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이야기
요르단에서 온 태권소녀
중동의 요르단에서 태권도가 꽤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 태권도 인기를 이끈 요르단 여성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우리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스누새가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는 요르단의 태권소녀, 다나 하이다르 이잣 투란(Dana Haidar Izzat Touran) 학생을 만나봤어요.

다나 학생은 2015년까지 요르단의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였어요. 어려서 태권도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남다른 재능을 보였대요. 2007년 아시안챔피언십에서 금메달을 따고, 2010년 유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딴 올림픽 메달리스트랍니다.

“학교 체육 선생님이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해보라고 권해주셨어요. 루마니아에서 오신 선생님이었는데, 그때 그 선생님이 제 인생을 구해주신 것 같아요.”
2010년 싱가포르 유스 올림픽에서 받은 은메달은 다나 학생에게 정말 특별했어요. 요르단의 첫 번째 유스 올림픽 메달이기도 했지만,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이기도 했거든요. 지금까지도 다나 학생이 요르단의 유일한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라고 해요.

“관중석에서 아버지가 저를 응원해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제가 메달을 따는 데 정말 엄청난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요르단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받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제 마음속에 특별한 순간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의 길을 걸으면서 훈련을 위해 한국에 4번 정도 왔었다고 해요. 그중 한 번은 2014년에 광주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을 때였고요. 그래서 다나 학생은 한국이 아주 편하고 친근하다고 이야기했어요.

“한국 와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어요. 안전하고,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해요. 음식도 맛있고요. 제가 매운 음식도 잘 먹거든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에요.”
태권도로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다나
태권도로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다나
다나 학생이 공부하고 있는 우리 학교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과정은 ‘DTM’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해요. ‘Dream Together Master’의 약자인데, 모두 19개국에서 온 20명의 학생이 현재 이 과정을 배우고 있어요. 다나 학생은 작년 8월에 한국에 와서 10월부터 DTM을 시작했다고 해요.

DTM은 스포츠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한국을 대표하는 국책사업으로,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의 차세대 스포츠행정 리더를 발굴해 서울대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석사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인재양성사업이에요. 여기서 한국어도 함께 배울 수 있대요. 다나 학생은 이날도 오후에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간다며 매우 즐거워했어요.

“주로 외국인 교수님들과 영어로 수업을 하는데, 한국 문화나 한국어를 배우는 수업들이 있다는 게 진짜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서울대학교와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선수였을 때는 스포츠를 ‘경쟁’으로만 생각했었는데 DTM 과정을 공부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선수였을 때는 스포츠를 ‘경쟁’으로만 생각했었는데 DTM 과정을 공부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선수로서 젊은 편이라 운동을 더 할 수도 있었지만, 다나 학생은 2015년에 은퇴를 했어요. 점차 스포츠 경영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진로를 생각하게 된 거예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하면 또 다른 직업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고 해요.

“제 학부 전공이 경영이거든요. 졸업하고 나서는 은행에서 일했는데, 스포츠와 경영이 서로 동떨어진 게 아닌 것 같았어요. DTM을 통해 스포츠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공부에요.”

다나 학생은 작년에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의 위원으로 선정됐어요. 특히 여성 선수들의 권리 신장 문제에 관심을 두고 일하고 있다고 해요. 스포츠 경영에서의 여성 리더십에 대한 논문도 준비 중이고요.

“저는 가족들이 지원도 많이 해주고, 여성이라서 어떤 차별을 겪은 적은 없지만, 여전히 요르단이나 세계 곳곳에서 성차별 문제가 벌어지고 있잖아요. 저는 제가 이룬 것들을 다시 사회에 돌려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나 학생은 은퇴할 때 어머니가 선물해주신 올림픽 엠블럼 모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었어요. 어렸을 때 우연히 배우게 된 태권도가 올림픽 메달까지 이어지고, 지금 이렇게 스포츠 행정가로서 꿈을 키워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어요. 다나 학생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스포츠와 경영, 이 두 분야에서 활약하는 데 우리 학교의 수업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답니다.

“우선은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다른 프로그램들도 찾아보려고 해요.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 좀 더 배우고 알아가고 싶어요.”
답장 (4)
  • 오리
    오리
    안녕하세요. 태권도선수를 이렇게 서울대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습니다. 저도 대학시절까지 엘리트 태권도선수 활동했답니다. 저 또한 여성 태권도선수의 인권과 권리에 너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지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 다나선생님의 꿈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 교육학과에서 상담을 전공하고 있고,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의 심리상담을 하는 심리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있어요. 너무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답장을 하게 되었는데, 졸업 전에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 올빼미
    올빼미
    안녕하세요 스누새!
    기분좋은 이매일 줘서 감사해요.
    미국에서 온지 얼마 안되서 아직 서울대가 익숙하지 않는데
    친절한 이메일이 참 좋았어요.
    감사해요
  • 메추라기
    메추라기
    DTM 이야기 앞으로도 많이 전해주세요. 여기서 좋은 것들 많이 배워 고국으로 돌아가 좋은 스포츠 정책들 펼쳤으면 좋겠어요. 이미 고국으로 돌아간 학생 중에는 고위직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DTM 2탄도 기대합니다.
  • 왜가리
    왜가리
    서울대학교에 국제스포츠행정가 양성과정 ‘DTM’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네요. 다나씨의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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