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은 캠퍼스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어요.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서, 열기가 가라앉은 저녁 무렵 캠퍼스 비행에 나섰습니다. 조용한 캠퍼스를 가로지르던 중 관악학생생활관 쪽에서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렸어요. 한쪽에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목소리도 들려왔고요. 무슨 일이 있나 궁금해서 가까이 가 보니 906동이 나왔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세 친구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서울대의 거주형 대학, ‘LnL (Living & Learning) 시범사업’이 운영 중인 906동
“이곳에서는 ‘주거와 배움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LnL이 시범 운영 중이에요. 올해 처음 시작되었고, 대학원생 프록터, 재학생 멘토, 신입생 총 300여 명이 참여해서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신입생 신연재)
LnL은 총 13개의 반으로 운영되는데, 한 반은 프록터 1명, 멘토 2명, 신입생 약 20명으로 구성된다고 해요. 프록터는 기본적인 생활 관리와 함께 학생 개개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멘토는 프록터와 신입생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신입생은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생이 주도하는 LnL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대요.
LnL은 총 13개의 반으로 운영되는데, 한 반은 프록터 1명, 멘토 2명, 신입생 약 20명으로 구성된다고 해요. 프록터는 기본적인 생활 관리와 함께 학생 개개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멘토는 프록터와 신입생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신입생은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생이 주도하는 LnL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대요.
왼쪽부터 박찬무(경영대학원 석사과정·프록터), 김재윤(경영학과 20학번·멘토), 신연재(통계학과 23학번·신입생)
“저는 이전에 기숙사 동조교를 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동조교라면,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LnL 프록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라는 커뮤니티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프록터에 지원하게 됐어요.” (프록터 박찬무)
학생들은 ‘더 다양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 ‘신관을 사용할 수 있어서’ 등 저마다의 이유로 LnL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참여했는데요. 지난 1학기는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교과과정 ‘관악모둠강좌: 공동체’와 공모전, 북토크, 체험 등 다양하게 마련된 비교과 과정을 주축으로 공동체의 정의와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더 다양한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소속감을 느끼기 위해서’, ‘신관을 사용할 수 있어서’ 등 저마다의 이유로 LnL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참여했는데요. 지난 1학기는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교과과정 ‘관악모둠강좌: 공동체’와 공모전, 북토크, 체험 등 다양하게 마련된 비교과 과정을 주축으로 공동체의 정의와 가치를 찾아가는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강연과 몬테 카심 아키타 국제대학 총장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
“관악모둠강좌에서 다양한 범위의 공동체를 다뤘거든요. 각각 ‘나의 미래’, ‘일본의 대학 혁신’, ‘기후변화’, ‘팬데믹과 K방역’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 개인에서 시작해서 LnL이라는 공동체, 서울대학교라는 공동체, 국가 공동체, 지구촌 공동체까지 확장하며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학기가 마무리되고, ‘공동체란 한 사람처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하고 스스로 정의를 내려보기도 했어요.” (멘토 김재윤)
“저는 체육대회, 방 꾸미기, 영화 만들기 같은 비교과 활동이 기억에 남는데요. 특히 영화 만들기는 멘토님이 영화동아리 회장이셨고,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는 분도 계셔서 나름의 역할과 체계를 가지고 재미있게 활동했어요. 특히, 촬영 날에는 새벽 3시까지 함께 했는데, 피곤했지만 그 속에서 생기는 친밀감이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됐어요.” (신입생 신연재)
“저는 체육대회, 방 꾸미기, 영화 만들기 같은 비교과 활동이 기억에 남는데요. 특히 영화 만들기는 멘토님이 영화동아리 회장이셨고,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는 분도 계셔서 나름의 역할과 체계를 가지고 재미있게 활동했어요. 특히, 촬영 날에는 새벽 3시까지 함께 했는데, 피곤했지만 그 속에서 생기는 친밀감이 있어서 좋은 추억이 됐어요.” (신입생 신연재)
함께 땀 흘리며 한층 더 가까워진 ‘LnL 한마음체육대회’
이처럼 함께 배우고 생활하면서 가까워지다 보니, 공식적인 활동 외에 일상을 함께 보낼 일도 많아졌다는데요.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찾아 추억도 쌓고, 볼링을 치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서로에게 음악을 추천해주는 단체 채팅방도 있다고 해요.
