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 번째
변화를 위한 ‘요즘 것들’의 목소리
학교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 세대 차이를 경험해봤을 거예요. 그중에서도 여러 세대와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하는 직장은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곳인데요. 세대 갈등은 가치관 차이에서도 생길 수 있지만, 서로의 생각을 충분히 나누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나누지 못한 이야기가 쌓이면서 서로를 ‘고리타분한 꼰대’와 ‘버릇없는 요즘 것들’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소통의 장벽을 허물고 우리 일터에 활력을 가져다주기 위해 특별한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MZ세대 교직원들로 구성된 ‘SNU 주니어보드’입니다. SNU 주니어보드는 전 직원이 함께 융합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대 조직문화를 보다 유연하고 생기롭게 바꾸기 위해 결성되었어요. 그 첫걸음을 뗀 15명의 SNU 주니어보드 1기는 지난해 4월 결성되어 2021년 마지막 날까지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소통했다고 해요.
“모두가 공감할만한 우리 일터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곽희정)
“모두가 공감할만한 우리 일터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고민했어요.”(곽희정)
“최근 사기업을 시작으로 여러 공공기관에서 주니어보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생활하는 학교라는 조직 역시 젊고 신선한 생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기며 주니어보드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직원은 물론 학생과 교수님들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우리 일터에서 생기는 문제는 무엇인지, 그동안 알면서도 바꾸지 못했던 잘못된 업무 관행은 없는지 돌아보는 것이죠.” (약학대학 곽희정)

본격적인 활동이 이뤄진 5월부터 5명씩 한 조가 되어 조직문화를 바꿀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했어요. 초반에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해요. 각자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조원들이 함께 모이기 쉽지 않았고,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연말까지 어떤 결론을 내야 할지 고민도 많았죠. 그럼에도 조원들은 모임을 가질 때마다 업무를 하며 갖고 있던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고 해요. 이렇게 모인 생각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질 수 있었어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회식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그려낸 카툰 중 일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회식에 대한 세대별 생각을 그려낸 카툰 중 일부
그중 첫 번째는 설문조사를 통해 조직문화와 소통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을 알아본 일이에요. 직장생활에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개선해야 할 조직문화, 세대 간의 소통에 대한 솔직한 생각 등을 들어본 것인데요. 조원들은 그 결과를 카툰과 함께 〈서울대 조직문화, 거꾸로 보기〉 책자로 구성해 발간했어요. 카툰에는 같은 사안에 대한 세대 간 다른 생각이 담겨 있어요.
“설문조사를 통해 한쪽의 목소리가 아닌 모든 세대가 생각해볼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이장현)
“설문조사를 통해 한쪽의 목소리가 아닌 모든 세대가 생각해볼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이장현)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 생각도 균형있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단순히 결과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카툰에서도 양쪽의 극단적인 모습이 아닌 행동 이면에 깔린 생각과 마음을 보여주었어요. 어느 한쪽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이 또는 오해로 발생하는 일이 많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죠.” (기획처 이장현)

세대 간 소통을 위한 노력은 ‘코멘토링(Co-mentoring)’ 시간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선배와 후배가 서로 멘토가 되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인데요. 한 달 동안 주니어보드 조원들이 속한 14개 기관에서 88명의 직원들이 코멘토링에 참여했고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나들이를 하며 학교 안팎에서 업무 고충과 업무 노하우, 기관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생각을 나눴어요.
“주니어보드를 계기로 서울대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꾸준히 소통한다면 좋은 변화를 가져다줄거라 생각해요.”(장창대)
“주니어보드를 계기로 서울대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꾸준히 소통한다면 좋은 변화를 가져다줄거라 생각해요.”(장창대)
“저희 부서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과장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업무시간 동안 할 수 없던 이야기를 ‘코멘토링’이란 공식적인 시간에 하니 정말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업무 고충을 나눈 것도 좋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업무 방식이나 선배들의 노하우도 배우게 돼 뜻깊었습니다. 주니어보드 활동은 끝났지만, 지금도 꾸준히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연구처 장창대)
그동안 모아온 주니어보드의 아이디어는 9대 캠페인으로 구성돼 직원들에게 전해졌어요
그동안 모아온 주니어보드의 아이디어는 9대 캠페인으로 구성돼 직원들에게 전해졌어요
8개월가량 이어온 SNU 주니어보드 1기의 활동은 캠페인으로 마무리되었어요. 그동안 브레인스토밍으로 모아온 생각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주변 동료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9대 캠페인’을 구성한 것인데요. 이를 시행하는 방법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더해졌어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마우스 패드에 캠페인 내용을 담아 전 직원에게 배포한 것이죠. 캠페인 ‘샤FLEX’에는 조직문화와 근무 형태, 일하기 방식에 대한 제언이 재치 있게 표현돼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강새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어요.”(강새록)
“한번 보고 지나치는 포스터보다 효과적인 캠페인 방법을 고민하다 마우스 패드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다들 너무 좋아해 주셔서 뿌듯했습니다. 업무의 마무리는 늘 보고서 같은 페이퍼 형태로 만들어왔는데 아이디어에 제한이 없고, 많은 사람과 생각을 나누다 보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자연과학대학 강새록)

눈에 띄는 변화도 있었어요. 설문조사 중 ‘인사 관련 관행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이란 질문에 1위를 차지한 ‘전보 시 떡 화분 선물’을 앞으로 지양하길 바란다는 공문이 내려온 것인데요. 주니어보드 목소리에 학교 역시 귀 기울이며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어요. 8개월간의 주니어보드 활동은 조원들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을 남겨주었다고 해요.
‘일하고 싶은 서울대’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눠온 SNU 주니어보드 1기
‘일하고 싶은 서울대’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나눠온 SNU 주니어보드 1기
“설문조사를 보면 직원들 대부분이 서울대를 좋은 직장, 오래 다니고 싶은 일터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럼에도 우리 조직이 혁신할 거란 데에는 회의적으로 느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니어보드가 그 변화의 첫발을 뗀 의미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곽희정)

“타 부서 직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같은 세대의 동료들과 소통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특히 업무적으로 만날 일이 적은 전산, 사서, 공업시설 직렬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게 돼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주니어보드가 계속 이어져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습니다.” (장창대)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에서 출발한 SNU 주니어보드 1기. 그 고민이 무색할 만큼 더 나은 서울대를 위한 참신하고 다채로운 아이디어를 전해주었습니다. 오는 5월, 주니어보드 2기가 출범할 예정인데요. 조원들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의 소통이 거듭되어 서울대에 즐거운 변화를 가져다주길 바라봅니다.
답장 (4)
  • 뻐꾸기
    뻐꾸기
    발전하는 조직 멋져요!
  • 할미새사촌
    할미새사촌
    조직문화를 고민하면서 구성원에게 업무 등을 요청할 때 어디까지가 소속 구성원에게 시간 및 노동력을 요구할 수 있는지 그 범위?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조직문화와 조직에 대한 소속감을 고민해왔는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샤flex 내용이 모두 실현이되길 응원합니다☺️
  • 찌르레기
    찌르레기
    2기도 좋은 활동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해오라기
    해오라기
    다방면에서 많은 고민을 하시고 애쓰셨네요! 고민한 만큼 조직문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되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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