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일곱 번째
‘승리’보다 중요한 건 ‘우리’, 축구하는 그녀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가 느껴지는 9월, 캠퍼스는 개강을 맞아 활기를 되찾았는데요. 며칠 전, 주말 캠퍼스를 누비다가 종합운동장에서 색색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어요. 스탠드에 살짝 내려앉아 무슨 일인지 살펴봤더니, 총 12개 학교가 참여하고 서울대학교 여자축구부(이하 ‘SNUWFC’)가 주최하는 전국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최근 손흥민 선수가 출연한 이온음료 광고에도 함께했다는 SNUWFC 친구들을 만나 축구의 매력이 무엇인지 들어봤어요.
손흥민 선수와 함께 출연한 이온음료 광고
손흥민 선수와 함께 출연한 이온음료 광고
SNUWFC는 2010년에 창단해, 2011년 교내 정식 운동부로 등록됐는데요. 공을 한 번도 차 본 적 없던 사람도, 원래 축구를 좋아하던 사람도 축구를 향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똘똘 뭉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요.

“초등학교 때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했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당시 학교 여자축구부에 가입하고 함께 운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정말 좋은 기억이라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SNUWFC에 가입하게 됐어요.” (구민서ㆍ체육교육과 23학번)

“저는 축구를 전혀 몰랐어요.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이 뭔지 몰라서 ‘토트넘이 리그야?’라고 물어봤을 정도예요.(웃음)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축구 자체에 대한 애정도가 높아져서 해외 리그도 찾아볼 정도가 됐어요.” (박나현ㆍ에너지자원공학과 22학번)
축구가 낯선 사람들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는 정기훈련
축구가 낯선 사람들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는 정기훈련
부원들은 매주 두 차례의 정기훈련에 참여하는데요. 선수 출신의 감독, 코치님과 함께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미니게임을 통해 실전에 적용해보는 체계적인 훈련이라고 해요. 정기훈련 외에도 학교를 대표해 여자축구/풋살 대회에 출전하고, 타 대학과 친선경기도 펼치고, 친목 도모 활동도 하면서 실력과 즐거움을 함께 채우고 있어요.

“합천으로 합숙대회를 떠난 적이 있는데, 그때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타지에서 함께 먹고 자면서 대회에 참가하니까 더 돈독해지고,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얼마 전엔 OB 선배들과 함께하는 OB:YB 경기도 있었는데요. 선배들과 운동하는 것 자체도 좋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이야기도 듣고 진로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이가현ㆍ식물생산과학부 20학번)
합천 합숙대회 숙소에서(좌), 선배들과 함께한 OB전(우)
합천 합숙대회 숙소에서(좌), 선배들과 함께한 OB전(우)
‘모두의 축구 축제(Football Festival for All)’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인 전국대학여자축구대회 ‘샤-컵’은 SNUWFC가 2012년부터 직접 개최하고 있는 경기인데요. 올해 경기는 9월 2일, 3일 양일간 개최됐어요.

“올해 샤-컵은 코로나19로 4년 만에 열렸어요. 마지막으로 개최된 2019년에 신입생이던 언니가 지금 최고참이니 샤-컵을 경험해 본 사람이 거의 없었죠. 남아있는 자료는 있지만 하나하나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가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활동부원 약 30명 중에서 25명이 TF팀이 되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어요.” (김도은ㆍ주장/체육교육과 21학번)

부원들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으면서 행사 개최를 위한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겨야 했는데요. 철저한 준비와 홍보 덕분에 12개 대학여자축구팀 모집이 이틀 만에 마감되고, 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고 해요.

“대회에 참가만 해봤지 직접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후원을 받고 모든 과정을 다 준비하면서 선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는 공동 3위를 했는데, 비록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결과를 떠나 많은 것이 남은 시간이었어요.” (구민서ㆍ체육교육과 23학번)
SNUWFC가 주최하고 12개 대학여자축구팀이 참여한 ‘샤-컵’
SNUWFC가 주최하고 12개 대학여자축구팀이 참여한 ‘샤-컵’
SNUWFC는 체육교육과, 디자인학부, 윤리교육과, 기계공학부, 약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늦은 오후부터 어두운 밤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까요?

“물론 쉽지 않아요. 근데 저는 축구도 공부도 포기할 수 없거든요.(웃음) 우선 다행히도 SNUWFC에는 시험 기간 쿠폰제라는 게 있어서,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 훈련에 불참해도 되는 쿠폰을 세 개씩 줘요. 그리고 축구를 하면서 체력이 생기니까 잠을 좀 덜 자도 체력적으로 괜찮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박나현ㆍ에너지자원공학과 22학번)

“제가 1학년이던 2021년만 하더라도 축구를 하러 가면 이방인처럼 느껴졌어요. 가족이나 지인들이 별나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멋있고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게 느껴져요. 저는 여자축구의 매력이 ‘분위기’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혀 다른 전공과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모여있지만, 함께 하다 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조화가 만들어져요. 물론 승부욕은 있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관점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김도은ㆍ주장/체육교육과 21학번)
해가 져도 훈련은 계속된다!
해가 져도 훈련은 계속된다!
친구들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매력도 분명히 있지만 함께하는 팀원들이 좋아서 축구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는데요.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SNUWFC를 지도한 감독님도 친구들의 팀워크와 열정이 인상 깊었다고요.

“저는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다 보니 축구라는 운동을 치열하게 한 기억이 많아요. 그런데 친구들을 지도하면서 순수한 재미로 이만큼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더라고요. 특별한 보람이 있어서 계속 함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승주ㆍ감독/체육교육과 박사과정)

“모든 여자축구부가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정말 서로 평등해요. 위계가 거의 없고 서로 존중하고, 다 같이 친하거든요. 열정 하나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열려있고요. 말 몇 마디로 담기에는 어려울 만큼 우리 팀이 좋아요.” (박나현ㆍ에너지자원공학과 22학번)
“말 몇 마디로 담기에는 어려울 만큼 우리 팀이 좋아요“
“말 몇 마디로 담기에는 어려울 만큼 우리 팀이 좋아요“
SNUWFC에게 축구는 함께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매개체이자, 어떤 상황에서도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취미라는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는데요. 서로를 향한 마음과 축구를 향한 열정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운동장에서 만나면 인사해요!
답장 (8)
  • 고니
    고니
    밝고 건강한 학생들의 모습 덕분에 활기찬 아침을 시작하네요~스누새 고마워요!
  • 고니
    고니
    즐기는 사람에게서 만날 수 있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아요. 멋진 여자축구부 응원합니다 !
  • 곤줄박이
    곤줄박이
    저도 SNUWFC 경기 보고 싶네요~ 건강하고 보람차게 활동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ㅎㅎ
  • 밀화부리
    밀화부리
    20년 넘게 조기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모습의 우먼파워를 보여주시니 참 좋습니다. 언제 구경한 번 가도록 하지요. 학교축구회도 가입해야 하는데... 루트를 몰라서... 하여간에 축구 참 좋습니다. 꾸준히 하시고 안 다치게 하시기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 까치
    까치
    여축 사랑해요 ♥ ♥ ♥ SNUWFC 영원하자~!~!
  • 메추라기
    메추라기
    즐겁게 축구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습니다!!응원합니다 ㅎㅎ
  • 아비
    아비
    경기도 보고 싶고 축구동아리도 경험해보고 싶어요~!SNUWFC 파이팅 !
  • 찌르레기
    찌르레기
    서울대생은 공부만 하는 약골 이미지가 강한데 건강한 모습 보기 좋네요. 정신과 육체 모두가 건강한게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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