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아홉 번째
혼자라고 느낄 때, 당신을 기다리는 목소리
캠퍼스 곳곳에는 낮과 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참 많은데요. 몸과 마음을 챙길 겨를 없이 생활하다 보면, 크고 작은 고민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하고 유독 외롭고 혼자라고 느껴지는 날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학교에는 올해로 15년째, 서울대 구성원이 가진 마음의 짐을 나눠 들어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있는데요. 바로 ‘스누콜(SNU Call ☏02-880-8080)’입니다. 24시간 서울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스누콜’. 수화기 너머에는 어떤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지, 윤제현 전임상담원을 만나 들어봤어요.
스누콜 전화상담실 풍경. 현재는 휴대전화에 연결해 통화하는 경우가 더 많다
스누콜 전화상담실 풍경. 현재는 휴대전화에 연결해 통화하는 경우가 더 많다
“스누콜은 2008년 3월 개통된 ‘서울대인을 위한 24시간 심리상담 전화’예요. 국내 대학 중에는 최초이고, 유일하죠. 365일 언제나 마음이 힘든 분들을 위해 열려있어요.”

윤제현 상담원은 대학생활문화원 위기상담부 팀장으로, 스누콜 관리를 포함한 위기상담 업무 전반을 이끌고 있는데요. 스누콜 전화를 받는 다섯 명의 상담원 선생님들과 24시간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서울대 구성원의 심리적 위기 극복을 돕고 있다고 해요.
대학생활문화원 위기상담부 윤제현 전임상담원’
대학생활문화원 위기상담부 윤제현 전임상담원
서울대인이 스누콜을 통해 주로 털어놓는 이야기는 우울, 적응, 학업 관련 상담이라고 하는데요. 밤과 주말 없이 열려있는 비상 전화이기 때문에 자살사고, 자해, 타해 등 위기 상담이 주된 용도이지만, 어떤 심리적 고민이라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해요.

“위기 상담 창구로 마련된 전화이지만, 위기 사례가 많으면 더 큰 문제잖아요. 스누콜이 마음의 어려움을 느낀다면 편하게 전화할 수 있는 존재이기를 바라요. 다만 위기 전화가 걸려올 수 있어 일반 심리상담은 30분 내외로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방문 상담을 연계해 드리고 있어요.”

위기 상담 전화가 걸려오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위기평가를 하고, 위험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판단될 경우 신고 등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요. 생과 사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서 삶의 의지를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스누콜 전화 한 통이 고민의 해결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고민 해결의 시작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충동이 많이 올라왔을 때 그걸 붙잡는 게 중요한데, 망설이는 찰나에 스누콜에 전화를 주셨으면 좋겠어요. 혼자 안고 있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나아질 수 있거든요.”
스누콜 홍보 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작(2021)
스누콜 홍보 웹툰 공모전 대상 수상작(2021)
요일과 시간에 무관하게 언제 전화가 올지 모르는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스누새는 상담원 선생님들이 괜찮으실지 걱정됐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전화를 받는 것이니 괜찮아요. 오히려 저는 스마트워치가 생긴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잠시라도 휴대전화와 떨어지면 불안하고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언제든 전화를 받을 수 있으니 오히려 안도감이 생긴 거죠.”

윤 상담원은 일과 일상의 구분이 없는 것보다 상담원으로서 가장 마음이 힘들 때는 따로 있다고 말했는데요.

“상담을 받더라도 당연히 한순간에 좋아지기는 어려워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건 힘든 일이 누적되어온 경우가 많으니까요. 부단한 노력으로 마음이 편해지다가도 한 번씩 힘들어질 때가 있는데, 그때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마음 아파요.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니까 좌절감도 큰 거거든요.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 역시 나아지는 과정이라는 거예요. 그 부분을 잊지 않도록 계속해서 다독여주고, 함께 노력하고 있어요.”
“함께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어요.”
“함께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어요.”
힘든 과정도 있지만, 그 과정을 함께 겪고 상담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을 느낄 때도 많은데요. ‘도움이 됐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고요.

“학교는 다른 상담센터와 다르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지나가면서 마주칠 때도 있는데 그냥 그 순간 자체로 보람을 느껴요. 상담 종결 후에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는 친구들을 봐도 뿌듯하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면서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마지막으로, 윤 상담원은 꼭 심리적 어려움이 크지 않더라도 누구든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답니다.

“상담의 목표 중 하나는 성장이에요. 아픔을 치료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지금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상담을 하는 거거든요. 크고 작은 고민이 생기거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대학생활문화원(신청실 ☏02-880-5501)의 문을 두드려보셨으면 좋겠어요.”
답장 (6)
  • 두루미
    두루미
    학교에서 가장 "개인"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아침부터 가슴이 뭉클하고 큰 감사함을 느낍니다.
  • 어치
    어치
    요즘은 마음이 많이 힘든 분들이 많은데요 따뜻한 도움을 주시는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작은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 두견
    두견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번아웃이 왔던 사람으로서 대신해서 정말 깊은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 꼬리치레
    꼬리치레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상담 프로그램에도 참여해보겠습니다!
  • 아비
    아비
    추운 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정말 멋진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정말로 감사드려요.
  • 어치
    어치
    가장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힘이 되어주시는 상담원님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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