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네 번째
괜찮아, 처음이야
낯선 세상에 홀로 떨어진 듯 아득하고 막막한 기분이 든 적 있으세요? 특히, 처음 가 본 새로운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부모님도 친구도 없이 오롯이 나 혼자 헤쳐 나가야 할 때, 그 경험을 똑같이 한 누군가와 함께한다면, 그 존재만으로도 정신적인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죠.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이 된 기초교육원의 ‘SNU 새내기 Learning Camp’(이하 러닝캠프)는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이하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대상이에요.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성공적인 대학 공부를 위해 3월 입학 전에 진행돼요. 미리 교수님들의 강연을 들으며 대학의 학문 세계를 경험하고, 멘토-멘티로 맺어진 선후배와의 네트워크로 서울대 학생으로서 소속감을 키울 수 있도록 했죠.
“러닝캠프 멘토로 참여하면서 새내기의 생각과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이지혜 멘토)
“러닝캠프 멘토로 참여하면서 새내기의 생각과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대해 공유할 수 있어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이지혜 멘토)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은 다소 불리한 교육 여건에서도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한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예요. 그렇지만 멘티를 거쳐 2년 동안 멘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20학번 이지혜 멘토(심리학과)에게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신입생’이라는 타이틀은 합격의 기쁨 뒤에서 자신을 자꾸 작아지게 만드는 족쇄 같은 것이기도 했대요.

과열된 커뮤니티에서 ‘서울대를 쉽게 입학했다’, ‘특혜를 받았다’라는 글을 문득 마주칠 때도 그랬고요. 하지만 그 길을 지내온, 지금은 같이 활동하는 17학번 복재원 멘토(식품생명공학전공)가 ‘지나고 보니 걱정할 필요 없는 것 같아. 나도, 너도 합격한 특별함이 있을 거야’라고 얘기해주었대요.

“러닝캠프는 기회균형 신입생이라는 자격지심을 오히려 꿈꿀 기회의 문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 터닝 포인트 역할을 했어요. 지방에는 인프라가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책, TV, 유튜브에서나 볼 수 있는 교수님이 눈앞에 계시고, 그분의 강의를 들으며 ‘이게 정말 양질의 교육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회균형 전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는 상황인 거죠.”(이지혜 멘토)
“러닝캠프를 통해 선후배 간 결속력을 가질 기회가 되어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김예원 멘티)
“러닝캠프를 통해 선후배 간 결속력을 가질 기회가 되어 큰 만족감을 얻었습니다.”(김예원 멘티)
올해 신입생인 22학번 김예원(경영대) 멘티도 입학 전부터 기회균형 전형 입학생으로서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해요. 하지만 멘토로 참가한 선배들을 모습을 보고 ‘아, 선배들이 되게 잘 하고 계시구나…. 걱정할 필요 없겠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안심이 되고 도움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밝은 목소리로 얘기하네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의 모든 풍경을 바꾸어 놓았듯, 러닝캠프도 2021년에는 비대면(3일), 2022년에는 대면(1일) 프로그램으로 팬데믹 전 우리가 익히 알던 캠프 형태의 2박 3일 프로그램과는 모습이 달랐다고 해요.

“제한된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신입생들의 학습 동기, 인생 설계를 돕는 CORE 프로그램을 좀 더 부각하고, 명사 강연과 기초교과목 학습을 돕는 디딤돌 프로그램 콘텐츠는 사전 제작해 제공했어요. 대면 집합 교육에서는 조별 멘토와의 대화, 팀빌딩 프로그램, 단대 멘토와의 대화(캠퍼스 투어) 등 대면의 효과가 큰 프로그램들로 진행하였고요. 기존 학외 시설에서 진행하던 캠프와는 달리 올해는 학교에서 모든 일정을 진행해 멘티들의 만족감이 컸습니다.”(복재원 멘토)
러닝캠프 대면 집합 교육 중 팀빌딩 활동 모습
러닝캠프 대면 집합 교육 중 팀빌딩 활동 모습
군대 전역 후 벌써 세 번째 러닝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17학번 복재원 멘토는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들이 사실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 출신이라, 당일 행사를 위한 참석이 부담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 해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대면 활동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대신 대면 행사가 있다면 무조건 참석하려고 했어요. 같은 기회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들, 선배들을 사귈 수 있어서 큰 장점이었어요. 특히 단과대 멘토와의 만남은 유용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어요. 장학금, 교환학생, 학점, 동아리에 관한 정보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질 수 있었죠. 그때 학생회 관련한 내용을 듣고 경영대 학생회 문화기획국에 지원해 합격했답니다.”(김예원 멘티)
2022년 SNU 새내기 Learning Camp가 개최된 기초교육원 강의실에서. 왼쪽부터 복재원 멘토(식품생명공학전공 17학번), 김예원 멘티(경영학과 22학번), 이지혜 멘토(심리학과 20학번)
2022년 SNU 새내기 Learning Camp가 개최된 기초교육원 강의실에서. 왼쪽부터 복재원 멘토(식품생명공학전공 17학번), 김예원 멘티(경영학과 22학번), 이지혜 멘토(심리학과 20학번)
멘토 자신들에게는 러닝 캠프가 어떤 의미길래 해마다 다시 찾고 있을까요? 멘티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그 무엇이 있는 걸까요?