“저는 지난 학기에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요. 제일 힘든 점이 ‘외로움’이었어요. 그런데 LnL에서는 원래라면 혼자 했을 일을 누군가와 같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예를 들면 반 단체 채팅방에 ‘내일 아침 8시에 같이 농구할 사람!’하고 올리면 시간 되는 친구들이 오는 거죠.” (멘토 김재윤)
각양각색의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신입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모여 생활하는 덕에 성적, 진학 등 학교생활에 관한 고민에서부터 연애 상담까지 곳곳에서 ‘LnL 상담소’가 열린다는데요. 여러 전공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게 되는 시너지가 있는지 묻자 ‘전공마다 다른 특성이 분명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게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신입생이 대학원생, 다른 과 재학생분들과 만날 기회가 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관계 자체가 값진 것 같아요. 대학원 준비 과정에 관해서 여쭤보기도 하고, 다른 단과대 생활은 어떤지 들을 수 있어서 좋고요. 인생 선배가 늘 곁에 있다는 든든함을 느껴요.” (신입생 신연재)
“저는 지난 학기에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요. 제일 힘든 점이 ‘외로움’이었어요. 그런데 LnL에서는 원래라면 혼자 했을 일을 누군가와 같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예를 들면 반 단체 채팅방에 ‘내일 아침 8시에 같이 농구할 사람!’하고 올리면 시간 되는 친구들이 오는 거죠.” (멘토 김재윤)
각양각색의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신입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모여 생활하는 덕에 성적, 진학 등 학교생활에 관한 고민에서부터 연애 상담까지 곳곳에서 ‘LnL 상담소’가 열린다는데요. 여러 전공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얻게 되는 시너지가 있는지 묻자 ‘전공마다 다른 특성이 분명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게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신입생이 대학원생, 다른 과 재학생분들과 만날 기회가 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관계 자체가 값진 것 같아요. 대학원 준비 과정에 관해서 여쭤보기도 하고, 다른 단과대 생활은 어떤지 들을 수 있어서 좋고요. 인생 선배가 늘 곁에 있다는 든든함을 느껴요.” (신입생 신연재)
경복궁도 가고, 음악도 추천하며 일상 속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학생들
숙소 생활 자체는 일반 기숙사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도 궁금했는데요. 세 친구는 한목소리로 ‘자율성’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음대로 생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학생이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고 그 결과가 반영되니까 공간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마음이 들었다고요.
“LnL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합의한 것이 가능한 벌점 같은 제도를 두지 않는 것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공공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다른 부분은 소통을 통해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요. 외부인 출입, 공유공간 사용 등 결정이 필요한 안건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대토론의 밤’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직접 대화하고, 마지막으로 OX 수준의 설문조사를 진행해서 규칙을 만들었거든요. 학생들 입장에서 ‘규칙 몇 개 정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지지부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과정이었지만, 그 역시 의도한 부분이었어요. 규칙을 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어야 바텀업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랐거든요.” (프록터 박찬무)
“LnL에서 공동체의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합의한 것이 가능한 벌점 같은 제도를 두지 않는 것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공공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다른 부분은 소통을 통해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했는데요. 외부인 출입, 공유공간 사용 등 결정이 필요한 안건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대토론의 밤’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직접 대화하고, 마지막으로 OX 수준의 설문조사를 진행해서 규칙을 만들었거든요. 학생들 입장에서 ‘규칙 몇 개 정하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지지부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과정이었지만, 그 역시 의도한 부분이었어요. 규칙을 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어야 바텀업 방식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랐거든요.” (프록터 박찬무)
함께 생활하는데 필요한 규칙을 만든 ‘대토론의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생활과 배움은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깊이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함께 살기 위해 배우고, 함께 살다 보니 배우게 되는 것이 ‘Living & Learning’ 아닐까요?
“관악모둠강좌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 시간에 저희 조는 매번 예정 시간을 넘겨 가며 열정적으로 참여했어요. 다른 모임이라면 ‘이런 말을 하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주저했을 텐데 LnL 토론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된다.’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요. 생각해 보면 같이 살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학생 김재윤)
마지막으로, 낯설고 새로웠던 첫 학기를 보내고, 조금은 익숙해진 2학기를 어떻게 맞이할 계획인지 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주식투자를 통한 국내 경제 이해’라는 주제의 학생자율세미나를 이끌게 되어서, 걱정 반 설렘 반으로 2학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경제라는 분야가 다들 낯선데 2학기가 지나면 조금 친숙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신입생 신연재)
“저는 ‘연극 무대 및 영화 연출 분석’이라는 세미나에 참여할 예정인데요. 평소에 약하다고 생각했던 예술 분야를 이 기회에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멘토 김재윤)
“프록터들은 방학에도 매주 회의를 하면서 개선점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결정해가고 있어요. 2학기 때 함께 만들어갈 ‘발전될 LnL’이 정말 기대됩니다.” (프록터 박찬무)
“관악모둠강좌 강연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 시간에 저희 조는 매번 예정 시간을 넘겨 가며 열정적으로 참여했어요. 다른 모임이라면 ‘이런 말을 하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주저했을 텐데 LnL 토론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된다.’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그러니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요. 생각해 보면 같이 살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학생 김재윤)
마지막으로, 낯설고 새로웠던 첫 학기를 보내고, 조금은 익숙해진 2학기를 어떻게 맞이할 계획인지 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저는 ‘주식투자를 통한 국내 경제 이해’라는 주제의 학생자율세미나를 이끌게 되어서, 걱정 반 설렘 반으로 2학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경제라는 분야가 다들 낯선데 2학기가 지나면 조금 친숙해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신입생 신연재)
“저는 ‘연극 무대 및 영화 연출 분석’이라는 세미나에 참여할 예정인데요. 평소에 약하다고 생각했던 예술 분야를 이 기회에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멘토 김재윤)
“프록터들은 방학에도 매주 회의를 하면서 개선점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공동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지,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결정해가고 있어요. 2학기 때 함께 만들어갈 ‘발전될 LnL’이 정말 기대됩니다.” (프록터 박찬무)
지난 3월 열린 LnL 환영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