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번째
보이지 않는 것에 맞서는 서울대 사람들
오후 3시 30분 알람이 울리면 인사교육과 이재복 선생님은 마스크와 보호장갑을 착용합니다. 옷장에서 새 방호복을 꺼내 입고 빈 공간이 없도록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면 만반의 준비 끝, 이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스누새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관악사의 코로나19 자율보호시설로 날아가 봤습니다. 자율보호는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조치인 만큼 조류용 보호장구를 단단히 착용하고 다녀왔어요!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 때문에 온 국민이 골치지만 특히 수 천 명의 사람이 부대껴 사는 이 곳 관악사는 말 그대로 ‘비상’이라고 해요. 중국에서 돌아오는 유학생들, 열이 난다며 두려움에 떠는 학생들, 감염이 의심되는 접촉자들…. 학교는 이들을 안심시키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보호시설을 마련했어요.

보호시설을 운영하기 위해 재복 선생님을 비롯한 10명의 직원 선생님들이 자원했어요. 가족과의 만남도, 자유로운 개인 시간도 포기해야 하는 3주간의 고된 2교대 임무에 자청하여 투입된 것이죠.

“불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현재까지 보호시설에서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온 학생은 없지만 항상 조심하고 있어요.”

재복 선생님의 하루를 따라가 볼까요? 5명 씩 2교대로 근무하는데 오늘은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학생들을 돌보게 되네요. 체온을 재 출근부에 기록하고 이전 근무조로부터 학생 외출 현황 등 특별히 챙겨야 할 내용들을 보고 받습니다. 오늘은 퇴거자가 있어 소독과 청소를 하는 임무도 추가됐네요.
“보호시설이 운영되고 바로 다음날 확진환자와 밀접 접촉한 학생이 발생해서 정말 긴장됐어요. 그 학생이 입소하기 전에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우려가 현실이 될까봐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우리 학교 구성원 중에 확진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했고, 환자와 접촉한 학생을 이곳에 2주간 자율보호 했다고 해요. 언뜻 평화롭게 흘러가는 하루 같지만 당장 언제 이런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선생님들은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후 5시 저녁밥이 배달됐습니다. 불필요한 모든 접촉을 피하기 위해 선생님들은 배달된 도시락을 층별로 나누어 학생들이 머무는 방문 앞에 둡니다. 밖에서는 아직 어색한 ‘비접촉 배달방식’이 여기서는 일상입니다.
3주간의 격리생활이 절반 정도 지난 지금, 선생님들께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물어봤어요. 직원 부부로서 함께 자원한 서동철(인사교육과)·강다은(장학복지과) 선생님은 이구동성으로 ‘빨래’가 가장 힘들다고 하시네요. 세탁기가 없다보니 입은 옷은 그날그날 빨래비누로 손빨래를 하신다고 해요. 이곳에선 평범한 일상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특별해지나 봅니다.(우연찮게도(?) 스누새가 다녀간 후 세탁기가 설치됐다고 하네요!)

총무과 이선호 선생님은 갇혀 있는 생활이 제일 힘들다고 합니다. 선생님들은 근무 중 계속 보호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괜한 불안감을 줄까봐 잠깐 바람을 쐬는 것도 자제한다고 해요. 스누새도 이곳에 잠깐 머물렀지만 좁은 공간 때문에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몸집이 작은 저도 힘든데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요. 다행히 선호 선생님은 아령을 가져왔기 때문에 짬짬이 홈트레이닝(?)을 하는 게 지금 ‘유일한 낙’이라고 합니다.

휴일도 없이 계속되는 갇힌 생활이 답답하고 고되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지시에 잘 따라주고 감사 인사를 건넬 때면 선생님들은 피로도 잊게 된다 합니다. 다행히도 모든 학생들이 매일 건강상태를 메신저로 보고하고 있고 생활수칙을 잘 따르고 있다고 해요. 퇴거할 때 남긴 메시지에는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납니다.
이제 선생님들의 자발적 격리도 절반이 지났네요. 선생님들은 3주간의 지원근무가 끝나면 다시 자택에서 2주간 자율보호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다시 새로운 선생님들께서 들어와 업무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해요.

선생님들께 여기를 나가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물어봤어요.

“가족들이 가장 보고 싶죠. 이렇게 오래 떨어져 본 게 처음이라서요.”
“모든 연락을 끊고 정말 제대로 격리된 생활을 하려고요”
“다른 건 모르겠고 몇 주째 도시락만 먹으니 뚝배기에 팔팔 끓는 김치찌개를 먹고 싶네요.”

선생님들이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나오시기를,

그리고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어 모두의 소박한 소원들이 이뤄지길 스누새도 간절히 기원할게요.
답장 (2)
  • 꾀꼬리
    꾀꼬리
    I trust the power of positive mind.
    Think the worst, do the best.
    We can defeat the covid19.
  • 말똥가리
    말똥가리
    많은 분들이 곳곳에서 수고하고 계시네요.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안전하게 건강지키며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어서 또한 많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거 같아요.
    조금만 더 수고해주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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