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번째
마음까지 돌봐드려요
바퀴벌레도 잡아주고, 술 취해 힘들어할 때 집도 찾아 데려다주고, 상처났을 때 소독도 해주고...

관악학생생활관(이하 생활관)이라고 불리는 관악캠퍼스 기숙사에는 26개의 건물이 있는데, 각 건물마다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관리해 주는 ‘동조교’가 있대요. 언니나 형처럼, 때론 엄마처럼, 때론 선생님처럼 입주자들을 챙겨주고 있죠. 서로의 고민과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동조교 30명, 대표조교 6명이 모두 모인 생활지도조교 하계연수에 스누새가 살짝 다녀왔어요.

생활관 운영을 위한 발전적인 아이디어 공유, 조교들의 업무·상담 역량 강화를 위한 정기 연수는 방학을 이용해 개최된대요. 이번 하계연수에는 코로나블루로 힘들어하는 입주자를 위해 학기 동안 실시한 ‘마음 건강 돌봄’ 프로젝트 결과 발표가 있었어요.
왼쪽부터 박찬무, 우명선, 송예민, 손현영, 박지상, 김영섭 동조교
왼쪽부터 박찬무, 우명선, 송예민, 손현영, 박지상, 김영섭 동조교
6,000명이 넘는 입주자들이 지내는 생활관은 학부생활관, 대학원생활관, 가족생활관, 글로벌생활관 등 건물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입주자도 다양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각 동의 특성을 살린 찰떡같은 기획력이 빛을 발했어요.

“92X(921~926)동의 ‘보테닉 해 볼테니?’는 반려식물 기르는 프로젝트였어요. ‘잠만 자는 고시원 같은 공간이 아닌 자신의 공간으로 느끼게 할 뭔가 없을까?’라는 것이 고민의 시작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어요. 초보 식집사(식물을 키우는 집사)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주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지만, 결과적으로 입주자들의 개인적인 만족감도 높고 구체적인 피드백도 많아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발전시켜 볼 생각입니다.”(924동 김영섭 동조교)
반려식물을 키우며 기록한 관찰일지
반려식물을 키우며 기록한 관찰일지
대학원생활관(900~903동, 918동)은 〈따뜻한 말 한마디 + 다함께 컬러링〉을 주제로 학업과 연구로 바쁜 대학원생들을 위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대요.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여러 응원 문구를 스티커로 제작해 건물 곳곳에 붙였어요. 902동의 ‘일이 망했지, 내가 망했냐!’ 같은 문구는 위로에 위트를 더해 저도 괜시리 뭉쿨해졌어요.

입주자들이 자주 출입하는 로비와 세탁실 같은 공간에는 컬러링 도안과 색칠도구를 설치해 자유롭게 색칠할 수 있도록 했대요. 컬러링은 그 행위 자체로도 안정감을 주는데 같이 완성해 가는 기쁨을 통해 소속감과 유대감도 느낄 수 있었다는 참여자의 소감도 있었다고 하네요.
입주자들이 같이 진행하고 있는 컬러링 작품. 현재 80% 진행 중이다
입주자들이 같이 진행하고 있는 컬러링 작품. 현재 80% 진행 중이다
건물 곳곳에 붙여 놓은 컬러링 도안. 입주자들은 지나다니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건물 곳곳에 붙여 놓은 컬러링 도안. 입주자들은 지나다니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학부생이 주로 거주하는 919동은 6인 1실이라 호실별로 친화도가 상이하대요. 게임을 통해 서로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순위에 따라 간식을 배부해 호실 간 단합을 독려했다고 해요. “간식을 나눠 먹는 사진과 감사의 메세지를 보내주셔서 너무 뿌듯했고 기존에 살던 친구와 새로 입주한 친구들이 많이 친해져서 좋았습니다. ‘수강 신청보다 더 쫄렸어요. 또 해주세요’라는 입주자의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919B-1동 손현영, 919B-2동 박지상 동조교)
919동에서 실시한 KAHOOT 게임
919동에서 실시한 KAHOOT 게임
동조교는 기본적으로 입주절차와 퇴거절차 진행, 그리고 비품 및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각 동별 입주자 특징에 맞게 생활지도, 개인 상담도 해주는 등 업무가 방대하대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량을 아직 가늠하지 못하는 학부생들의 뒤치다꺼리나, 자녀가 아침밥을 먹었는지 확인해 달라는 학부모님의 요구에 대처하는 돌발상황도 종종 발생하고요. 세계 80여 개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향이 강한 음식을 먹을 때나 관악산에 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면 벌레를 잡아 달라는 민원 처리를 하느라 많이 바빠진다네요.

“제가 근무하는 곳은 918동인데 대학원동이고 전체 1인실이에요. 다른 동과는 달리 룸메이트간 갈등은 없는데 주변에 수풀이 우거져서 벌레가 정말 많이 나와서 민원이 폭발해요. 지네, 벌, 사마귀, 거미 특히 돈벌레라고 불리는 그리마까지...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벌레 크기의 3배 정도예요.”(918동 박찬무 조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어 기상천외한 일들이 많이 발생해요. 개인적인 기준의 잣대를 두지 않고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처음 조교를 시작했을 때는 어른스럽게 학생들 대하려 했는데 이제는 친근한 형처럼 해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924동 김영섭 동조교)

동조교들은 공통적으로 생활관이 잠만 자러 오는 공간이 아니길 바랐어요. 스스로의 삶을 살지만 내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 집처럼 편하게 지내는 공간. 도란도란 정이 넘치는 공간. 새로운 인연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 동조교들이 바라는 공간이었어요.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얘기 나누고 노력한다면 그런 공간이 되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온 당신 너무 수고하셨어요!
답장 (3)
  • 꿩
    '마음 건강 돌봄' 프로젝트 너무 좋은것 같네요!모두들 너무 수고하셨고 마음도 잘 돌보는 하루로 채우시길 바랄게요!
  • 올빼미
    올빼미
    관악사가 조금 더 행복하고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갈매기
    갈매기
    도란도란 마음 편히 마음 돌보고 지낼 수 있는 공간인 관악사. 이를 위한 동조교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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