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숨겨둔 공간에 들어서듯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면, 저 멀리 관악산 능선과 나무들이 반기던 쉼터. 조금 외진 곳이지만 포근한 차 향기가 가득하던 곳, 다향만당. 아쉽게도 영업을 종료한 이곳에서 십여 년간 서울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휴식을 선사해준 이정애 선생님을 스누새가 만났어요.
“10시에 출근하면 청소하고 물 끓이고 음악을 틀고 영업 준비를 했어요.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그렇게 좋았어요. 계피차같이 향이 좋은 차를 끓여서 향을 날려놓으면, 신기하게 그날 그 메뉴가 잘 나갔어요.”
이정애 선생님은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이전 근무자의 후임으로 처음 이곳에 왔어요. 녹차라고는 티백밖에 몰랐던 선생님은 다향만당에서 우려낸 잎녹차에 반하셨대요. 그때부터 다향만당의 다른 메뉴들을 음미하고 연구하면서 차를 사랑하게 됐어요.
“10시에 출근하면 청소하고 물 끓이고 음악을 틀고 영업 준비를 했어요.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가 그렇게 좋았어요. 계피차같이 향이 좋은 차를 끓여서 향을 날려놓으면, 신기하게 그날 그 메뉴가 잘 나갔어요.”
이정애 선생님은 출산으로 자리를 비운 이전 근무자의 후임으로 처음 이곳에 왔어요. 녹차라고는 티백밖에 몰랐던 선생님은 다향만당에서 우려낸 잎녹차에 반하셨대요. 그때부터 다향만당의 다른 메뉴들을 음미하고 연구하면서 차를 사랑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의 메뉴 자부심은 대단하셨어요.
“전통찻집은 시내에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인사동에도 가봤는데 거의 퓨전 찻집이고 음료도 티백이나 파우더를 쓰는데, 우리는 진짜 잎을 우려내서 더 맛있죠.”
다향만당의 대표메뉴 격인 단호박스무디 외에도 선생님은 쌍화차의 녹진한 맛에 계피의 달달함을 더한 쌍화계피차, 떫은맛이 매력적인 황차, 달콤한 모과차 · 매실차 등 다양한 차들이 인기였다고 말씀하셨어요.
“전주한옥마을에 가서 쌍화차를 먹었는데 우리 것만 못하더라고요. 견과류도 많이 들어가 남편은 맛있다는데, 다향만당 쌍화차는 거의 한약이거든요. ‘배로 비싼 이것보다 내가 만든 게 더 맛있다’고 남편한테 이야기했어요.”
“전통찻집은 시내에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인사동에도 가봤는데 거의 퓨전 찻집이고 음료도 티백이나 파우더를 쓰는데, 우리는 진짜 잎을 우려내서 더 맛있죠.”
다향만당의 대표메뉴 격인 단호박스무디 외에도 선생님은 쌍화차의 녹진한 맛에 계피의 달달함을 더한 쌍화계피차, 떫은맛이 매력적인 황차, 달콤한 모과차 · 매실차 등 다양한 차들이 인기였다고 말씀하셨어요.
“전주한옥마을에 가서 쌍화차를 먹었는데 우리 것만 못하더라고요. 견과류도 많이 들어가 남편은 맛있다는데, 다향만당 쌍화차는 거의 한약이거든요. ‘배로 비싼 이것보다 내가 만든 게 더 맛있다’고 남편한테 이야기했어요.”
“다향만당 앞에 꽃나무가 많거든요. 벚꽃이나 홍매화 꺾어다 차에 띄워주면 학생들이 뻑(?) 가요. 요즘은 내가 없어서 꽃나무들이 좋아할 거에요.”
“여학생들이 졸업하는 날 와서 ‘단호박스무디 안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졸업할 자격이 없어~’이러면서 깔깔 웃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또 외국인 학생이 있었는데 꼭 쌍화차를 먹더라고요. ‘저 사람들은 커피를 진하게 먹어서 쓴맛을 좋아하나?’ 싶기도 했어요.”
양복 주머니에 커다란 찻그릇을 챙겨 다니신 교수님, 유학 간다며 마지막으로 들렀다고 말하던 단골 학생, 항상 밀크티를 먹으러 왔지만 당도는 다 달라 까다롭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이곳에서 서울대 사람들을 만나 이 장소와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된 것은 선생님 인생의 큰 기쁨이라고 하셨어요.
“처음 서울대서 일하게 됐을 때는 편견 같은 게 있었어요. 서울대 학생들은 자부심, 긍지가 높을 테니 자존심도 세고 어려울 줄 알았죠. 그런데 의외로 겸손하고 착하고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같이 소통할 수 있었던 게 되게 좋았어요. 지금도 학생들은 마냥 예쁘네요.”
양복 주머니에 커다란 찻그릇을 챙겨 다니신 교수님, 유학 간다며 마지막으로 들렀다고 말하던 단골 학생, 항상 밀크티를 먹으러 왔지만 당도는 다 달라 까다롭던 학생들의 이야기가 이어졌어요. 이곳에서 서울대 사람들을 만나 이 장소와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된 것은 선생님 인생의 큰 기쁨이라고 하셨어요.
“처음 서울대서 일하게 됐을 때는 편견 같은 게 있었어요. 서울대 학생들은 자부심, 긍지가 높을 테니 자존심도 세고 어려울 줄 알았죠. 그런데 의외로 겸손하고 착하고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같이 소통할 수 있었던 게 되게 좋았어요. 지금도 학생들은 마냥 예쁘네요.”
하지만 만성적인 적자에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까지. 전통찻집 다향만당은 폐점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선생님은 이제 공대의 한 편의점으로 자리를 옮기셨어요. 다향만당과는 업무가 많이 달라 초반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학생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하세요.
“다른 생협 직원들은 순환 근무가 당연한데 저는 한곳에 오래 있었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일도 새로 배우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오래 본 사람들을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딱 보면 알고 인사를 건네기도 해요.”
“다른 생협 직원들은 순환 근무가 당연한데 저는 한곳에 오래 있었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일도 새로 배우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오래 본 사람들을 마스크가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딱 보면 알고 인사를 건네기도 해요.”
언니, 동생처럼 지낸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어느덧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찾아올 정도로 다향만당의 오랜 터줏대감이던 선생님. 애정으로 일했기에 이 공간의 어려운 점도 잘 이해하고 계셨어요.
“전통찻집은 세련된 젊은 입맛을 따라가는 메뉴를 내기도,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카페 같은 분위기나 인테리어를 갖추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항상 고민이었어요. 그럼에도 몸이 조금 안 좋을 때나 조용히 사색하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꼭 다향만당은 아니더라도,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친 서울대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물해주신 이정애 선생님. 새로운 곳에서도 밝은 미소로 또 다른 즐거운 추억을 만드시기를 스누새가 응원할게요. 언젠가 차향 가득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런 향기로운 날을 기다리면서요.
“전통찻집은 세련된 젊은 입맛을 따라가는 메뉴를 내기도,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카페 같은 분위기나 인테리어를 갖추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은 항상 고민이었어요. 그럼에도 몸이 조금 안 좋을 때나 조용히 사색하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꼭 다향만당은 아니더라도, 곳곳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친 서울대 사람들에게 휴식을 선물해주신 이정애 선생님. 새로운 곳에서도 밝은 미소로 또 다른 즐거운 추억을 만드시기를 스누새가 응원할게요. 언젠가 차향 가득한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그런 향기로운 날을 기다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