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째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당첨! 지금 편지를 열어본 당신 덕분에 우리들 사이 거리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어요! 스누새는 이 편지가 당신의 휴지통으로 들어가지 않아서 기뻐요. 지난주 총장님께서 “서울대 계정으로 단체메일을 보내면 학생들은 채 5%도 확인하지 않는다”며 “학내 구성원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가 제일 고민”이라고 속내를 들려주실 때 스누새도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는지. 당신은 분명 학교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일 테니까 이번에 들려드릴 좌담회 이야기도 반가워하실거라 믿어요.

지난 11월 6일(수) 다양성위원회에서는 총장님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총장님께서 학생 패널을 먼저 제안하실 만큼 학생들과 만나고 싶으셨던 것처럼, 학생들 역시 총장님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넓은 양두석 홀의 120석이 가득 찼습니다.

“이 자리는 설익은 생각들을 주고받으면서 각자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보다 훨씬 더 큰 공동의 생각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입니다.” 홍기선 위원장님이 행사를 시작하며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좌담회는 당장의 결정과 해답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어요. 대신 총장님은 단체의 수장이자 한 개인으로서의 소회를 들려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그간의 노력과 실패,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해주시기도 했답니다.
"어떻게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
학내에 다양한 구성원들과 수많은 목소리들이 있고, 이들을 어떻게 하나로 모아나갈지에 대해 아무도 즉각적인 대답을 내놓긴 힘들 겁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우선 만나서 이야기하고 듣고 토론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니겠어요? 그렇게 같이 토론하다보면 다른 부분은 인정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날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가 높아지고 긴장이 풀리고 총장님께서는 “동의합니다”라고 여러번 말씀하시네요. 어쩌면 학내 여러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큰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곳에 가는 보폭은 저마다 제각각 다를 수 있겠지만요.

그리고 서로 간의 보폭을 맞춰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얘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라는 총장님의 말씀. “학생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질문을 던져준 학생 청중들
다양한 질문을 던져준 학생 청중들
소통의 시작이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다 왔다는 늦깎이 학생은 관악사에 살면서 호실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섯 명의 동생들과 살고 있는데 인사하며 지내자 했더니, 저한테는 인사를 잘하는데 서로는 잘 안합니다. 소통이라는 게 인사 잘하기 같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게 아닐까요? ‘인사합시다’ 캠페인 같은 걸 하면 좋겠습니다” 다소 엉뚱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에 청중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터졌습니다.
다양성이란 다른 생각을 가진 우리의 집합
학문 간 융합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학원생, 교직원의 행정업무 처리 방식의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 정보 불균형을 느끼는 외국인 학생, 전인교육의 강화를 제안하는 학생, 장학금 제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학생....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진행된 좌담회에서는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그렇게 계속 묻고 답하다 보니 적어도 우리 안의 불필요한 갈등은 줄일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추상적인 수준의 대화만 오갔을 뿐 바뀐 것은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우리가 거시적인 방향성을 맞춰보고 의견을 스스럼없이 나눴다고 만족할 수도 있겠지요. 결국 ‘다양성’이란 그렇게 다른 생각을 가진 우리의 집합을 말하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 다양한 생각을 밝히는 일이 학교의 발전을 위해 더없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신재원(패널, 경영학과) 학교는 학부생, 교수님, 대학원생, 직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성원들 사이에 의사소통 자리는 없고 갈등만 있는 것 같아서 참가했습니다. 생각보다 총장님께서 의견을 잘 경청해주시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 신재원(패널, 경영학과)
카릴카림(패널, 기계항공공학부) 각자 독특한 배경을 갖고 있는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대단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상호존중의 문화는 우리 생각을 공유해야만 비로소 도달할 수 있고요. 이번 행사를 계기로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캠퍼스를 위한 적극적 조치가 취해지길 바랍니다.
- 카릴카림(패널, 기계항공공학부)
문지호(패널, 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서울대가 어떤 공동체인지 파악하고 서로 다른 대화를 시도하려는 작업들에 관심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경험이 그렇듯 자리에 앉아서 느꼈던 것들이 예상과 또 달랐고 제게도 많은 것을 남긴 것 같습니다. 이 <대화>가 좋은 피드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문지호(패널, 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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