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저마다 고민을 안고 경력개발센터의 "진로설계 집단상담"에 참가한 학생들
스누새 편지 일곱번째
물고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체리 '기초학문 전공인데 전문직에 관심이 있어요.'
오늘 '전공은 공학인데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요.'
나무 '꿈은 큰데 현실에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저마다 고민을 안고 경력개발센터의 "진로설계 집단상담"에 참가한 학생들
스누새에게 편지로 고민을 보내는 친구들이 늘고 있어요. "무슨 전공을 할 지 깊은 고민 없이 진학한 탓인지, 대학에 와서는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고민만 실컷 해." 라고 보내 온 친구가 기억에 남아요. 그 친구는 경력개발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로는 좀 더 생산적인 고민을 한다고 해요.
경력개발센터
경력개발센터(152-1동)는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7월의 경력개발센터에서는 방학을 이용해 진로 문제만 집중적으로 탐구해 보는 '진로설계 집단상담'이 열리고 있어요. 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들이 모여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4일 동안 집요하게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스누새는 이곳에서 4명의 참가자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보고 왔어요.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상담이 전공인 교육학 박사님이 등장하세요. 경력을 개발하기 이전에 자신을 배우는 과정이기에 마음 전문가가 이끌어 주시나 봐요.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어쩌면 자신과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에게는 한 번 해 보라고 상담사님의 모나리자 미소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만남'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상담사님을 우리는 '만남'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오늘 "의대 가라는 부모님 권유를 뿌리치고 제 선택으로 공대에 진학했어요. 전공 공부가 쉽게 느껴지고 학점도 좋은데, 저는 인문학에 관심이 가요. 좀 더 통찰력과 감성이 필요한 일을 하고 싶어요. 주변에 같은 전공뿐이라 답을 찾을 수없어서 왔어요."
- 별명: 오늘(따지고 보면 우리는 '오늘'만 사는 거잖아요.)
- 성격유형: ENFP("재기 발랄한 활동가")
이렇게 고민을 털어 놓는 '오늘'에게 만남 상담사님은 계속 "왜"라고 묻네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라고 온화하고 집요하게 묻습니다.
"만남님이 '왜'라고 물어보실 때마다, 잠시 당황하다가도, 내 안에서 불이 반짝 켜지면서 답이 보였어요. 그렇게 불빛이 하나 하나 쌓이니까 내가 원하던 게 흐릿하다가 분명해졌어요."(오늘)
체리 "저는 인문학 전공인데 제 전공이 너무 재밌어요. 해당 언어도 영어보다 더 잘하고, 그 나라를 혼자 여행하면서 궁극의 자유를 경험했어요. 하지만 직업으로는 안정적인 전문직을 갖고 싶어요. 마음 속이 복잡해요."
- 별명: 체리(키우는 강아지 이름이에요)
- 성격유형: INTJ(내향적인 노력형 분석가)
원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아직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만남 상담사님은 '가치관 경매' 게임을 가져 와요. 누구나 갖고 싶을 법한 직업의 가치, 고소득, 고용안정성, 워라벨, 도전 기회, 즐거운 일, 보람....같은 것들을 늘어놓고 학생들에게 경매를 통해 사가도록 했어요. 내가 다른 것을 포기해서라도 꼭 사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드러나는군요.
"제가 고소득을 이렇게 원하는지 몰랐어요." 체리가 놀라며 말하자 상담사님이 대답해요. "자기 욕구를 인식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잘 하셨어요."(체리)
물고기 "뭘 하든 잘 한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적성을 잘 모르겠어요.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서 다녔는데 다 재미있었어요. 다른 학교에 가면 또 다른 친구들이 있고, 그게 저한테는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는 일 같아서 ‘적응’이라고 생각도 안 했어요."
- 별명: 물고기(어딜 가도 물 만난 고기 같아요)
- 성격유형; ENTP("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
넘쳐나는 활력이 매력적인 '물고기'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결정을 못하는 눈치였어요. 만남님은 결정을 내려주는 대신 "물고기님, 안 끊을테니까 자기 자랑 한 번 길게 해 보세요. 한살 때부터요" 라고 주문합니다. 멈칫하던 물고기는 이내 물을 만난 듯 "저는 사실 자존감이 정말 높은 거 같아요. 소수자가 되었을 때도 절대 상처받지 않았거든요." 하고 자기도 모르던 자랑을 길어 올립니다.
"그 때 뭔가 큰 확신이 마음에서 올라 왔어요. 당장 정해진 게 없어도 상관없어, 라는 마음이 들면서 편안해졌어요."(물고기)
나무 "저는 '감투'를 좋아해요. 어릴 때 줄곧 반장이었는데, 누군가 '반장아'하고 부를 때 느껴지는 책임감이 좋았어요. 그 기분으로 타인을 돕고 살고 싶어서 행정고시를 보려고 하는데 잘 웃고 잘 우는 제가 거기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 별명: 나무(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 성격유형: ENFP("열정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는 사람")
스무살의 소소한 장애물들이 긴 꿈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담사님이 가져온 장비는 타임머신입니다. "서울대 오고 나니까, 열심히 공부해 준 고등학생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죠? 여러분이 20년 뒤에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하면 좋을 지 써 보세요."
나무는 빼곡이 쓴 편지를 친구들 앞에 읽으며 많이 울었답니다. "마흔 살의 내가 스무살의 나에게: 잘 웃고 잘 울던 너 때문에 지난 인생이 참 힘들었다. 그래도 그 마음 때문에 사람들을 돕고 살았어. 너에게 감사해."(나무)
진로설계집단상담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 울고 웃었던 4일
과정을 끝난 학생들은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되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고 말합니다.

물고기: “자꾸 변하더라도 지금은 지금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체리: “경영 전공이 아니라 겁이 났었는데, CPA를 준비해야겠다는 목표가 명확해 졌어요.”
오늘: “데이터사이언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이 10% 정도였다가 50%로 높아졌어요.”
나무: ”저 자신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여러 개의 꿈들이 멀리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확연히 밝아지면서 내게 확 다가오는 경험을 했어요.”

"진로설계의 첫걸음은 자기 탐색입니다. 경력개발센터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적성과 진로를 찾아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https://career.snu.ac.kr (이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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