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좋은 날씨라 그런지 학교 곳곳에서 독서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아졌어요. 스누새에게 가을은 캠퍼스를 누비기에도 참 좋은 계절인데요. 얼마 전, 중앙도서관 근처를 비행하다가 유튜브에서 보았던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어요. 영상 속에서 신형철 문학평론가, 호원숙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전문 진행자인 줄 알았는데,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김수진 학예연구관(이하 ‘학예관’) 이었어요.
“저는 2004년부터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 중앙도서관에는 지난해에 왔어요. 와서 보니, 자료실에 정말 가치 있는 문헌이 많더라고요. 여기 있는 소장자료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 일반인과 접점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김수진 학예관은 국문학과 95학번 동문인데요. 박사 수료 후 학예사로 일하기 시작했으니, 약 30년째 학교에 몸담은 거죠. 김 학예관이 중앙도서관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빠진 것은 석박사 시절이라고 해요.
“석박사 시절 단행본 자료실에 갔다가 책이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에 자주 갔죠. 책을 읽다가 주석에서 재미있는 책이 보이면 찾아보고, 이 책 찾으러 갔다가 옆에 있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면 읽어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은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취향이 한곳으로 치우치게 되잖아요. 그런데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지식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죠.”
“저는 2004년부터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고, 중앙도서관에는 지난해에 왔어요. 와서 보니, 자료실에 정말 가치 있는 문헌이 많더라고요. 여기 있는 소장자료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생, 일반인과 접점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김수진 학예관은 국문학과 95학번 동문인데요. 박사 수료 후 학예사로 일하기 시작했으니, 약 30년째 학교에 몸담은 거죠. 김 학예관이 중앙도서관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빠진 것은 석박사 시절이라고 해요.
“석박사 시절 단행본 자료실에 갔다가 책이 너무 많아서 놀랐어요. 그때부터 도서관에 자주 갔죠. 책을 읽다가 주석에서 재미있는 책이 보이면 찾아보고, 이 책 찾으러 갔다가 옆에 있는 책 제목이 마음에 들면 읽어 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지금은 알고리즘의 추천으로 취향이 한곳으로 치우치게 되잖아요. 그런데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지식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죠.”
고문헌 자료실에서 소장자료를 살펴보는 김수진 학예연구관
현재 김 학예관은 중앙도서관 고문헌 자료실에서 문헌 연구, 수리, 복원, 디지털화와 전시 기획은 물론이고, 영상 콘텐츠 기획과 출연 같은 새로운 업무도 맡고 있는데요. 오랜 세월이 녹아있는 자료를 연구하다가 요즘 대세 채널인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어요.
“사실 저는 원래 유튜브를 안 하는 사람이었어요. 이전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있었는데, 연구기관이다 보니 주로 연구만 했거든요. 그런데 중앙도서관에서는 의미 있는 소장자료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접점을 만드는 것도 제 역할이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죠. 다른 채널의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어떻게 만들지, 어떤 분을 모시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영상에 출연한 신형철 문학평론가(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김 학예관과 국문학과 동기라고 하는데요. 전화 한 통에 바로 출연을 결정하셨다고요.
“신형철 선생님은 분명 MBTI 첫 글자가 I일 거예요. 그래서 어려운 부탁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연락했어요. 그런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끼리 뭘 도와달라고 하니. 그냥 하는 거지.’라며 바로 수락을 해주셨어요. 정말 고마웠던 순간이에요.”
“사실 저는 원래 유튜브를 안 하는 사람이었어요. 이전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있었는데, 연구기관이다 보니 주로 연구만 했거든요. 그런데 중앙도서관에서는 의미 있는 소장자료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접점을 만드는 것도 제 역할이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죠. 다른 채널의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 어떻게 만들지, 어떤 분을 모시면 좋을지 고민했어요.”
영상에 출연한 신형철 문학평론가(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김 학예관과 국문학과 동기라고 하는데요. 전화 한 통에 바로 출연을 결정하셨다고요.
“신형철 선생님은 분명 MBTI 첫 글자가 I일 거예요. 그래서 어려운 부탁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고민을 많이 하다가 연락했어요. 그런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끼리 뭘 도와달라고 하니. 그냥 하는 거지.’라며 바로 수락을 해주셨어요. 정말 고마웠던 순간이에요.”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함께한 서울대도서관 유튜브 콘텐츠 ‘샤북샤북’
지난 9월에는 중앙도서관에서 ‘박완서 아카이브 설치 협약식’이 열렸는데요. 알고 보니, 김수진 학예관이 ‘박완서 아카이브’의 설치 과정도 함께하고 있었어요.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장소가 아니라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서울대인 아카이브’를 조성할 예정인데요. 박완서 작가님이 그 첫 주인공이 되셨어요. 감사히도 유가족분들이 많은 자료를 기증해 주셨고요. 작가님의 서재를 재현한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김 학예관의 말처럼 ‘박완서 아카이브’는 아치울 노란집에 있던 서재 형태로 재현될 예정인데요. 일반 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작가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려고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고 해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박완서 작가님은 그 삶이 그 글을 훼손하지 않는 인생을 사셨어요.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라도 삶으로 인해서 글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박완서 작가님은 성실하게, 정직하게 살면서도 좋은 결과물을 내셨죠. 그런 의미에서 서재에 올 학생과 일반인들이 서울대가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문장가를 만든 곳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느꼈으면 했어요. ‘이런 길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하는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요.”
