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번째
‘예비 서울대 가족’을 찾아, 대한민국 땅끝으로
샤 정문 꼭대기에서 비둘기 친구들과 놀고 있는 저를 보셨나요? 꼭대기에 앉아, 버스에서 내리는 고등학생들이 선망의 눈빛으로 ‘우와~’를 연발하는 풍경을 뿌듯한 마음으로 보곤 했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겨 왠지 서운하고 그런 거 있죠.

그런데 입학본부에서 아예 그 친구들을 찾아서 지방으로 내려간다길래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짐칸에 타 따라갔지 뭐에요! 알고 보니 서울대 입시정보를 얻기 어려운 농·어촌 학생들을 위해 입학사정관 선생님들이 찾아가는 입시설명회를 연 것이었어요!

서울대가 알려주는 ‘샤 문을 통과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

장마전선이 올라와 구름이 온통 무겁던 7월 어느 날, 스누새가 기차와 버스를 얻어타고 열심히 쫓아간 곳은 땅끝마을과 인접한 전라남도 강진군의 강진고등학교, 그리고 아름다운 남해 바다가 가까이 있는 고흥군 녹동고등학교에요.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김성규 입학본부장님, 강건욱 부본부장님을 비롯한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셨어요.

설명회에 모인 90명의 학생들은 입학사정관 선생님들이 꺼낼 서울대의 입시 비책을 얼른 듣고 싶은 표정들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입학사정관님의 설명에 집중하는 강진고 학생들
입학사정관님의 설명에 집중하는 강진고 학생들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은 현재 여건에서 어떤 잠재력을 가진 학생인지를 보고자 하는 거예요. 수치로 계산된 성적만이 아닌 학업 노력, 의지, 도전정신, 발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 합니다.”

듣기만 해도 좋은 기준들로 평가한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눈앞의 시험 결과가 더 크게 다가오는걸요. 마치 전교 1등 자리에서 미끄러지면 서울대 입학의 꿈도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아 조급한 마음이 들잖아요.

“어떤 과목에서 2등급을 받은 사람과 3등급을 받은 사람 중 누가 더 잘한 걸까요? (학생들은 “당연히 2등급이 더 잘했다”고 대답해요) 그럼 150명 수업에서 2등급을 받는 것과, 50명 수업에서 3등급을 받은 것은 누가 더 잘한 걸까요?”

학생들은 앞의 질문과 달리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하네요. 입학사정관 선생님은 숨겨진 조건들이 추가될수록 평가가 달라지는 정량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것, 즉 학교생활 전반에 어떻게 참여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고등학교 기간 동안 열심히 고민하고 부딪혀보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기간 동안 열심히 고민하고 부딪혀보시기 바랍니다.”
“학생부에 적히는 활동들이 ‘결과’라면 그 ‘과정’은 여러분이 만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토론동아리를 했다’라는 결과는 그저 소재일 뿐입니다. 그 소재를 가지고 본인의 이야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학교생활 동안 열심히 고민하고 부딪혀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세요!”

진지한 성찰, 도전하는 학생을 기다립니다

이곳 학생들이라고 도시의 학생들보다 꿈이 작지 않겠지요. 학생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택시를 타고 40분을 달려서 다른 학교 수업을 듣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응용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기계공학 쪽 진학하고 싶은데 우리 학교는 수업이 없어서 근처 해남고에서 ‘공학 일반’, ‘기계 일반’ 수업을 듣고 있어요. 비행체를 만드는 동아리도 하고 있고요.”(강진고 3학년 정○○ 학생)
하나라도 놓칠까 봐 초집중..!
하나라도 놓칠까 봐 초집중..!
다음날 열린 녹동고 설명회에서 학생부를 책임지는 교사 선생님들은 입학본부장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인근 고등학교 선생님들까지 참석해 질문을 쏟아내는데, 질문들 속에 학생들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고픈 마음이 보여요.

“시골 학교는 교사도 부족하고 제약이 많아 선택과목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다른 학교와 수업을 교류하고 온라인 수업도 하지만 이것이 공정하게 평가될지 걱정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5월까지 학생들이 학교에 못 나와 비교과 영역이 크게 위축됐습니다. 다른 학교들처럼 올해 비교과 영역 평가를 축소할 계획이 있나요?”

“학생부를 볼 때 특히 눈에 띄는 단어들이 있나요? 호감 가는 단어들이 있으면 3개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학생들을 위한 간절함이 느껴졌던 녹동고 선생님들과의 대화시간
학생들을 위한 간절함이 느껴졌던 녹동고 선생님들과의 대화시간
학교는 배우는 곳이고, 배움은 목표로 가는 길 중 하나다

1박 2일 동안 왕복 1,000km를 오간 입학본부 선생님들의 노력이 이곳 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을까요?

“3학년이 되면서 많이 조급해졌는데 ‘조금은 돌아서 와도 된다’, ‘결과가 항상 좋지는 않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미 2학년 생기부 마감이 돼서 좀 더 빨리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어요.” (정○○ 학생)

“지균을 쓸지 일반전형을 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반전형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어요. 공부의 태도와 동기를 확실히 하고 그 과정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요.” (강진고 3학년 진△△ 학생)

스누새는 어쩌면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입학본부장님의 당부가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러분 모두 꿈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한 과정으로 대학 입시가 있기를 바랍니다. 대학 입학은 그 과정일 뿐, 목표가 되지 않기를 서울대학교는 바랍니다.
답장 (2)
  • 딱따구리
    딱따구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물어보려고 하시는 마음이 느껴지네요!입학사정관 선생님들도 멀리까지 고생많으셨습니다!
  • 말똥가리
    말똥가리
    오늘도 잘 읽었어요. 스누새가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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