병행하는 것이 부담될 거란 예상과 달리 훈련을 마치고 나면 오히려 운동했던 집중력을 공부하는 데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해요.
제42대 전국대학 태권도동아리 선수권 대회에서 여자부 1위의 성적을 거뒀다.
오는 11월에 개최될 전국대학 선수권대회를 위해 모두 즐거운 땀을 흘리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었어요. 지난해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올해는 여자부, 남자부 모두 종합 1위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요.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부와 운동 모두에 최선을 다하는 태권도부의 열정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지길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