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덟 번째
21학번, 2021년을 말하다
벌써 두 번째 학기를 마무리해가는 우리 21학번 새내기들은 누구보다도 바쁘게 올해를 보내왔대요. 스누새가 ‘코로나학번’으로 불리는 21학번 세 친구를 만났어요.

“고등학생 땐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서 운 좋은 세대라고 생각했었어요. 대학 오면 풀릴 줄 알았던 거죠. 그런데 2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학교에 아는 건물이 별로 없네요.”(박시현 응용생물화학부 21)

“새터도 가고 엠티도 가고 새로운 친구들도 만날 줄 알았는데, 실제 캠퍼스를 돌아다니기보다 방안에서 소통하는 사실이 아쉬웠어요.”(김 준 자유전공학부 21)

“반수를 했는데 작년에는 너무 폐쇄된 환경이라 정말 아무것도 못 했거든요. 그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컸어요. 21학번이지만, 1년 더 코로나 대학 생활을 겪은 20학번도 안타까워요.”(서은솔 교육학과 21)
동아리 친구들과 김 준 학생(맨 오른쪽)
동아리 친구들과 김 준 학생(맨 오른쪽)
그래도 지금은 여럿이 늦게까지 만날 수 있지만, 아주 오랫동안 코로나는 우리의 만남의 크기를 쪼그라트렸어요. 4명 이하로 만나야 하는 조건 속에서도 21학번들은 학생회든 동아리든, 대학서 하고 싶던 일을 찾아 해왔어요.

“BAB라는 밴드동아리를 하고 있는데 타과 사람도 많아서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음악적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소규모로 강릉도 가서 나름대로 뮤직비디오도 찍고, 이번에 예술주간 무대에도 섰어요.”(김 준)

“운동에 진심이라 미식축구부를 찾았는데, 세 번째 훈련 만에 손가락을 크게 다쳐서 한 달 넘게 운동을 못 했어요. 다치고 나서도 사람들과 부딪히고 훈련했던 게 재밌어서 다시 동아리로 돌아갔는데 사람들은 다 제가 나갈 줄 알았대요.”(박시현)
“시작한 것은 끝을 보고 싶었어요. 어제부터 미식축구 리그가 시작해서 선수로 뛰고 있어요”(박시현)
“시작한 것은 끝을 보고 싶었어요. 어제부터 미식축구 리그가 시작해서 선수로 뛰고 있어요”(박시현)
“학번 대표를 하면서 어떻게든 동기들을 친해지게 만들고 싶었어요. 자유전공학부 라온반 동기가 40명 정도인데 ‘라온동기 옹기종기’라고 4명씩 모아주고 서로 만날 수 있게 했어요. 친구들이 ‘재밌었다’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할 때마다 뿌듯했어요.”(김 준)

밤을 새우는 개강파티, 3월 내내 이어지는 환영회같이 새내기의 권리와 성인이 된 자유를 마음껏 누렸던 기억은 없어요. 그렇지만 21학번은 관계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갔어요.

“워낙 소규모 학과라 모든 친구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목표가 있었어요. 랜덤으로 조를 짜 밥도 각자 먹을 수 있게 했어요. 만우절에 동기들이 오전부·오후부로 나눠 사진 찍고. 그런 경험이 즐거웠어요.”(서은솔)
“새로 사귄 친구들이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니, 저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서은솔)
“새로 사귄 친구들이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니, 저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서은솔)
그래도 이제 많은 국민이 백신을 맞으면서 조금씩 방역 조치가 완화되고 있고, 우리 학교도 대면수업이 속속 늘고 있어요. 21학번에게 한 학기 반 만에 처음 가는 강의실, 대면수업은 어땠을까요?

“확실히 집중도가 다른 것 같아요. 솔직히 줌은 20분만 보고 있어도 눈이 딴 데로 가요. 지난번에 첫 대면수업을 했는데 오전 10시부터 3시간 연강인데도 졸리지가 않더라고요. 제가 강의실에 앉아있는 그 상황이 너무 신기하고, 교수님이 제 눈앞에서 강의하시는 것도 신기하고, 토론도 수월하고. 학교에 와서 수업을 한다는 게 벅차고 좋았던 것 같아요.”(서은솔)

“수업마다 새로운 악기를 배우고, 연주하고, 작곡도 하는 신입생 세미나를 듣는데 대면이었어요. 참여형 수업이다 보니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끝나고 밥도 먹고 이런 게 되더라고요. 필요한 전공 수업도 포기하고 이 수업을 들은 건데 정말 후회가 없어요.”(김 준)
사람들은 20, 21학번을 ‘코로나학번’이라고 부르잖아요. 여기에는 코로나로 정상적으로 대학 생활을 누리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학생들은 그런 시선에 갇혀 좌절하기보다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했어요.

“새로운 일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저희가 만드는 것이 기준이 되겠죠. ‘코로나학번’이라는 말은 안타까움에 그렇게 부르는 것 같은데, 저희는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고, 각자 성장하고 도전해 왔어요.”(박시현)

“오히려 각자 집에 있는 시간 많아지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늘고. 사람도 제한적으로 만나야 하니 누구를 만날지도 선택의 문제가 돼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자신에게 집중하게 돼요.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20, 21학번이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코로나세대’라는 프레임이 노력의 동기가 되는 것 같아요.”(김 준)
“비록 비대면으로 밖에 만날 수 없던 개강파티였지만 서로 별명도 지어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서은솔)
“비록 비대면으로 밖에 만날 수 없던 개강파티였지만 서로 별명도 지어주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서은솔)
제한적인 환경을 탓하지만 않고 적응하고, 좋아하는 것에도 도전을 쉬지 않은 21학번 친구들. 마냥 안타깝다는 시선은 이제 거둬도 될 것 같아요. 스스로 새로운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21학번을 캠퍼스에서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답장 (4)
  • 매
    대학의 낭만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을 새내기들인데 어려움 속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기특하고 대견합니다!21학번 화이팅!
  • 기러기
    기러기
    김준!김준!김준!김준!빛준!빛준!빛준!빛준!
  • 딱따구리
    딱따구리
    갓준 그는 김인가??????
  • 기러기
    기러기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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