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5월,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으로 손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주역 가수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메조소프라노의 내한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청중으로 가득 찬 무대에서 오페라 아리아와 듀엣곡을 부른 그녀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어요. 그로부터 20년 후, 한국을 다시 방문한 푸른 눈의 성악가가 향한 곳은 공연장이 아닌 학교였습니다. 2020년 2학기부터 우리 학교 음악대학에 부임한 제니퍼 라모어(Jennifer Larmore) 교수님의 이야기입니다. 40년의 커리어 동안 무대 위에서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역할로 변신해왔지만, 지금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보람차다고 해요. 서울대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제니퍼 라모어 교수님을 스누새가 만나봤어요.
지난해 열린 기부자 초청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출연 제자들을 응원 온 교수님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좋아했지만,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학생들과 대화하고 지도하는 것에 열정적인 제 모습을 본 남편, Davide Vittone이 적극적으로 권유해주었어요. 학교에서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도 앞섰는데 동료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크게 환영해주셨어요. 인격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존중받는 것을 느낍니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부임하게 됐지만, 학교에서 잘 대응해준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영화 〈파리넬리〉에 등장했던 아리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기억하시나요? 여성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던 16~18세기, 성가대나 오페라에서는 여성 소프라노의 역할을 거세한 남성 가수 ‘카스트라토’가 대신했다고 해요. 시간이 지난 후 이는 여성의 가장 높은 음역인 소프라노(soprano)와 가장 낮은 음역인 알토(alto) 사이에 자리한 ‘메조소프라노(mezzo-soprano)’에게 돌아갔어요. 바로크(Baroque) 시대로 구분되는 1600년경부터 1750년경 만들어진 오페라의 주역도 대부분 이 메조소프라노가 맡게 되었어요.
제니퍼 교수님은 지금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조소프라노예요. 1986년 데뷔한 이래, 전 세계를 돌며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서 노래했고 지금까지 100개 넘는 음반 녹음에 참여했는데요. 1992년에는 로마의 황제 줄리어스 시저의 이야기를 담은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Giulio Cesare〉에서 시저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와 아름다운 노래를 동시에 보여주었어요. 4시간가량 이어지는 극 속에서 9곡의 아리아와 20곡의 레치타티보(Recitativo, 오페라에서 대사를 노래하듯이 말하는 형식)를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임에도 교수님은 이 음반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수상했어요. 2007년에는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서 헨젤 역할로 ‘그래미상’을 수상했어요.
영화 〈파리넬리〉에 등장했던 아리아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를 기억하시나요? 여성이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던 16~18세기, 성가대나 오페라에서는 여성 소프라노의 역할을 거세한 남성 가수 ‘카스트라토’가 대신했다고 해요. 시간이 지난 후 이는 여성의 가장 높은 음역인 소프라노(soprano)와 가장 낮은 음역인 알토(alto) 사이에 자리한 ‘메조소프라노(mezzo-soprano)’에게 돌아갔어요. 바로크(Baroque) 시대로 구분되는 1600년경부터 1750년경 만들어진 오페라의 주역도 대부분 이 메조소프라노가 맡게 되었어요.
제니퍼 교수님은 지금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메조소프라노예요. 1986년 데뷔한 이래, 전 세계를 돌며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서 노래했고 지금까지 100개 넘는 음반 녹음에 참여했는데요. 1992년에는 로마의 황제 줄리어스 시저의 이야기를 담은 헨델의 오페라 〈줄리오 체사레, Giulio Cesare〉에서 시저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와 아름다운 노래를 동시에 보여주었어요. 4시간가량 이어지는 극 속에서 9곡의 아리아와 20곡의 레치타티보(Recitativo, 오페라에서 대사를 노래하듯이 말하는 형식)를 소화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임에도 교수님은 이 음반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모폰상’을 수상했어요. 2007년에는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에서 헨젤 역할로 ‘그래미상’을 수상했어요.
왼쪽부터 1999년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Giulio Cesare)’에서 시저,
2015년 오펜바흐의 ‘아름다운 헬렌(La Belle Helene)’에서 헬렌,
2018년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 알치나 역을 맡은 무대 위 교수님의 모습
2015년 오펜바흐의 ‘아름다운 헬렌(La Belle Helene)’에서 헬렌,
2018년 비발디의 ‘광란의 오를란도(Orlando Furioso)’ 알치나 역을 맡은 무대 위 교수님의 모습
무대 위에서 한없이 빛났던 교수님이 학생들과 함께하게 된 것은 누군가를 가르칠 때 느꼈던 보람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바쁜 공연 스케줄 속에서도 꾸준히 성악도들과 마스터 클래스를 가졌던 교수님은 2019년 이탈리아 페루자 음악축제에서 만난 서혜연 교수님의 제안으로 서울대로 부임하게 되셨어요.