“기회균형 전형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의식해 스스로 위축되는 친구들이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안 좋은 마음을 스스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컸어요. 저는 신입생 때 선배들이 많이 챙겨주려고 했지만 개인적인 결핍으로 그 호의를 잘 못 받았어요. 시간이 지나, 다른 사람들은 부족함을 덜 느꼈음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행으로 옮기게 된 것 같아요. 제게는 책무 같은 거고, ‘어쩌면 이게 이 대학에서 내 역할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기회균형 출신도, 다른 전형 출신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러닝캠프는 대학 생활에 의미가 참 깊었던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복재원 멘토)
“러닝캠프 활동을 통해 제 모습과 성향을 또 달리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복재원 멘토)
“러닝캠프 활동을 통해 제 모습과 성향을 또 달리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복재원 멘토)
“수도권 출신 친구들은 지역 동문, 학원, 지인 등 입학 전에 이미 만들어진 많은 인적 관계가 있지만, 기회균형 전형 입학생들은 동문은커녕 같은 지역이나 동네 학생도 사실상 만나기 힘들어요.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 5년 위 선배 중에도 서울대 입학한 분이 한 명도 없으니까요.”(이지혜 멘토)

이지혜 멘토는 입학 적응 초기에 외로움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해요. 멘토가 잘 연결해 주면 수도권 출신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만한 좋은 네트워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내가 받은 만큼 아래로 흘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멘토 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2년 동안 이어졌어요. 새내기들에게는 대학에서 또 새로운 네트워크가 되는 거잖아요. 그걸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러닝캠프에 대한 애정을 담아 예비 신입생을 위해 조금 더 보완됐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살짝 물어봤어요. ‘캠프를 이끌어가는 멘토 간 유대도 돈독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어요’, ‘캠프 후 활동에 관한 소통의 창이 있으면 좋겠어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됐으면 해요’ 등의 바람이었어요.

처음인 것 투성이라 불안한 신입생과 괜찮다고 토닥여 주는 선배는 서로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네요. 2023년에는 마스크를 벗은 멘토-멘티의 즐거운 발걸음이 캠퍼스 곳곳을 누비길 기대해 봅니다.
개인적인 목표와 학창 생활에서 ‘꼭’ 얻고 싶은 한 가지는?
김혜원 멘티 신입생 김혜원 멘티 “현재는 ‘많은 경험을 하자’가 제일 큰 목표!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교환학생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이지혜 멘토 심리학과 3학년인 이지혜 멘토 “소비자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고 소비자 심리 등에 관심을 두고 소비자 마케팅 관련 공부를 더 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입학 후 만난 친구와 선후배, 앞으로 만날 인연도 잘 가꾸어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복재원 멘토 식품생명공학전공 4학년 복재원 멘토 “강박이 심한편이라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졸업 전 러닝캠프 멘토 활동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 학업적으로는 대학원을 잘 선택하고 만족스럽게 진학하는 것이 당장의 목표입니다.”
답장 (7)
  • 뻐꾸기
    뻐꾸기
    스누새가 귀여워서 클릭했다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처음 맞이하는 대학생활 속에서 괜찮다고 토닥거려주는 존재는 정말 소중한 것 같습니다. 멘토 멘티들 응원합니다!
  • 논병아리
    논병아리
    취지가 좋은 러닝캠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다양한 전형 출신 학생들이 서로 존중하며 넓은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길 바랍니다. 모두 목표하는 바 이루시길 바라요! ^^
  • 고니
    고니
    새내기 시절이 삶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기에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너무 소중하게 생각되네요 ^^ 저도 새내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 거위
    거위
    스누새가 인상적이어서 들어왔어요. 좋은 글을 이렇게 읽을 수 있네요~ 처음에 막막한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의미 있는 대학 생활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모두 힘내세요!
  • 지빠귀
    지빠귀
    비대면이 일상화 되면서 서로를 만나지 못하니 차별과 편견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좋은 취지의 활동과 멘토분들이 있어 너무 다행이에요!
  • 조롱이
    조롱이
    저도 지방에서 와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취지가 좋은 프로그램이 이제서야 생긴 것 같고, 본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가 또 다른 편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딱따구리
    딱따구리
    비슷한 배경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 튜터링도 진행했었는데 다들 야무지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이었습니다!:)낯선 환경에서 씩씩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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