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번째
별을 좋아하세요?
우리학교에 국내 대학으로는 최대인 1m 구경의 광학망원경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교수회관 옆 언덕을 오르면 마주하는 거대한 돔 속에서 밤하늘의 신비로움을 담는 일을 하는 서진국 선생님을 스누새가 만나봤어요.

“사실 별 보는 것은 제 취미였어요.”

우리 학교 천체 연구의 숨은 조력자이자 천문대지기 서진국 선생님은 사실 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공한 덕후’에요.

“별점을 알면 이성에게 인기가 좋다고 해서 무작정 들어간 동아리가 계기였죠. 전 그때 북두칠성이 하늘에서 그렇게 크게 펼쳐지는 걸 처음 봤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친구들에게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주말마다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쏘다니며 별을 봤어요. 보현산 천문대까지 20kg은 족히 되는 장비를 메고 네 시간을 걸어 올라가기도 했죠.”

고등학생 때부터 별을 좋아했지만,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이후 별과는 크게 관련 없는 분야에서 생업을 이어오던 서진국 선생님. 그러다 보현산 천문대에서 오퍼레이터(관측전담요원)로 일을 했던 것이 인연이 돼 이곳 천문대에 자리를 잡게 되셨다고 해요.
선생님이 주로 하는 일은 밤사이 초신성이 터지는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에요. 연구실에서 요청하는 초신성 발생 가능 은하들을 계속해서 관찰하면서 별의 밝기 변화를 추적하는 거죠. 밤이 짧은 봄과 여름에는 그 수가 50개 정도 되는데, 겨울에는 100개가 훌쩍 넘는다고 해요. 선생님이 얻은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천문학 전공 대학원생들이 유의미한 내용을 발견하고 보고하게 된다고 합니다.

“요즈음 정말 초신성이 많이 터진 것 같아요, 한 해에 서너 개씩 발견했어요. 이렇게 계속 지켜봐야 하는 건 사실 언제 초신성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도 다들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일 먼저 포착하면 ‘우리의 발견’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업무, 바로 완벽한 상태로 망원경을 관리하는 일인데요.

“망원경이 습기에 아주 예민하거든요. 거울에 물이나 이물질이 묻으면 반사율이 확 떨어져서 관측하려는 것보다 어둡게 나와요. 그래서 장마철에는 돔을 열 수가 없죠.”
혼자 밤새 천문대를 지키는 일이 외롭고 따분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식당과 편의점이 먼 것 말고는 괜찮다”는 선생님. 아쉬운 것은 코로나19로 대면 행사를 못 해 많은 사람에게 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거라고 하세요.

“학부생들이 수업으로 이곳에 와서 별을 볼 기회가 왕왕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행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잖아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비대면 행사는 계속하고 있어요. 마침 오늘 개기월식을 관찰하는 행사가 있네요.”
선생님은 지난 2018년 3월, ‘신상’ 망원경이 이곳 천문대로 오던 날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으셨어요. 주차장에 세워진 거대한 크레인이 조심스럽게 돔 위로 망원경을 넣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심장도 떨리게 할 정도였어요.

“들어왔을 때 상당히 신났죠! 망원경 관리 매뉴얼 교육도 제가 받았어요. 학교 안에서 온전히 이 망원경을 다룰 사람은 아무래도 저 하나뿐일 거예요.”
서진국 선생님이 촬영한 M16 독수리성운(왼쪽)과 말머리성운
“여기서 촬영한 M16 독수리성운인데요, 정말 역대급으로 자랑하고 싶은 사진이에요. 6000mm 렌즈로 5초 동안 노출해서 찍은 거랍니다.”

수두룩한 다른 파일 폴더 속에서 붉은 배경의 다른 사진 하나도 보여줬어요. “이게 말머리성운이에요. 망원경만 써서 찍은 건데, 제가 직접 찍고 다른 분이 도와줘서 이렇게 멋지게 사진을 뽑을 수 있었죠.” 사진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과학책에 나온 것과 똑같이 생겼죠?” 서진국 선생님이 2018년 여름에 찍은 토성
“저는 찌는 듯한 무더위가 반가워요. 날이 더우면 돔 현상 때문에 대기 일렁임이 적거든요. 그래서 별을 선명하게 관측하기 좋아요. 몇 년 전 유독 더운 여름날 토성을 가장 확실하게 봤어요. 올여름도 아주 더울 거란 예보가 있어서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사실 좀 기대가 돼요.”

