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한 번째
우리 학교를 우리가 복구하는 것은 어떨까요?
지난 8월 8일, 점심때부터 비가 무섭게 쏟아졌어요. 하늘에 구멍이 났나 싶을 정도였죠.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날 밤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면서도 믿지 않았어요. 다음날 토사가 학교 강의실과 복도를 뒤덮고 있었고, 지진이 난 듯 도로며 계단이며 온갖 학교 시설물들이 부서져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지난 폭우에 서울대 관악캠퍼스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폭우에 서울대 관악캠퍼스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폭우에 서울대 관악캠퍼스 곳곳이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러던 중에 스누새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어요. 우리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캠퍼스를 복구 하자고 했다는 거에요. 총학생회에도 이런 이야기가 전달돼 학교와 상의를 거쳐 바로 봉사단을 모집했다고 해요. 온라인 커뮤니티, SNS, 학과별 공지 단톡방 등을 통해서 모집 소식이 전해졌는데, 무려 350명이 넘는 학우들이 지원해주었다네요.
“봉사 첫날 참가자 모집은 공지한 시간이 8시간이 채 안 됐어요. 그런데도 첫날만 200명 정도가 지원했어요. 사전에 신청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면서 보고는 참여하겠다고 한 학우들도 많고, 어떤 분은 공익근무 중인데도 월차를 내고 오기도 했어요. 코로나 확진으로 못 오게된 학생은 간식을 보내주기도 했고요.” (김지은 총학생회장, 조선해양공학과 18학번)

“시간대별로 꾸준히 20명 정도씩 참여해주고 있어요. 하루종일 활동한 학우도 있고요. 처음에는 한두 시간만 한다고 신청했다가 직접 와서 현장 상황을 보고 ‘더 해야겠다’면서 풀타임으로 작업하고 가시는 분들도 진짜 많았습니다.” (조재현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자유전공학부 20학번)
흘러내려온 토사를 모아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는 모습
흘러내려온 토사를 모아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는 모습
수해 복구 봉사작업의 둘째 날, 사범대 카페 앞에서 모두가 삽을 들고 모래를 퍼 나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무더운 날씨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도 모두가 다 한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이에요. 경제학부 친구와 함께 왔다는 경영대 학생, 운동하러 가는 대신 작업하러 왔다는 체육교육과 학생, 힘들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야 빨리 끝나지 않겠냐는 지리학과 학생 등등, 전공과 상관없이 학교 건물이 망가졌다는 소식에 다들 함께 팔을 걷어붙였어요.
왼쪽부터 노시현 경제학부 20학번-안수민 경영대 22학번, 정희재 지리학과 19학번, 김도엽 체육교육과 22학번
왼쪽부터 노시현 경제학부 20학번-안수민 경영대 22학번, 정희재 지리학과 19학번, 김도엽 체육교육과 22학번
“처음에는 ‘그냥 조금 망가졌겠지’라로 생각했는데 와보니까 예상보다 상황이 많이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오늘 운동하러 가는 날이니까 운동하는 셈 치고 하루종일 여기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주말에 또 비가 많이 온다고 해서 지금은 모래주머니를 만들어 쌓아두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김도엽 체육교육과 22학번)
봉사 활동 참가 학생들이 만든 모래주머니
봉사 활동 참가 학생들이 만든 모래주머니
“비 오던 날 밤에 학교에 있었어요. 난리가 나던 차에 저는 학교 밖으로 빠져나왔는데, 상황을 보고 난 뒤 집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요. 봉사자 모집 글을 보고 바로 신청했어요. 작업이 힘들어도 이렇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그래도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황중현 물리천문학부 20학번)

“폭우 내린 다음 날 반방 상태가 좀 걱정이 돼서 학교에 왔었어요. 반방에 책도 많아 보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찾아보려고요. 그런데 풍산마당 버스 정류장부터 다 무너져 있는걸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도저히 금방 복구될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봉사활동 모집한다는 글을 보자마자 신청했어요.” (이우성 인문대학 22학번)
토사로 더러워진 강의실 의자를 물로 씻어내고 있는 모습
토사로 더러워진 강의실 의자를 물로 씻어내고 있는 모습
이런 학생들의 활동 소식에 학생지원과 등 학내외의 여러 곳에서 봉사활동 물품과 간식들을 지원해주셨다고 해요. 각 단과대 행정실, 교내 기술지주회사, 샤로수길의 카페, 지나가시던 교수님까지 적극 나서서 학생들을 격려해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모인 덕분에,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이틀째가 되던 날에는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초토화됐던 캠퍼스가 눈에 띄게 정리된 모습이었어요.

“첫날만 해도 정말 처참했죠. 여기 강의실이며 복도며 다 토사가 쌓여 있어서 길을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사범대 카페 쪽은 아예 지나갈 수 없었고요. 발을 디디면 신발이 다 젖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는데, 봉사에 참여해주신 학우분들과 시설 관리하시는 분들이 수작업으로 흙을 퍼내고 물로 닦아서 하루만에 이 정도로 깨끗해진거예요.”(조재현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김지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수해복구가 육체노동이잖아요. 여기 쌓여 있는 토사가 워낙 끈적끈적하고 날씨도 더운데도 봉사에 참여한 분들이 몸을 사리지 않으세요. 건물 안에 엄청난 양의 흙이 들어차 있었는데 봉사활동 3시간 만에 바닥이 보일 정도였어요. 조금 급하게 추진한 감도 없지 않은데 봉사활동이 이렇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이 먼저 제안하고 연락을 주신 게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한분 한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김지은 총학생회장)
이번 봉사활동은 많은 학우의 애정과 관심, 그리고 참여에서 시작됐기에 더욱 그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봉사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정말 기특하고, 감동적이었어요. 학생들의 우리를 위한 마음이 학내 곳곳에 전해져 수해의 현장이 하루 빨리 원상복구 되기를 스누새가 기원합니다.
답장 (6)
  • 논병아리
    논병아리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아직까지는 같은 마음을 가진 구성원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 딱따구리
    딱따구리
    뉴스와 영상을 보면서 서울대 침수 피해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구성원이 조그만한 힘을 합쳐서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 오리
    오리
    학생들의 따스한 마음이 전해지는 훈훈한 기사 잘 봤습니다.
  • 지빠귀
    지빠귀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고 매우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하루 빨리 학내 피해현장이 원상복구 되길 기원합니다.
  • 찌르레기
    찌르레기
    직접 참여하진 못했지만 여러 학우분들 덕분에 학교가 다시 원상복구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대 구성원의 귀감이 되는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었던 일인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도 학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 종다리
    종다리
    학생들의 따뜻한 모습에 감동하고 갑니다. 하루빨리 서울대학교가 침수 피해를 완전히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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