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세 번째
제로를 향해 달리는 사람들
시흥캠퍼스 미래모빌리티기술센터 자율주행차 트랙에는 작고 귀여운 자율주행차 ‘자율이’가 있어요. 진짜 자동차와 달리 뼈대에 각종 센서들이 달린 둔탁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차선을 따라 달리고, 신호를 지키고, 차로를 변경하고, 빈자리를 찾아 멋지게 주차하는 모습이 기특한데요. 학부생들이 만든 유일한 자율주행차이기에 더 특별한 ‘자율이’. 자율이를 탄생시킨 동아리 ‘제로’를 스누새가 만났어요.

“운전하는 사람의 기여도가 ‘제로(0)’가 되는 차를 만들고 싶어서 모였어요.”

교과서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이론과 달리, 학부생이 스스로 주도하는 실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의 기회는 쉽지 않죠. 제로는 빅데이터, 딥러닝, 로보틱스, 전기, 컴퓨터, 경영, 철학 등 학문을 넘나드는 지식의 융합이 필요한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용감하게 도전한 40여 명의 학부생들로 이루어졌어요.
“비대면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자율주행 로봇에 관심이 커진 건 사실이지만, 막상 ‘자율주행 로봇이 어디 있지?’하면 잘 안 보이거든요. 아직 실생활에 접목되기에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거죠. 제로는 있는 길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제로 만의 아이디어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고 있어요.”(동아리 대표 · 전기정보공학부 오정우)

“주로 공학기술을 활용하게 되는 건 맞지만 동아리원의 전공구성은 정말 다양해요. 경영, 교육 등 문과라고 할 수 있는 전공의 학생도 자율이를 만들면서 기계와 인간의 소통, 사고시의 가치판단 등 철학적 문제까지 고민해볼 수 있는거죠.”(국어교육과 이호진)

지금은 자율이가 시흥의 넓은 트랙을 자유롭게 달리지만,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2016년 처음 관악캠퍼스 해동아이디어팩토리에 자리를 잡았을 때, 제로는 좁고 언덕이 많은 환경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선배들은 차선 인식을 해보겠다고 주차장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여서 실험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브레이크를 풀면 차가 경사를 못 버티고 내려가기도 하고…. 열정은 있었지만 환경이 열악해서 동아리가 잘 운영되지 못했어요.”(기계공학부 이정모)

‘제로’는 자율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응용한 여러 로봇 기술도 함께 연구해요.
‘제로’는 자율주행 자동차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술을 응용한 여러 로봇 기술도 함께 연구해요.
자율주행차 연구는 차가 안전히 맘껏 주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해요. ‘자율이’도 제로가 시흥으로 옮겨 온 2020년 여름부터 이곳에서 맘껏 달리게 되면서 발전의 기회를 얻었어요. 자율주행 연구를 주도하는 지도교수님의 배려와 시흥의 여러 구성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자율이가 이렇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기계공학부 이경수 교수님과 ‘차량동역학 및 제어연구실(VDCL)’ 선생님들이 연구 자문을 해주시기도 하고 학부생이 마련하기 어려운 여러 센서 같은 고가의 장비들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계세요. 산학협력단 이재완 연구교수님과 시흥캠퍼스본부도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이호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보살핌으로 자란 제로는 ‘국제 대학생 창작 자동차 경진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중소벤처기업부 메이커 프로젝트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고, 모레(2월 19일) 열리는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챌린지에도 서울대 대표로 출전해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어요.
그런데 동아리 제로에 들어오려면 코딩 실력만큼 중요한 게 체력이래요.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해 자율이가 움직일 때는 조종기를 들고 함께 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제로는 ‘유산소 동아리’라고 하기도 한 대요.

“자율이가 최대 20km/h 속도로 달릴 수 있는데 조종기를 갖고 같이 뛰거든요. 보통 러닝머신에서 13km/h로 3분만 뛰어도 힘든데 그것보다도 훨씬 빠르니까 정신력으로 버티죠. 신호등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어요.”(기계공학부 이기호)
그렇게 땀나게 달릴 땐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내가 만든 차가 영특하게 코스를 요리조리 주행하는 모습을 보며 또 달릴 힘을 낸다는 제로의 친구들. 자율이를 만들면서 쌓은 우정과 팀워크는 친구들이 얻은 가장 큰 자산이에요.

“전에는 학점이 중요하고 동아리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제로를 하면서 학업 외에 활동에서도 지식을 배울 수 있었고 같이 회의하고 작업하면서 팀으로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운 것 같아요.”(기계공학부 김선호)

동아리장인 정우 학생이 보여준 출석부에는 두 달간의 프로젝트를 위해 동아리방에 많게는 400시간 넘게 출석한 학생들도 여럿 있었어요.
“‘제로’는 몸에 좋지만 입에는 쓴 ‘마음의 보약’이에요. 무엇을 하면 처음에는 대부분 안 되거든요. 그런 실패들을 겪고 조금씩 발전하면서 성장을 한 것 같아요.”(이호진)
“‘제로’는 몸에 좋지만 입에는 쓴 ‘마음의 보약’이에요. 무엇을 하면 처음에는 대부분 안 되거든요. 그런 실패들을 겪고 조금씩 발전하면서 성장을 한 것 같아요.”(이호진)
운전자의 기여를 0%로 만들기 위해 100%의 열정을 쏟는 자율주행차 동아리 제로. 수백 번 시행착오를 연료 삼아 거침없이 직진하는 제로의 미래를 스누새도 함께 할게요.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성실히 기술을 개발하면 학부 수준에서 할 수 없을 일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궁극적으로 ‘학부생 수준’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한국에서 제일 잘 달리는 자율주행기술을 만들고 싶어요.”(오정우)

‘자율이’가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답장 (5)
  • 갈매기
    갈매기
    자율이가 얼른 커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이어주길 바랍니다:)
  • 나무발발이
    나무발발이
    학부생이 운영하는 자율주행차 동아리라니 멋있습니다!
  • 제비
    제비
    자율이! 그리고 동아리 제로! 모두 모두 응원합니다!:D
  • 닭
    자율이와 동아리 제로 모두 응원합니다!!!
  • 개개비
    개개비
    우아- 멋집니다^0^ 동아리 제로와 지율이의 앞날을 응원합니다!!홧팅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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