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덟 번째
못생겨도 괜찮아!
뿌리가 여러 갈래로 뻗은 우람한 당근, 얼룩덜룩한 사과, 울퉁불퉁한 딸기 등 우리가 소위 ‘못난이’라고 부르는 비규격 농산물은 어디로 갈까요? 보기에 예쁘지 않고, 크기가 들쭉날쭉한 채소들은 상품의 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않아 결국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못생겨도 맛 좋고 영양 가득한 채소들을 구하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 ‘어글리 컬처(Ugly Culture)’ 팀의 팀장 이채린(사회교육학과 20학번) · 부팀장 서유진(국사학과 20학번) 학생을 만났어요.

“어글리 컬처는 못난이 채소를 뜻하는 ‘Ugly vegetable’과 농업을 뜻하는 ‘Agriculture’을 합쳐 만든 이름이에요. 15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었고요,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다양하게 고민한 뒤 한 학기 동안 여러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해 왔죠.” (서유진)
이채린 학생
이채린 학생
어글리 컬처는 우리 학교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펼치는 학생사회공헌단 사업의 프로젝트팀이에요. 학생사회공헌단은 프로젝트 기획부터 수행 결과까지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활동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우리 학교 학생들의 지식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어요.

“저는 이번이 세 번째 참여예요. 지난 학기에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버려지는 농산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해 농가도 돕고,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려 환경도 구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죠.” (이채린)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버섯 샤부샤부’ 밀키트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버섯 샤부샤부’ 밀키트
어글리 컬처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못난이 채소가 주재료인 밀키트를 제작해 소외계층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어요. 밀푀유나베, 월남쌈, 수제비 등 다양한 메뉴가 제시됐지만, 최종적으로 버섯 샤부샤부가 확정됐어요. 최적의 레시피를 찾기 위해 우리 학교 식품영양학과 조리실습실에서 직접 요리하고 맛을 보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고 해요.

“채소를 최대한 많이 활용하고, 누구나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메뉴여야 했어요. 위생과 건강을 생각해 생채소보다 익혀 먹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버섯 샤부샤부’로 정했어요. 맛있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여러 번 테스트한 게 기억이 남아요. 그렇게 만든 밀키트는 ‘한국친환경홈케어사회적협동조합 하랑1004’를 통해 나눔 했어요.” (서유진)
서울대학교 느티나무 어린이집에서 못난이농산물을 활용한 건강주스 요리교실을 진행했다.
서울대학교 느티나무 어린이집에서 못난이농산물을 활용한 건강주스 요리교실을 진행했다.
어글리 컬처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요리 교실도 열었어요. 우리 학교 어린이보육지원센터인 느티나무어린이집 7세 아이들이 대상이었죠. 사과와 당근, 비트로 건강 주스를 만들며 못난이 농산물도 충분히 맛있고 영양소가 가득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대요.

“어릴 때부터 못난이 채소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아이들의 인식이 달라지면 부모인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거라는 파급 효과 기대도 있고요. 참여한 아이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놀랐어요. 처음에는 못생겨서 맛없을 거라고 했던 아이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주스가 너무 맛있다며 더 달라고 하는데 왠지 뿌듯하더라고요. 못생긴 채소나 과일을 어디에서 사야 하느냐고 묻는 아이도 있었어요. 이런 작은 관심들이 모이면 결국엔 사회가 변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괜히 마음이 벅차올랐어요.” (이채린)
카페 느티나무에서 판매하는 못난이딸기 메뉴를 홍보하기 위해 부스를 운영했다.
카페 느티나무에서 판매하는 못난이딸기 메뉴를 홍보하기 위해 부스를 운영했다.
어글리 컬처의 또 다른 프로젝트는 교내 및 지역 카페와 협업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 메뉴를 만들고, 홍보하는 것이었어요. 사회적기업에서 운영하는 관악구 카페 ‘카페앤밀 치포리’에서는 못난이 당근과 양파를 재료로 한 수프와 샌드위치 등을 판매했어요. 어글리 컬처의 취지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농가에서 필요한 농산물을 먼저 구입했고, 10월 1일부터 2주 동안 판매한 메뉴의 수익금 가운데 일부는 소외계층에게 기부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우리 학교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 느티나무’의 메뉴였죠. 기존 메뉴인 리얼딸기라테, 와플, 딸기바나나에 못난이 딸기를 활용한 거예요.

“수업 들어가기 전, 아침 일찍 농가에서 딸기를 받아 우리가 직접 꼭지를 딴 다음 카페에 드려요. 보통 서너 명이 한 시간 동안 15~20kg 정도 작업하는 것 같아요.(웃음) 아까도 지나가면서 리얼딸기라테가 맛있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너무 뿌듯하죠. 아무래도 생딸기 함량이 높아진 덕분이 아닐까요? 원래 인기 메뉴인데 체감상 주문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웃음)” (서유진)
서유진 학생
서유진 학생
어글리 컬처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낙성대공원에서 열린 세대 교류 축제에서 ‘못난이 농산물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거였어요. 관악구민들에게 못난이 농산물 엽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못난이 농산물 촉감 테스트와 같은 체험 활동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팀원 모두 열심히 활동했다고 해요.

“사실 저는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까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어요. 일단 지금은 어글리 컬처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지구를 위해 생활 속에서 환경 실천을 습관화하고, 사람들끼리 서로 돕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서유진)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어글리컬쳐 팀원들의 모습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어글리컬쳐 팀원들의 모습
농산물은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크기도, 색깔도, 생김새도 전부 달라요. 모양이 예쁘든 못났든 모두 농부들이 땀 흘려 정성스럽게 키운 것들이지요. 못생겨도 맛 좋은 농산물이 버려지지 않도록 애쓰는 어글리 컬처의 마음이 널리 퍼져 우리 모두가 건강한 지구에서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라봅니다.
답장 (8)
  • 기러기
    기러기
    영양가(?) 있는 활동내용 잘 읽었습니다. 어글리 농산물도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 닭
    참 이쁜 마음이 전해집니다. 거창하게 드릴 말씀은 없지만, 순수함의 정도를 느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따오기
    따오기
    아름다운 마음과 창의적인 생각, 그리고 실천하는 행동에 정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예쁜 마음가짐으로 좋은 활동들을 계속해서 이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랑스러운 SNU 화이팅!
  • 메추라기
    메추라기
    못난이 농산물을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 밀화부리
    밀화부리
    제목만 보고 아침부터 팩트폭력을 당해버렸지만 못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질 수도 있었던 농산물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학생분들의 노력도 본받을 점이 많네요. 힘 얻고 갑니다.
  • 꿩
    저도 항상 A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들 보면 속상했는데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네요. 아주 멋지십니다!
  • 직박구리
    직박구리
    처음에 메일로 온 흥미로운 제목의 이름에 기사를 자세히 읽게 됐는데, 이렇게 뜻 깊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올빼미
    올빼미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은 지금 상황에 못난이 농산물을 구할 생각을 한 것이 너무 시기적절하고 사회를 더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아주 좋은 프로젝트네요! 사회에 필요한 공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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