사람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일을 시작하는 것도, 무더운 여름날도 천문연구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는 서진국 선생님. 선생님이 촬영한 멋진 밤하늘이 미지의 우주를 밝히는 데 작지만 큰 도움이 되길 바랄게요.
답장 (19)
  • 원앙
    원앙
    별을 향한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별 보러 가고 싶네요!
  • 나무발발이
    나무발발이
    저도 광학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꼭 보고 싶네요, 서진국 선생님의 성운, 토성 사진에도 감탄했습니다. 우주 멍때리기 영상을 유튜브로만 봤는데 실제로도 너무 보고 싶어요.
  • 독수리
    독수리
    정말 별을 좋아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저도 한번 보러가고 싶어요
  • 제비
    제비
    과학교과서에서만 보는 별을 여기서 실제로 볼 수있다는게 신기해요. 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집니다!
  • 원앙
    원앙
    밤하늘에 별을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는게 신기해요!대면 행사가 기다려집니다:)
  • 오리
    오리
    천문학도는 아니지만 별을 참 좋아하는데, 설레는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무발발이
    나무발발이
    매번 교정을 다니면서 사범대 위에 얹어진 돔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광학망원경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그 공간을 지켜주시는 선생님의 노고도 망원경으로 비치는 별처럼 항상 빛나는 것 같습니다. 대면행사도 기대되고, 좋은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따오기
    따오기
    우와아 빨리 실제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열려 참여하고 싶네요.
  • 매
    별을 관측하는 곳이 서울대 안에도 있을 줄은 몰랐네요, 타과생들도 한 번 관측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직박구리
    직박구리
    안녕하세요!천문 관측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저 또한 선생님과 비슷한 경로로 관측 천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천문 강사로도 활동한 바 있습니다. 지금은 정말 별 잘 보이는 평창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어요!꼭 기회가 된다면.. 정말정말 한번 관측하러 가 보고 싶습니다. 대면 행사가 너무나 기다려지네요. 저도 앞으로도 별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롱이
    조롱이
    저도 별 보는 걸 좋아해서 깜깜한 밤이면 하늘을 쳐다보는 게 일상이 됐어요. 안타깝게도 빛공해로 서울에서는 예전처럼 별을 많이 볼 수 없지만 서울을 벗어나면 보이는 별들이 너무 좋아요. 천문대를 가는 캠프는 학교에서 열릴 때마다 항상 참여해왔었는데 요즘엔 코로나로 가지도 못하고 마지막으로 간 게 벌써 몇 년 전이라 별자리 특징과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나요... 이 글을 읽으니까 몇 달 전 식당에 갔다가 우연히 오리온 자리를 발견하고 핸드폰으로 탄성을 지르면서 찍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졸업 전에 한 번쯤은 들러서 별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즐겁지만 어떻게 보면 힘든 일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설레는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찌르레기
    찌르레기
    여름밤에 별을 보러 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졸업하기전에 꼭 방문하고 싶네요!
  • 새홀리기
    새홀리기
    열정이 정말 멋지십니다! 별 보러 다니는게 제 꿈인데, 사실 천문대 알아보다가 교내에도 천문대가 있는데 개방이 안 되어있다고 해서 아쉽고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스누새 글로 접하게 되어 알게 되니 좋네요~ 천문대에서 찍은 사진으로 온라인 사진전이라도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목눈이
    오목눈이
    M16독수리성운 말머리성운이 환상적인 천지창조 느낌이 납니다. 얼마나 고생하며 찍으셨을까요?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고 좋은 사진과 연구 부탁드립니다.
  • 두견
    두견
    우와!저도 평소에 천체관측동아리를 하면서 꼭 관측소에 가보고 싶었는데 비대면 기간이라 이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너무 다행입니다. 말머리성운과 오리온성운이 이렇게 깔끔하게 찍힐 수 있다니... 다음번 천체행사가 있을 때도 꼭 비대면으로라도 보고 싶네요!
  • 해오라기
    해오라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고등학생 일때 과학 캠프로 시골에 가서 별을 보고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요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여러 과정을 거쳐 좋아하시던 별을 지켜보는 일을 하게 되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인상깊게 다가오네요! 더운 여름도 좋은 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설레게 느껴지신다는 말씀을 듣고 본인이 진정 사랑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 느시
    느시
    한 때 천문학자가 꿈이기도 해서 천문대에도 여러번 갔는데 우리학교에도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오늘 밤 다시 천체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잠들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 찌르레기
    찌르레기
    시골에 가면 별구경 하느라 밤새는 줄도 몰랐습니다. 도심에서도 별을 볼 수 있다니 선생님의 열정에 제 마음도 설레입니다~!
  • 갈매기
    갈매기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하시면서도 그 일에 대해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에 감명받았습니다. 제 미래에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이 생깁니다! 좋은 말씀 너무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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