“한국은 늘 친숙한 나라였어요. 1999년에 홍혜경 소프라노와 듀오 음반 ‘Bellezza Vocale(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발매했고, 2000년과 2004년에도 내한해 한국 관객과 함께했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성악가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저는 한국 가수들의 실력이 늘 출중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서울대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죠. 풍부한 가능성과 많은 연습량, 또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첫 대면 수업 때,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지로 만들어 전해주었다고 해요. 외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혹시나 어려움을 느낄 학생들은 없는지,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음악을 공부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제자들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틈틈이 바라볼 만큼, 사랑이 가득한 교수님의 열정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한국은 늘 친숙한 나라였어요. 1999년에 홍혜경 소프라노와 듀오 음반 ‘Bellezza Vocale(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발매했고, 2000년과 2004년에도 내한해 한국 관객과 함께했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성악가들과 함께 공연하면서 저는 한국 가수들의 실력이 늘 출중한 이유가 궁금했어요. 서울대에서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죠. 풍부한 가능성과 많은 연습량, 또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가장 큰 장점입니다.”
첫 대면 수업 때,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질문지로 만들어 전해주었다고 해요. 외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혹시나 어려움을 느낄 학생들은 없는지,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음악을 공부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죠. 제자들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틈틈이 바라볼 만큼, 사랑이 가득한 교수님의 열정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제니퍼 교수님의 목표는 제자들이 바라고 꿈꾸는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에요.
“교직에 있는 동안 학생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무대에 대한 테크닉이에요. 완벽한 테크닉으로 서서 노래만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무대에 등장하는 방법과 서 있는 방법, 노래를 부를 때 몸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역시 학생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이를 농담 삼아 ‘퀀텀 교수법(quantum teaching)’이라고 불러요. 학생들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더 효과적인 학습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Three Things’ 게임에도 교수님의 교육 철학이 담겨있어요. 나와 관련된 세 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게임에서 교수님은 ‘나에 대해 좋아하는 것 세 가지’, ‘싫어하는 것 세 가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 세 가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본다고 해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학생부터 자신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수를 꿈꾸는 학생까지, 각각 다른 목표를 가졌지만 교수님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제자들이 바라고 꿈꾸는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에요.
학생들과 함께하는 ‘Three Things’ 게임에도 교수님의 교육 철학이 담겨있어요. 나와 관련된 세 가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 게임에서 교수님은 ‘나에 대해 좋아하는 것 세 가지’, ‘싫어하는 것 세 가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꿈 세 가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본다고 해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학생부터 자신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수를 꿈꾸는 학생까지, 각각 다른 목표를 가졌지만 교수님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제자들이 바라고 꿈꾸는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에요.
제니퍼 교수님은 서울대에서 학생들과 함께는 시간이 ‘소명’처럼 느껴진다고 해요.
“모든 학생을 똑같은 방식으로 지도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각각 다른 강점과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오늘 노래를 잘 불렀다고 해서 내일도, 다음 주도 잘 부를 거란 보장은 없어요.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저 역시 학생들이 최선을 다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공연장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교수님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잊지 말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해요. 서울대에서의 시간이 단순한 직업이 아닌 ‘소명’처럼 느껴진다는 제니퍼 교수님, 부임했던 첫날처럼 아침이면 늘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교수님에게 늘 행복한 순간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음악은 늘 인간의 경험 중 일부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저는 좋은 노래를 부르는 연주자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믿어요. 최근에도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했던 마스터 클래스에 함께한 한국인 박재상 베이스가 비엔나 국립오페라단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죠. 우리 학생들도 음악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세상에 나가 여러 경험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길 바랍니다. 저 역시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산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의 공연장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지만, 교수님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잊지 말고 나아가길 바란다고 해요. 서울대에서의 시간이 단순한 직업이 아닌 ‘소명’처럼 느껴진다는 제니퍼 교수님, 부임했던 첫날처럼 아침이면 늘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교수님에게 늘 행복한 순간만 가득하길 바랄게요.
“음악은 늘 인간의 경험 중 일부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지만, 저는 좋은 노래를 부르는 연주자에게 여전히 기회가 있다고 믿어요. 최근에도 제가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했던 마스터 클래스에 함께한 한국인 박재상 베이스가 비엔나 국립오페라단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죠. 우리 학생들도 음악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세상에 나가 여러 경험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길 바랍니다. 저 역시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산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