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시흥에서는 무슨 일이 있을까요
2007년 시흥캠퍼스라는 말이 처음 나온 지 올해로 13년입니다. 그 때 100만평 관악캠퍼스가 "좁아서" 새 캠퍼스가 필요하다는 말에 스누새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광활하기 그지 없어 둥지 틀 나무도 아직 많은데 "난개발로 포화상태" 라니요.

하지만 12년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의 손에서 시흥캠퍼스 계획이 만들어지고, 수정되고, 미뤄지고, 또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보며 알게 되었어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러니까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시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관악캠퍼스가 좁을 수도 있다는 것을요.
홍보관
시흥캠퍼스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홍보관(스마트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9월 완공 예정인 대학원생 기숙사가 선을 보였고, 시흥업무만 7년차인 박희수 담당관이 손님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빙하를 연구하는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에게 관악은 '좁은 곳'입니다. 수개월간 가족과 떨어져 남극, 북극, 시베리아 동토에서 시료를 확보해 오면 재연실험은 커녕 시료를 보관할 공간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를 건설한 기초과학 선진국에서 교수 1인에게 공평하게 부과하는 연구공간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시흥캠퍼스 연구동 지하에는 '빙권연구센터'라는 이름으로 거대한 냉동고가 지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슈퍼컴퓨터 천둥이에게도 관악은 비좁아서 열이 나는 공간입니다. 수백억짜리 슈퍼컴퓨터라도 자체 열을 식히지 못하면 효율은 크게 떨어집니다. 컴퓨터공학부 이재진 교수는 열받은 슈퍼컴퓨터들을 모두 시흥으로 데리고 가서 워터쿨링 시스템을 붙여 신나게 돌아가게 해 줄 계획입니다.
스마트양의 하루
캠퍼스가 스마트하다는 것이 어떤 건지 보여주는 시흥 스마트 SNU양의 하루' (영상 링크)
통일평화연구원 사람들에게도 관악은 좁고 닫힌 곳입니다. 남북한이 평화롭게 마주 앉아 한반도의 미래를 논하게 될 어느 날을 위해 통일의학, 통일수의학, 통일농학까지 다방면의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문화관 무대 뒤편에 있는 공간은 많이 좁았습니다. 13년만에 시흥캠퍼스로 확대 이전하면서 관악과 멀어지는 섭섭함은 어쩔 수 없지만, 분단국가에서 평화를 배우고 연구하고 싶다는 세계의 연구자들과는 좀 더 가까워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찾아서 시흥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종성 교수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거대한 황해를 북한만 빼고 모두 잇는 생태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프로젝트 규모가 무색하게 물차로 황해물을 퍼다가 작은 수조에 부어 실험을 합니다. 시흥캠퍼스에 '연안융복합연구센터'가 들어서면 공짜 바닷물과 갯벌을 실컷 퍼올려서 연구할 계획입니다.
김현진 교수 연구실
새 한마리가 날기에도 부족해 보이는 현재의 지능형무인이동체 테스트 공간을 넓은 서해바다로 옮길 계획입니다.
처음 새로운 캠퍼스를 짓겠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든 것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드론과 자동차를 만드는 공학자들이었습니다. 복잡한 미션을 수행하는 지능형 드론을 제작하는 이관중 교수와 김현진 교수는 시험품을 테스트할 때 고흥비행장까지 가야합니다. 지금 별도의 건물에 지능형무인이동체 연구소가 지어지고 있고, 그 바로 앞은 얼마든지 시험 비행을 띄울 수 있는 광활한 서해바다이니, 공학자들에게 시흥캠퍼스는 관악보다 더 큰 실험실인 셈입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미래를 앞당기고 있는 이경수 교수도 특별한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했습니다. 자동차만 개발한다고 무인운전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도로와 통신망을 갖춘 미래형 모빌리티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가능 하기 때문입니다. 시흥캠퍼스 공간이 확정되자마자 정부와 기업에서 앞다투어 투자해 미래형모빌리티 기술센터를 짓고 있습니다.
음악회
관악에서는 수준 높은 무료 공연을 열어도 캠퍼스 자체가 멀리 있어서 지역민들과 함께 즐기는 행사가 되기가 어려웠습니다.
시흥은 흥이 시작될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시흥갯골축제’에서는 갯골공원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휴대전화 불빛을 흔들며 양희은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앵콜을 외쳤습니다. 문화행사가 부족한 경기 서부지역에서 예술인을 키우는 실험공간인 "SNU공연예술랩"이 선보이면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찾아올 것이 눈에 선합니다.

시흥캠퍼스의 또 다른 모토는 '융복합' 연구입니다. 김연수 서울대 시흥병원 원장은 800동 병상 규모로 들어서는 시흥병원(보라매 병원이 700동 규모)가 경기서부의 지역거점병원으로서 뿐 아니라, 서울대 바이오 연구의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워크숍
9월 17일 열린 시흥캠퍼스 1차 선정자 대상 워크숍에서 내년 입주를 앞둔 교육협력지원센터 민병곤 교수가 설명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시흥캠퍼스가 들어서는 배곧신도시는 주시경 선생이 세운 한국어 강습소 '한글배곧'(한글 배우는 곳)에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이 곳에서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은 한국어 과정을 확대합니다. 정규 수강생 뿐 아니라, 인근 시화공단과 안산지역의 다문화 가정을 위해 한글배곧이 되어주겠다는 계획입니다.

교육협력지원센터는 관악에서 소화하지 못한 교육실험과 봉사가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사범대학은 시흥시민들과 함께 방과후교육, 영재교육, 특별교육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농업생명과학대학에서는 농업계 교사의 1급 연수과정을 교육동으로 이전합니다. 서울대에서첨단 농업과 진로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해도 몇 주간 모텔을 전전하는 연수는 고달팠다고 합니다.
관악캠퍼스
"시흥은 뉴욕대학이나 보스톤칼리지처럼 도심과 어울어져 사람들과 소통하는 '도시형 캠퍼스'가 될 거에요."
(조항만 시흥캠퍼스 건설추진단장)
내년 2월부터 연구동과 교육동이 일부 문을 열고, 9월에는 교직원숙소와 기숙사 입주가 시작됩니다. 캠퍼스 모양새가 갖춰지면 신설노선인 3500번 광역버스가 관악캠퍼스와 시흥캠퍼스를 수시로 오갑니다.

시흥캠퍼스의 건물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공되겠지만, 조항만 교수는 마스터플랜을 이미 완성해 두었습니다. "시흥캠퍼스에 들어오는 분들은 영원히 자기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사정이 생기면 다른 팀과 공유하고 양보해 주셔야 합니다." 최재필 시흥캠퍼스 추진본부장이 간곡하게 말합니다. 한 번 들어서면 공간을 공유하지 못하는 관악의 방식이 반복되면 20만평 캠퍼스도 금방 "좁은 곳"이 될 것이 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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