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연건캠퍼스 융합관에서 특별한 수업이 열렸어요. 의학과 필수 과목 중 하나로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 강의가 진행된 것인데요. 이는 국내 의과대학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강의가 필수 과목에 포함된 최초의 사례라고 해요. 이 강의를 만든 휴먼시스템의학과 윤현배 교수님을 만났어요.
“의사인 아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성소수자 환자들이 방문하는 일이 많다’며 진료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과 전문의임에도 저 역시 성소수자를 위한 의료에 대해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학생 시절 대학에서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고, 전공의 수련을 받는 동안에도 배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지님에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성소수자, 그중에서도 사회적 성(gender)과 생물학적 성별(sex)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이죠. 몸에 대한 혐오감, 성별 위화감 등으로 우울감을 겪는 트랜스젠더에게 호르몬 치료 또는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별을 일치시키는 성 확정 수술은 생존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진료받을 병원을 찾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라고 해요.
“제가 학생일 때와 비교해 봐도 현재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여전히 병원에서 관련한 진료를 받기 어렵고 의대에서도 성소수자 의료에 대해 가르치는 과목은 없죠. 마땅한 의료 지침도 없어 많은 사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얻고, 해외 사이트를 통해 음성적인 방법으로 약을 구하고 있습니다. 성 확정 수술 역시 대부분 해외에서 받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서 이에 대한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혐오 어린 시선도 병원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진료 접수를 할 때부터 수차례 이어지는 본인 확인, 진료과정에서 벌어지는 무지와 무신경한 발언들은 병원 방문을 꺼리게 하죠.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중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의료기관 방문을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고 해요.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방문하는 병원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의 장소인 것이죠.
“의사인 아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성소수자 환자들이 방문하는 일이 많다’며 진료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과 전문의임에도 저 역시 성소수자를 위한 의료에 대해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학생 시절 대학에서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고, 전공의 수련을 받는 동안에도 배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건강할 권리를 지님에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성소수자, 그중에서도 사회적 성(gender)과 생물학적 성별(sex)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이죠. 몸에 대한 혐오감, 성별 위화감 등으로 우울감을 겪는 트랜스젠더에게 호르몬 치료 또는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별을 일치시키는 성 확정 수술은 생존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그러나 진료받을 병원을 찾는 것조차 힘든 게 현실이라고 해요.
“제가 학생일 때와 비교해 봐도 현재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요. 여전히 병원에서 관련한 진료를 받기 어렵고 의대에서도 성소수자 의료에 대해 가르치는 과목은 없죠. 마땅한 의료 지침도 없어 많은 사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얻고, 해외 사이트를 통해 음성적인 방법으로 약을 구하고 있습니다. 성 확정 수술 역시 대부분 해외에서 받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서 이에 대한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혐오 어린 시선도 병원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진료 접수를 할 때부터 수차례 이어지는 본인 확인, 진료과정에서 벌어지는 무지와 무신경한 발언들은 병원 방문을 꺼리게 하죠.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중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의료기관 방문을 포기한 경험이 있었다고 해요. 가벼운 증상만 있어도 방문하는 병원이 누군가에게는 공포와 두려움의 장소인 것이죠.
지난해 의학과 2학년 대상으로 처음 개설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수업
의료 환경 속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 지금이라도 교육해야겠다는 생각에 교수님은 지난해 1학기, 의학과 2학년생 12명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 선택과목을 개설했어요.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개념, 역사적인 변천 과정, 건강권 침해 등을 익히고, 직접 성소수자와 대면하는 외부전문가들로부터 관련 지식과 경험도 배웠어요. 수업 전에 ‘과연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고 해요. 교수님의 걱정과 달리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어요.
“‘개강 전, 정원이 다 차서 못 들을까 봐 걱정’이라며 꼭 수업을 듣고 싶다는 학생들이 메일을 보내왔어요. 종강한 후에도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실습 과목도 개설해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학생들 역시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에 반해 학교에서의 교육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죠. 4학년 실습을 위해 급하게 여름 강의를 개설해 성소수자 전담 의료진이나 클리닉이 있는 타 병원에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실습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직접 성소수자 환자를 대면하고 치료 과정도 참관하며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나의 말 한마디로 성소수자가 진료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 무지개 스티커를 붙여놓거나 차별적인 언사를 하지 않는 등의 사소한 것들만 지켜도 성소수자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해요.
“‘개강 전, 정원이 다 차서 못 들을까 봐 걱정’이라며 꼭 수업을 듣고 싶다는 학생들이 메일을 보내왔어요. 종강한 후에도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실습 과목도 개설해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학생들 역시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에 반해 학교에서의 교육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죠. 4학년 실습을 위해 급하게 여름 강의를 개설해 성소수자 전담 의료진이나 클리닉이 있는 타 병원에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실습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직접 성소수자 환자를 대면하고 치료 과정도 참관하며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들을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나의 말 한마디로 성소수자가 진료를 포기할 수 있다는 것, 무지개 스티커를 붙여놓거나 차별적인 언사를 하지 않는 등의 사소한 것들만 지켜도 성소수자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해요.
이번 학기 필수 과목으로 개설 된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 수업 모습
학생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는 이번 학기 ‘성소수자 건강과 의료’ 강의로 이어졌어요. 선택 과목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의학과 2학년 150명이 모두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에 포함되었지요. 비록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은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성소수자 현실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미래 의료인으로서 다양한 성적 정체성과 지향을 가진 환자를 편견 없이 대해야 한다는 것, 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번 수업으로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이 생긴 학생들이 있다면 작년처럼 2학기 선택 과목과 4학년 실습 과목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에서 보다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성소수자 문제가 워낙 종교적,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는 것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러나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 누구든 차별과 편견 없이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에 의과대학 구성원들이 공감해주신 덕분에 수업이 개설될 수 있었어요.”
“이번 수업으로 성소수자 의료에 관심이 생긴 학생들이 있다면 작년처럼 2학기 선택 과목과 4학년 실습 과목 ‘성소수자 건강권과 의료’에서 보다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성소수자 문제가 워낙 종교적,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필수 과목으로 지정되는 것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러나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 누구든 차별과 편견 없이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에 의과대학 구성원들이 공감해주신 덕분에 수업이 개설될 수 있었어요.”
“한국 성소수자 의료연구회에 참가한 의료진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성소수자 진료를 위한 의학 서적도 곧 발간할 계획입니다.”
성소수자 의료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교수님의 노력은 학교 밖에서도 이뤄지고 있어요. 국내에서는 관련 정보가 전무한 성소수자 의료에 대해 공부하는 연구 모임을 만든 것이죠. ‘한국 성소수자 의료연구회(KALM: Korean Association for LGBTQ Medicine)’에서는 현장에서 성소수자를 진료하거나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의료진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나누고, 적합한 치료 방법을 공부한다고 해요.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국내 최초 성소수자 진료를 위한 의학 서적 발간도 계획하고 있어요.
소수자들이 차별과 고통에서 해방되는 사회, 누구나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위한 교수님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성소수자 진료’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언제든 나의 진료실에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뜻깊었다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한 번의 수업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학생들이 장차 의사가 됐을 때 성소수자를 편견과 차별 없이 진료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들이 차별과 고통에서 해방되는 사회, 누구나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위한 교수님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성소수자 진료’ 자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언제든 나의 진료실에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뜻깊었다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한 번의 수업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학생들이 장차 의사가 됐을 때 성소수자를 편견과 차별 없이 진료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