“도서관을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장소가 아니라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서울대인 아카이브’를 조성할 예정인데요. 박완서 작가님이 그 첫 주인공이 되셨어요. 감사히도 유가족분들이 많은 자료를 기증해 주셨고요. 작가님의 서재를 재현한 의미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김 학예관의 말처럼 ‘박완서 아카이브’는 아치울 노란집에 있던 서재 형태로 재현될 예정인데요. 일반 전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작가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려고 이런 방식을 선택했다고 해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박완서 작가님은 그 삶이 그 글을 훼손하지 않는 인생을 사셨어요. 훌륭한 글을 쓰는 작가라도 삶으로 인해서 글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박완서 작가님은 성실하게, 정직하게 살면서도 좋은 결과물을 내셨죠. 그런 의미에서 서재에 올 학생과 일반인들이 서울대가 이렇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문장가를 만든 곳이라는 점을 자연스레 느꼈으면 했어요. ‘이런 길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하는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요.”
박완서 작가의 생전 집필 공간인 아치울 노란집 1층 서재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박완서 작가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쓴 일기, 애장서 3천여 권, 편지 500여 통, 사진 앨범 30여 권, 재봉틀, 호미 같은 생활사 자료와 미술 공예품까지 다양한데요. 작가 개인에 관한 연구뿐 아니라, 문학사적, 인문학적으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요. 여러 자료 중 김 학예관의 마음에 가장 크게 남은 기증품은 단연 ‘육필 일기’라고 합니다.
“아마 일기는 중앙도서관 소장자료 중 중요도 10위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70대 노년의 원숙한 문인이 매일매일 눌러쓴 하루하루의 기록이니까요. 특히, 타계 이틀 전에 쓰신 일기 중 ‘살아나서 고맙다. 그동안 병고로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죽었으면 못 볼 좋은 일은 얼마나 많았나. 매사에 감사.’라고 쓰신 구절에서 삶의 의지가 느껴져서 정말 마음에 많이 남아요.”
“아마 일기는 중앙도서관 소장자료 중 중요도 10위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70대 노년의 원숙한 문인이 매일매일 눌러쓴 하루하루의 기록이니까요. 특히, 타계 이틀 전에 쓰신 일기 중 ‘살아나서 고맙다. 그동안 병고로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죽었으면 못 볼 좋은 일은 얼마나 많았나. 매사에 감사.’라고 쓰신 구절에서 삶의 의지가 느껴져서 정말 마음에 많이 남아요.”
박완서 작가의 일기 11권 - 2001년 1월 1일에서 타계하기 이틀 전인 2011년 1월 20일까지의 기록
김 학예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학교가 소장한 자료가 가진 엄청난 가치가 조금은 실감이 되었는데요. 1909년 이전의 고문헌과 1910년부터 한국전쟁까지의 근대고문헌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학교라고 해요. 특히 중앙도서관은 근대고문헌을 20만 권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 양이 국립중앙도서관의 1.5배나 된다고요.
“서울대 학생들이 지금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규장각에 가면 정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중앙도서관 4층 고문헌 자료실에 오면 정지용을 만날 수 있고, 3층까지의 단행본 자료실에는 30만 권이라는, 대학 중 가장 많은 장서를 누릴 수 있잖아요. 이 세 축을 모르고 졸업하지 않았으면 해요.”
“서울대 학생들이 지금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규장각에 가면 정조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중앙도서관 4층 고문헌 자료실에 오면 정지용을 만날 수 있고, 3층까지의 단행본 자료실에는 30만 권이라는, 대학 중 가장 많은 장서를 누릴 수 있잖아요. 이 세 축을 모르고 졸업하지 않았으면 해요.”
김 학예관이 중앙도서관 고문헌 자료실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자료로 꼽은 도남 조윤제 선생의 『국문학사』(좌), 이상, 정지용 등이 창간한 문학 동인지 『시와 소설』(우)
김 학예관은 중앙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즐겁다고 합니다. 최근 중앙도서관 백색소음 유튜브 영상에 담길 ‘꿈과 희망에 관한 짧은 글귀’를 공모받았는데, ‘이 백색소음이 불안을 잠재우는 편안한 소리가 되길 바란다’는 쪽지가 있었고, 그 글을 읽으며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고요.
“올해 초에 '신입생 비상전(飛上展)'이라는 전시를 열었는데요. 전시에서 소개한 문인의 대출 지수가 작년보다 30% 늘었더라고요. 이렇게 일하면서 학생들과 공감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요.”
마지막으로, 중앙도서관의 학예연구관으로서, 김 학예관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전하며 스누새는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하루에도 수없이 지나치는 우리 후배 여러분이 각자의 행복을 찾고, 원하는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다양한 자원을 주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올해 초에 '신입생 비상전(飛上展)'이라는 전시를 열었는데요. 전시에서 소개한 문인의 대출 지수가 작년보다 30% 늘었더라고요. 이렇게 일하면서 학생들과 공감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아요.”
마지막으로, 중앙도서관의 학예연구관으로서, 김 학예관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지 전하며 스누새는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하루에도 수없이 지나치는 우리 후배 여러분이 각자의 행복을 찾고, 원하는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다양한 자원을 주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책을 통해 ‘각자의 행복을 찾고, 원하는 삶을 살아도 괜찮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 덕분에 쓸데없는 걱정은 내려놓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도전해 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아직 읽어야 할 책들이 많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다 읽어보지는 못하겠지만, 한번씩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