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걱정말아요 그대
지난 6월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이뤄진 서울대 합창단원들이 뜻깊은 프로젝트를 했어요. 바로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화음으로 노래를 해 합창을 완성하는 ‘앳홈 콰이어 프로젝트(@Home Choir Project)’를 공개한 건데요

학교는커녕 집 밖을 나서는 것도 위축되는 지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걱정말아요 그대’는 졸업생으로 구성된 OB 합창단의 제안과 재학생(YB) 합창단의 호응으로 무려 2달 동안 공들여 완성한 노래랍니다.

그리움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합창단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어요. 합창은 무조건 비말이 튈 수밖에 없으니 주 2회 하던 연습도 2월부터 못 했고요, 20학번 신입 단원들은 파트 배정도 받지 못했어요.”(박준하 YB 단장)

40년을 이어온 합창단의 역사에서 이번만큼 큰 시련도 없다고 해요. YB뿐만 아니라 주 1회 모여 연습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OB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요. 앳홈 프로젝트는 커져가던 합창에 대한 갈증이 모여 시작한 것이었어요.
앳홈 프로젝트를 만든 단원들(YB 이상윤, 박준하, 지휘 원종수, OB 박현욱, 이지화, 임효정)
앳홈 프로젝트를 만든 단원들(YB 이상윤, 박준하, 지휘 원종수, OB 박현욱, 이지화, 임효정)
제안은 합창단 단톡방에서 시작됐고 선곡도 아주 신중했어요.

“‘지금의 어려움이 지나면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가사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는 노래를 각자 추천했는데 ‘걱정말아요 그대’는 잘 알려진 곡이기도 했고 메시지가 좋았어요.”(지휘자 원종수)

기술로 하나가 된 65명의 목소리

단원들은 반주자가 연주해 준 자기 파트(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음원으로 몇 주간 자습(?)하고, 가장 잘 부른 파일을 2개씩 보냈어요. 잘 부르는 줄 알았는데 다시 들어보니 너무 별로라 두 번 세 번 녹음하기도 하고, 잘 부르고 있었는데 옆에서 말을 걸어 녹음파일을 날리는 일도 있었고요.
‘우리의 노래는 계속되어야 한다!’ 앳홈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가이드라인
‘우리의 노래는 계속되어야 한다!’
앳홈 프로젝트를 위해 준비한 가이드라인
“제 목소리를 따로 듣게 되니까, ‘나 왜 이렇게 못하지?’하며 놀라게 되더라고요. 자기 불만족이라 계속 연습하고 연습하고…. 다들 서울대생이잖아요. 완벽하게 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엄청나게 노력했을 거예요.”(박현욱 OB 단장)

그렇게 한국·미국·영국·독일·캐나다 등지에서 65명의 단원들이 보낸 122개의 파일을 영상과 음향으로 나누어 편집했어요.

“그래도 편집은 쉬울 줄 알았어요. 122개 파일을 내려받는 데만 4시간이 걸리더라고요.”(OB 임효정)
65명의 얼굴과 122개의 목소리를 하나로 담는 작업
65명의 얼굴과 122개의 목소리를 하나로 담는 작업
동시에 처리하는 파일이 60개가 넘어가니 컴퓨터가 버벅대 애써 고생한 게 날아갈 뻔도 하고, 서로 녹음환경이 다르다 보니 믹싱도 보통 작업이 아니었어요.

“음악 파일을 하나하나 분석해서 자동으로 싱크를 맞추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적용해봤어요. 근데 정말 미세하게, 20밀리 초(MS)만 어긋나도 사람 귀에는 거슬리게 들리더라고요. 완전히 얕봤던 거죠. 하는 수 없이 수작업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컴퓨터공학을 전공한 OB 이지화)

합창단 스스로에게 보낸 위로

그렇게 2주간 37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된 노래.

사람들은 ‘감동적이다’ ‘위로가 됐다’ ‘팬데믹이 준 선물이다’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여줬어요. 어느새 조회 수도 1만2천 회가 넘었고요. 질병은 사람들의 물리적 거리를 벌려 놓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함께 있고, 거리는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죠.
앳홈 프로젝트의 반응들
앳홈 프로젝트의 반응들
위축되어만 가던 합창단 활동과 단원들에게도 앳홈 프로젝트는 합창에 대한 그리움을 잊게 해주고, 연대감을 느끼게 한 경험이었어요.

“처음엔 친구를 사귀고 노래하고 노는 게 좋아서 합창단에 가요. 그런데 졸업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로 나가면 합창이 더 그리워져요. 마음을 열고, 그 마음을 모으는 합창의 매력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거죠.”(박현욱)

“원격으로 합창을 해보니까 모이지는 못해도 같이 있는 것 같고, 이 기회에 앨범을 만든다든가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박준하)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합동 공연을 계획했지만 결국 못하게 되어 아쉬움이 남는다는 합창단. 움츠렸던 노래가 앳홈 프로젝트를 계기로 다시 시작되기를, 그 노래가 합창단을 하나로 만들고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사람들이 노래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노래로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답장 (5)
  • 매
    항상 감동을 주는 스누새 편지. 오늘 보내주신 합창, 너무 감동입니다. 다시 힘을 얻게 되네요~^^
  • 오리
    오리
    너무 감동적인 영상입니다. 많은 분들의 수고와 애씀이 마음으로 다가오며 위안을 얻고 갑니다. 애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매
    아름다운 감동의 합창,영상입니다.
    음악이 주는 힘입니다.
    우리모두 힘을 냅시다. 화이팅!
  • 느시
    느시
    심신이 지쳐가는 때에 너무나 위로가 됩니다. 감동을 느껴 한마디 적어봅니다. 감사합니다!
  • 따오기
    따오기
    합창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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