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샤벤져스’를 소개합니다!
몇 개의 불만 남겨진 채 깜깜하고 고요한 새벽, 365일 캠퍼스를 순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늦은 밤, 도서관이나 연구실에서 나와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순찰차 불빛을 발견한다면 든든할 것 같지 않나요? 24시간 캠퍼스 곳곳의 안전을 지키는 청원경찰의 하루를 스누새가 함께 했습니다.
캠퍼스 지킴이의 손이 닿는 곳들
청원 경찰의 하루가 시작되는 곳, 관악캠퍼스 문화관 73동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청원경찰>사무실에 들어서니 제복을 입은 박재균 반장님이 반갑게 인사해 주시네요. 바로 이곳이 1976년에 생긴 전국 최초의 캠퍼스 지킴이 ‘청원경찰’이 근무하는 곳입니다.

구성원들의 민원 전화에 응대하는 양철웅 선생님도 수줍게 인사해주셨어요. 사무실 안쪽 종합안전관제센터에서는 70여 개의 CCTV가 캠퍼스 구석구석을 보여줍니다.
학내 구석구석을 모니터링 하는 종합안전관제센터
학내 구석구석을 모니터링 하는 종합안전관제센터
총 열 네 명의 청원경찰이 명절·휴일도 없이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고 계시는데, 출퇴근 교통안전과 질서유지, 교내방범, 불법카메라 점검 등을 맡아 학내 곳곳을 순찰합니다.

해병대, 대통령 경호부대, 헌병 특수경호부대 출신으로, 합이 50단이 넘는 유단자들이 모여 계시니 ‘서울대학교 어벤져스’가 따로 없습니다. 특수부대 출신인 최은주 선생님과 도합 7단을 보유한 최은영 선생님은 “여성이라고 해서 더 힘들다거나 어려운 점은 없어요 ”라고 담담하게 이야기 하십니다.
그들을 웃고 울게 한 일상 속 기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재해현장 확인 처리, 화재현장 출동, 제설작업, 들개포획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재해현장 확인 처리, 화재현장 출동, 제설작업, 들개포획
넓고 개방된 관악캠퍼스에서 노숙자와 취객관리는 단골 애로사항입니다. 몇 달 전에는 환경대 인근 숲에 텐트와 살림살이까지 갖추고 노숙하는 분 때문에 엄청 애를 먹으셨다고 하네요. 범죄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강제로 구인할 수도 없어서, 캠퍼스에서 나가게끔 수십 차례 설득을 해야 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들개포획이나 화재진압의 초동조치를 해야 하는 위험한 일 뿐만 아니라, 차량 파손사고 처리 지원, 분실물 접수 보관 같은 일도 청원경찰의 몫입니다. 통제하거나 제제해야하는 일 때문에 감정적인 다툼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주차정산소에서 주차비로 시비가 붙었을 때 “경찰도 아니면서 청원경찰이 왜 나서서…경찰 불러!”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운이 빠지기도 합니다.

야간에 로드킬 된 동물의 사체를 치우거나, 인명사고 같은 극한사고현장을 확인해야 하는 건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든 일입니다. 그럼에도 학내 안전을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다시 힘을 냅니다. 고마움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시네요.

“겨울에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하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어떤 분이 빵과 커피, 편지를 오토바이 위에 놓고 가셨어요. 날씨도 추웠던 그날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요. 또 차 유리가 파손되어 CCTV 영상을 확인해드린 적이 있었는데 커피와 간식을 갖고 인사하러 오셨던 교직원분도 기억나네요.” 그때 일을 떠올리는 반장님 얼굴에 미소가 번집니다.
매일 130킬로미터를 달리는 순찰차
매일 130킬로미터를 달리는 순찰차
점심 즈음, 교내를 순찰하러 나선 두 선생님을 스누새가 따라가 보았습니다. 서울대 식구가 된지 10개월이 된 이 순찰차는 벌써 4만 킬로미터를 달렸다고 하네요. 교내와 주변 기관까지 하루에 약 130킬로미터 정도를 달린 셈이니 정말 부지런히 캠퍼스를 누볐습니다.

야간에는 저녁 7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다섯 번 교내 순찰을 합니다. 순찰차를 타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19 구급차가 길을 헤매고 있다는 연락이 옵니다. 현장으로 출동해 다친 학생이 구급차로 이송되게 도와주고, 청원경찰 상황실에 사건을 보고한 뒤 다시 순찰차 시동을 켭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청원경찰은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순찰차는 쉼 없이 학교 안을 누빕니다. 이제 곧 눈이 오는 겨울이 되면 제설작업과 비상근무로 더 바빠질 청원경찰의 하루를 오늘도 응원합니다.
답장 (3)
  • 고니
    고니
    바쁘게 근무하는거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업무를 보시는것을 정확히 알게되어 많은 도움이되고 정말 고맙게 느껴집니다. 오늘 하루도 화이팅하세요.
  • 발구지
    발구지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내용이고, 수고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경도 다시 새깁니다.
  • 말똥가리
    말똥가리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면서 정문에서 수고하시는 청원경찰을 볼때마다 멋지고 자랑스럽습니다.. 노고에 항상 감사드립니다...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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