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째
실패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어제 뉴스 보셨어요? 딱 우리 연구 주제가 헤드라인으로 나왔는데.”
세상에, 이렇게나 최신 동향에 발맞추는 연구라니! 스누새가 찾아간 곳은 내로라하는 국내 유수 박사님들의 세미나 현장일까요? 아닙니다. 이 수업은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연구’란 것을 체험해보면서 자신의 공부를 실제 삶과 연결시키기 위한 첫 삽을 떠보는 <신입생세미나 특별강좌: 창의와 도전> 중 하나인 ‘미세먼지 해결의 출발점은 과학이다’ 수업 현장입니다.

기초교육원의 학부 교양교과목 <신입생세미나> 내에 특별강좌로 개설된 8개의 ‘창의와 도전’ 수업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주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문서를 가지고 조선시대 지도를 그려보는 '인문학과 컴퓨터공학의 만남’, 이미 설계된 측량 장비를 사용하는 대신 그리스 시대 과학자들처럼 측량법을 고안해 보는 ‘자연을 바라보는 과학자의 눈’, 미세먼지 알림 어플을 켜는 대신 학생들이 거리로 달려가 직접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미세먼지 해결의 출발점은 과학이다’ 수업 등이 이번 학기에 개설되었습니다.
대학에서의 공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부터
이 독특한 수업들은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이란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유재준 기초교육원장님의 말을 빌리면 그건 바로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는 수업”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정답과 오답으로만 이루어진 공부를 해 왔던 학생들에게 학점에 얽매일 필요도, 틀릴까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는 “기를 살려주는 교과목”을 만들어주고 싶으셨다고 해요.

이번 학기에 학생들과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과 현황, 해결방법을 탐구하고 계시는 김상우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이론의 전달이 아니라 계속해서 생각할 주제를 던져주는 게 제 일이죠. 학생들은 설문조사도 하고, 직접 측정도 하고, 연구자들이 했던 것과 반대방향으로도 가보고….”
‘미세먼지 해결의 출발점은 과학이다’ 수업중인 김상우 교수님
‘미세먼지 해결의 출발점은 과학이다’ 수업중인 김상우 교수님
정해진 시나리오도 결론도 없이 신입생들의 주도로 진행되다보니 이 수업들의 ‘도전’은 일견 실패하기 십상입니다. “‘실험을 하면서 이게 안 될 수도 있구나!’ 하는 걸 배웠어요.” 그렇지만 그 실패를 징검다리 삼아 아무도 가지 못한 지점까지 나아가는 일이 바로 학생들이 대학에서 하게 될 ‘창의’적인 연구가 아닐까요?
지금 여기를 보는 신입생 탐구자들의 눈
‘창의와 도전’ 수업의 또 다른 목표는, 이제부터 학생들이 배우게 될 학문이 대학의 울타리에 갇힌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맞닿아 있음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김상우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볼까요? “기본적으로 요즘 학생들이 사회 돌아가는데 관심이 별로 없죠. 수치를 확인하고 마스크만 쓸게 아니라, 우리 모두 미세먼지를 내보내고 있다는 거, 따라서 미세먼지가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라는 것을 수업에서 알려주고 싶었어요.”
흔히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양도 상당합니다.
흔히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양도 상당합니다.
오늘 일어난 현상, 내 주변의 일상을 학문을 통해 보는 일.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정치와 언론, 사람들의 인식에서 변형되고 때때로 왜곡되는 사회현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연습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 보다 엊그제 간 중국집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한 학생은 고기 집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오른 상황을 흥미롭게 전해주면서 한 학기의 소회를 말했어요. “언론의 보도와 실제 사실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미세먼지에 있어서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어요. 이전에는 미세먼지가 마냥 무섭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알고 나니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어요.”
(좌) 삼겹살을 구울 때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 (우) 교수님과 함께 거리의 미세먼지 측정하기
(좌) 삼겹살을 구울 때 미세먼지가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
(우) 교수님과 함께 거리의 미세먼지 측정하기
물론 이번 학기가 첫 시작인 <신입생세미나 특별강좌: 창의와 도전> 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신입생세미나 형식에서 벗어나, 조금 더 배경지식이 있으면서도 아직 학업 부담은 덜한 2학년까지 확장하자는 의견도 있네요. 15시간의 1학점 수업이다 보니 밀도 있는 탐구의 한계도 있었고, 바쁜 학생들에게 숙제 내기도 조심스러웠다는 교수님도 계셨어요.

“추우면 미세먼지 농도는 낮아지고 따뜻하면 미세먼지 농도는 높아져요. 둘 중 어떤 게 더 좋아 보여요?” “…….” “중간요.” “중간은 없어요.(웃음)” 교수님이 자꾸만 저를 쳐다보시는 것 같아 스누새도 몇 번 대답했는데 다 틀린 것만 같아요. 그렇지만 뭐, 아무렴 어때요. 입을 열어 내 생각 말하기, 스누새도 학생들도 오늘 또 한 번 도전해봤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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