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번째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바로 캐나다 작가 아만다 레덕의 책 제목이에요. 우리가 아는 보통의 동화 속에서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잘 없죠. 아니, 스누새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함께 동화책을 만든 학생들이 있답니다. 글로벌사회공헌단 학생사회공헌단 ‘해필리 에버 애프터’ 팀은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관악구의 발달장애 청소년들과 함께 동화책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리고 곧 있으면 그 결과물인 동화책이 나올 예정이에요.

“동화책에 보면 항상 마지막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happily ever after)’라고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기존 동화책들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새로운 결말을 행복하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간호학과 한승연)
발달장애 아동이 주인공이 되어 동화책을 만든 학생사회공헌단 국어국문학과 안은선(좌), 간호학과 한승연(우) 학생
발달장애 아동이 주인공이 되어 동화책을 만든 학생사회공헌단 국어국문학과 안은선(좌), 간호학과 한승연(우) 학생
승연학생이나 은선학생 모두 처음부터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학생사회공헌단 활동의 한 주제로 ‘베리어프리(barrier free)’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장애인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고 해요.

“원래는 건축, 도시계획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베리어프리 개념이 예술, 문화의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점이 흥미롭더라구요. 제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베리어프리 동화책이나 장애아동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활동을 통해서 제 생각을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아요.”(국어국문학과 안은선)
그래서 무슨 활동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실마리가 된 것이 바로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란 책이었어요. 책을 좋아하는 승연학생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럼 우리가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책을 만들어보자고 하게 되었대요. 그리고선 함께할 아이들을 모집하기 위해 학교에서 가까운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에 연락을 하게 됐는데, 걱정과는 달리 굉장히 흔쾌히 수락하셨다고 해요.

“저희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시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정말 좋은 프로젝트다, 꼭 같이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렇게 5명의 중학생 아이들이 함께하게 됐어요. 단원들 3~4명과 아동 1명이 하나의 팀이 돼 진행했고, 모두 다섯 종류의 동화책이 완성되었어요.”(한승연)

동화책 내용은 다섯 가지 모두 각양각색이었는데, 공통점이 있었어요. 바로 참여한 장애아동이 동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었죠!
동화 ‘안녕 슈바바’의 한 장면
동화 ‘안녕 슈바바’의 한 장면
“저희 팀은 아이가 스릴러, 좀비물을 좋아해서 새로운 생명체를 같이 하나 탄생시켰어요. 이름은 ‘슈바바’이구요, 그 아이랑 함께 지은 이름이에요. 그 아이가 주인공이 돼서 슈바바가 인간 사회에서 겪은 차별이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간다는 내용이에요.”(한승연)

“저희 팀은 아이가 마음껏 자기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서 질문 게임을 준비해갔어요. ‘내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 이런 식으로 질문에 따라 답을 하면서 이야깃거리를 뽑아냈는데,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생일파티와 사막에서 별을 본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조합을 해서 줄거리를 만들었어요.”(안은선)
동화 ‘사막에 간 하늬’의 한 장면
동화 ‘사막에 간 하늬’의 한 장면
아이가 장애가 있다보니 서로 소통하고 동화책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았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었어요. 학생들도 처음에는 괜히 상처를 줄까봐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고 해요.

“저희와 함께 활동한 친구는 엄청 낯을 가린다고 복지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팀원들도 다들 낯을 많이 가려서 어떡하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고민을 하다가 그 아이가 편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롤링 페이퍼를 써갔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처음에는 눈도 잘 안 마주치려고 하다가 편지를 읽더니 마음이 좀 열렸는지, 그때부터는 저희보다 말도 많이 하고 노래도 불러주고 그래서 굉장히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한승연)
복지관 아동과 함께 동화 줄거리를 구상하고 있는 해필리에버에프터 학생들
복지관 아동과 함께 동화 줄거리를 구상하고 있는 해필리에버에프터 학생들
동화책이 완성되어 갈 때쯤 이제 헤어져야하는 단원들과 아이들은 모두 무척 아쉬웠다고 해요. 곧 책이 나오면 갖다주러 갈텐데, 아이들이 기뻐할 모습을 볼 생각에 두 학생 모두 기대감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어요. 이번 동화책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도 생각이 더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였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회복지학이나 인류학 수업도 많이 들었어요. 그 수업들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소수자들을 대하고 있는지,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한승연)

“문학작품에서 장애아동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욕구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외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의 언어에 내재된 인식이 어떤지 그런 부분도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고 있어요.”(안은선)

이제 두 학생은 자신 있게 이야기해요. 휠체어를 탄 소녀를 위한 동화가 바로 여기 있다고요. 새롭고 낯선 이야기지만,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고 말이에요. 해필리 에버 애프터!
답장 (9)
  • 딱따구리
    딱따구리
    마음이 행복해지는 따뜻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들이함께 만든 동화책도 기대됩니다.^^
  • 기러기
    기러기
    너무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주신것 같아요~
    이번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동화책을 출간하실 계획은 있으신건가요? 온라인버전으로라도 공개되면 좋을것 같아요~
  • 병아리
    병아리
    쉰번째 스누새편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동화책을 구상해서 마무리 지은 것도, 아이들과 협력해서 한 것도 모든 것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선한 실천에 무한한 감사함을 표합니다. 더더욱 많은 분들이 동화를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도요
    마도요
    두 학생과 함께 한 글로벌사회공헌단, 관악구종합사회복지관 기관과 담당도 모두 멋집니다. 참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런 멋진 소식을 요리 감동 있게 전달해주신 스누새 진짜 멋있으세요. 동화책 꼭 챙겨 읽겠습니다.
  • 마도요
    마도요
    동화로 아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너무 멋집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그런 일에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리
    오리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서 함께 제작한 동화책이라니.. 너무 멋진 프로젝트네요! 동화 속 삽화 그림도 정말 귀엽습니다ㅎㅎ 좋은 프로젝트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두견
    두견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기대해봅니다 :)
  • 뜸부기
    뜸부기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으로도, 아이들의 정서에도 좋을 것 같아서 응원합니다!:)
  • 오목눈이
    오목눈이
    한 줄 한 줄 정독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만들기 위해 들이신 노력을 보며 저도 많이 배웠어요.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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