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네 번째
기보배 강사, “양궁에서 10점보다 중요한 것은”
1학기 수강신청을 앞둔 2월, 학교 안팎을 떠들썩하게 달군 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기보배 선수가 서울대학교 양궁 교양수업을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죠. 양궁 수업은 꾸준히 인기 있는 과목이지만, 강좌 정보에 올라온 ‘강의계획서_양궁_기보배.hwp’라는 파일명에 경쟁률이 무려 10:1을 기록했다고 해요. 그렇게 치열한 수강신청을 뚫고 시작된 기보배 강사님의 수업이 어느덧 1학기의 마지막 차시,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양궁 수업이 한창인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양궁 수업에서 학생의 자세를 바로잡는 기보배 강사
양궁 수업에서 학생의 자세를 바로잡는 기보배 강사
오늘 수업은 단체전! 표적지를 향해 한발 두발 활을 쏘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느새 진지해지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팀원들과 작전 회의를 펼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는데요. 기보배 강사님은 틈틈이 학생들의 자세를 바로잡고, 팀별 점수를 확인하며 동분서주했습니다.

“한 학기 수업이 15회차인데, 최대한 실습 위주로 진행하고 있어요.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대회에 출전할 때도 있어서, 이론은 과제를 통해서 개별적으로 학습하고 함께하는 수업 시간에는 가능한 한 많은 화살을 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학기 초에는 각자 신체와 체력에 맞는 활을 선정하고, 그 활을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가졌고요. 중후반에는 개인전, 단체전을 하면서,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어요.”
수업 틈틈이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코칭을 진행한다
수업 틈틈이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코칭을 진행한다
기보배 강사님의 양궁 수업은 매주 금요일 9시, 11시 두 개 반으로 운영됩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칠 때까지, 곳곳에서 강사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아마추어인 학생들이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일반적인 수업용보다 큰 표적지를 직접 챙겨와 세팅하고, 매 수업 후에는 장비를 점검한 후 필요한 경우 수리까지 직접 하신다고 합니다. 매 순간 정성을 쏟는 강사님께 학생들이 양궁 수업을 통해 어떤 것을 얻어 갔으면 하는지 물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요. 양궁이라는 스포츠는 공부와 마찬가지로 정말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실력이 늘어요. 화살은 거짓말을 안 하거든요. 그러니 그 과정을 경험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꾸준한 열정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요. 그리고 사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화합과 배려인데요. 양궁은 교양수업이라 다양한 학과, 학번의 학생들이 모이거든요. 함께 기록을 만드는 경험을 통해서 몰랐던 사람과 가까워지고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실제로 단체전을 해보니 학생들이 금방 친해지고 화기애애하게 수업에 참여하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소속팀(광주광역시청)이 있는 광주에서 훈련하고, 금요일에 서울로 올라와 수업을 진행하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기보배 강사님의 요즘 일상인데요. 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에는 6년 만에 국가대표로 복귀해 학생들에게 큰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강사님은 현역 선수로 활동하며 강사를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선수 생활 은퇴 후 교육자의 길로 가겠다는 목표가 있어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고 말합니다.
“양궁 수업을 통해 몰랐던 학생들이 가까워지고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양궁 수업을 통해 몰랐던 학생들이 가까워지고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기대했던 것만큼 학생들의 눈동자가 정말 초롱초롱하더라고요. 집념도 강하고요. 그래서인지 서울대학교에서의 한 학기를 돌아보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4월에 국가대표 중 세계대회 최종 엔트리를 선발하는 평가전이 있어서, 4주 동안 학생들과 만나지 못한 시간이 있었거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제 개인 사정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그 부분을 다 이해해 줬어요. 정말 고마워서 선수촌에 있으면서도 ‘나는 너희와 함께 수업하고 싶다’라는 표현을 많이 했어요.”

양궁 수업을 듣고 있는 김세은 학생(소비자학과·20)이 강사님께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기간 동안 직접 촬영한 영상을 보내주셨다고 귀띔해 주었는데요. 실제로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틈틈이 직접 콘텐츠를 구성하고 영상을 찍어 학생들에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세계대회 출전권이 걸린 최종 평가전이라는 압박감 속에서 어떻게 학생들과의 소통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책임감이었던 것 같아요. 치열한 수강신청 경쟁률을 뚫고 제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이잖아요. 그래서 4주를 허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선수들은 직접 활에 쓸 현(줄)을 만들고, 화살도 직접 재단하고 만들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자세하게 알기는 어려우니까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는 영상을 찍었는데, 숨은 이야기를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기뻤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양궁을 해오면서 많은 분이 질문해 주셨던 것들, 궁금해하셨던 것들을 종합해서 영상을 만들었죠.”
선수촌에서 직접 촬영한 ‘현과 활 만드는 법’ 수업 영상
선수촌에서 직접 촬영한 ‘현과 활 만드는 법’ 수업 영상
기보배 강사님은 활 쏘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지금도 하루 400발 정도의 훈련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가대표, 해설위원, 체육학 박사, 대학교 강사까지 현역 선수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왔고 올해를 끝으로 선수 생활은 은퇴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기보배 선수’로 불릴 날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새로운 목표를 구상하며 다양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선수로 남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고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선 강단에 서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지금처럼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갈 계획이고요. 올림픽 같은 큰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깨달음을 알차게 담아낸 책도 한 권 써보고 싶어요.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하고 싶고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웃음)”

대회 중 다양한 변수 속에서도 순간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방법은 ‘오직 목표만 생각하며 집중하는 것’이라는 기보배 강사님의 말을 들으며, 매 순간 진심을 다하는 마음이 느껴진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한 학기 동안 함께 한 학생들 역시 강사님의 섬세한 지도와 열정적인 수업에 매주 금요일이 기다려졌다고 말했는데요. 학기는 곧 마무리되지만, 강사님과 학생들이 주고받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서로에게 오래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답장 (11)
  • 곤줄박이
    곤줄박이
    저도 양궁 수업 듣고싶어요....
  • 메추라기
    메추라기
    우와 멋진 수업이었네요!
  • 올빼미
    올빼미
    저도 진짜 듣고 싶습니다..
  • 지빠귀
    지빠귀
    쉽지 않은 일정에도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해요 기보배 선수 화이팅!
  • 종다리
    종다리
    따뜻한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나무발발이
    나무발발이
    말씀 하나하나 다 너무 멋있어요...캡쳐해놓고 자주 봐야겠어요ㅎㅎ
  • 두루미
    두루미
    멋지십니다. 앞으로도 기보배 선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오리
    오리
    와, 격세지감이 느껴지네요. 선택의 여지 없이 여자는 에어로빅, 남자는 테니스, 이런 시대에 학교 다녔네요. 부럽습니다.
  • 백학
    백학
    저도 기보배 선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야겠어요!! 기보배 선수 파이팅!(다음 학기에도 열린다면 수강신청 도전해볼래요..)
  • 부엉이
    부엉이
    다음학기 기보배 선생님 수업 꼭!
  • 두견
    두견
    멋진 수업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수업 참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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